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전력수급이 심상치 않다. 계절상 전력수급이 가장 안정적인 시기이지만 발전소 계획예방정비에다 최근 무더운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툭하면 고장을 일으키는 원전도 변수다.
최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5월 계획예방정비에 들어가는 원자력, 화력, 수력 등 발전소는 최대 59기에 이르며, 설비규모는 최대 1670만㎾에 달한다. 이는 국내 총 중앙급전발전기 334기의 18~20%에 달하는 규모다. 중앙급전발전기란 발전용량이 2만kW를 초과하며 전력거래소의 통제를 받는 발전기를 말한다.
전력거래소가 예측한 이달 최대 전력수요는 6430만kW 수준으로 평균 6800만kW인 이달 전력 공급능력을 감안하면 전력수급을 안심할 수 없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보통 전력수요가 몰리는 여름철을 앞두고 전력수급에 대응하기 위해 5월께 예방정비를 많이 한다"며 "봄에는 전력수요가 비교적 낮아 여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전력수요가 비교적 낮은 봄철이지만 최근 무더운 날씨와 발전소 계획예방정비로 전력수급을 안심할 수 없다. ⓒ 전력거래소
하지만 최근 이상기온으로 무더운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일례로 대구는 지난 2일부터 낮 기온이 20℃를 넘어섰다. 지난 11일(토)에는 28.2℃, 12일(일) 30.9℃, 13일(월) 33.1℃, 14일(화) 30.4℃까지 치솟았다.
서울의 낮 기온도 11일 24.8℃, 12일 22.5℃에 달했고, 13일(월)에는 26.8℃, 14일(화)은 25.3℃까지 오르는 등 초여름 날씨를 보였다.
또한 고장으로 발전 정지된 원전의 불투명한 재가동 여부도 걱정을 더해준다. 지난해 11월 영광원전 3호기가 원자로헤드 관통부 결함으로 아직까지 가동을 못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제어봉 제어계통 문제로 정지된 신월성 1호기도 지난해 같은 문제로 정지했던 사례가 있어 조기 가동이 불투명하다.
국내 전력수급의 기반을 담당하는 원전의 가동정지는 전력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신월성 1호기가 멈춘 지난주에도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23일부터 3일간 수요관리를 실시했다. 현재 원전은 고장 설비 이외에도 계획예방정비 설비 400만㎾가 추가로 멈춰서 있다.
▲ 예상치 못한 원전의 가동정지는 전력수급 체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 전력거래소
이에 따라 전력당국이 사실상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5월 공급량이 수요는 웃돌겠지만 예방정비로 다수의 발전기가 발전을 중지한데다 예년과 같이 폭염이 지속될 경우 비상 상황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서다. 실제 지난해 5월에도 초여름 날씨로 인한 전력수급경보가 한 차례 발령됐었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발전소 고장이나 전력수급 체계에 문제가 생긴다면 긴급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력수급에 여유는 있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봄철 전력수급은 6월 마지막 주가 막판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앞으로 발표되는 기상청의 날씨 예보에 따라 여름철 전력수급 계획을 확정하겠지만 주요 체계를 미리 점검함으로써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예정"이라며 "영광 3호기 등 비계획정지 중인 원전 일부가 이달 내에 발전을 재개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력거래소는 지난달 30일 중앙전력관제센터가 계통운영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상황을 가정해 천안급전소에서 비상훈련을 실시했다.
▲ 전력당국은 매년 전력수급위기 대응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 전력거래소
중앙전력관제센터는 국내 모든 발전기를 제어하고 송전망을 운영하는 전력컨트롤 타워로 중앙전력관제센터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국가적 혼란이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전력거래소는 지난해에는 4회까지만 했던 훈련횟수를 올해는 12회로 3배 가량 늘리는 등 만반의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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