한수원, '부실조사'로 원전비리 적발 기회 날렸다

지난해 전수조사 때 부품 검증 여부만 확인... "똑같은 놈끼리 서로 봐줘"

등록 2013.06.05 13:30수정 2013.06.0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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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안전등급 제어케이블이 신고리 1?2호기, 신월성 1?2호기에 설치되어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설치된 제어케이블에 대한 안전성 분석 결과, 원전사고 발생시에 제어케이블의 성능이 확보될 수 없다고 평가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정지냉각계통 흡입라인 격리밸브 제어용 케이블(신월성 2호기)과 안전등급 케이블 전선관 및 단자박스(신고리 1호기). ⓒ 원안위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최근 원전 3기를 정지시켜 전력수급 위기상황을 초래한 시험성적서 조작 업체에 대해 작년 말 조사를 벌이고도 위조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5일 밝혀졌다. 이번에 밝혀진 원전비리 제보 전에 한수원의 자체조사로 밝힐 수 있었던 시험성적서 조작 여부를 스스로 날려버린 셈이다.

특히 원전부품 승인기관인 한국전력기술과 한수원 퇴직자들이 문제의 해당 시험기관과 인증기관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져, 이른바 '원전마피아'의 카르텔 구조가 부실조사를 초래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원전 부품에 대한 전수조사를 했다. 최근 가동정지된 신고리 1, 2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역시 조사 대상이었다.

그러나 한수원은 이번 원전비리의 의혹을 받는 JS전선과 검증기관인 새한티이피를 상대로 검증 시행 여부만 점검하고 정작 시험성적서 조작 여부 등은 확인하지 않았다. 당시 새한티이피는 캐나다 검증기관인 RCMT사에 JS전선의 제어 케이블 검증을 재의뢰해 최종 불합격 판정을 받고도 이를 '합격' 판정받은 것으로 위조해 제출했다.

즉, 한수원이 지난해 전수조사에서 제작사가 제출한 시험성적서 사본과 부품 검증기관의 시험성적서 원본을 비교 대조만 했더라도 위조 사실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셈이다. 특히 이 의원에 따르면, 가동 중지된 신월성 1, 2호기와 신고리 1, 2호기에 들어간 부품 중 새한티이피가 검증한 부품이 11개나 더 있어 추가 위조 여부 가능성도 제기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지난해 전수조사 당시에는 제작사가 시험성적서를 위조해 제출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단순 검증사실만 확인하는 조사를 진행했다"고 이 의원 측에 해명했다.

"위조된 서류 가려낼 시스템 없다... 똑같은 놈들끼리 하니 서로 봐주는 것"

그러나 이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자기들이 그 위조된 시험성적서를 들여다보고도 몰랐다는 건 가려낼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또 "이런 상황을 고치려면 한수원에 납품하려는 회사가 공신력 있는 기관에 검증을 신청하고 한수원이 직접 그 성적표를 받든가, 아니면 한수원이 직접 검증을 신청해 시험성적서를 조작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 의원은 "이번 부실조사가 한수원·한국전력기술 출신들의 협력업체 재취업 등 원전 산업의 '카르텔 구조' 탓 아니겠냐"는 질문에 "지난 당정회의 당시에도 '똑같은 놈들끼리 하고 있다, 그러니 서로 봐주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새로운 외부기관이 개입하거나 제3의 기관이 나서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며 "이번 사건으로 생산비가 싸고 안전하다는 원전의 이미지가 모두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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