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GS·포스코, 이렇게까지 해서 돈 벌고 싶나?

[주장] MB정부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위험한 이유

등록 2012.09.27 10:07수정 2012.09.27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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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 산업 흐름도 ⓒ 배경석


우리나라에 천연가스가 보급된 지 25년이 흘렀다. 1980년 석유 파동 이후 석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시작된 천연가스 사업이 이제 우리나라 에너지의 15%를 담당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편리성과 안전성에서 타 에너지에 비해 우수하다. LPG나 연탄처럼 자주 갈아 주지 않아도 되고, 폭발이나 중독 등 사고의 위험이 적고 거기다 가격도 LPG의 반값 수준이다.

천연가스가 좋은 연료가 되기 위해서는 일단 싸야 하고 안정적으로 수입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소비자에게 효율적으로 공급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금까지 이 역할은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가 담당해 왔다. 우리나라는 공기업이 대량으로 구매하여 통합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값싸게 천연가스를 이용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천연가스를 두 배 이상 사용하지만, 전국이 수십 개의 도시가스사로 나누어져 있고 도입 계약도 개별적으로 하고 있어 도입가격이나 소비자 가격이 우리 보다 비싸다. 특히 주거용의 경우 우리나라에 비해 2.5배 넘게 비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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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가격비교 ⓒ 배경석


이런 가스산업을 정부는 재벌에게 나눠주려 하고 있다. 민간이 하면 더 잘 한다는 것이 이유지만, 정유산업이나 전력산업의 전례를 볼 때 현실은 반대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만약 삼성전자나 현대차를 여러 회사로 쪼개면 경쟁력이 높아진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뭐라고 할까? 누가 이런 멍청한 소리를 할까 싶지만, 정부가 그러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합병을 단행하고, 기아자동차를 현대자동차에 매각하고, 금융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메가 뱅크'를 외칠 때 정부는 국제시장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지 못하면 도태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유독 국제경쟁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에너지 산업에 대해서만은 기업 크기를 줄이지 못해 안달이 나 있다. 왜 그럴까?

민영화된 전력사업과 실질적 민영화를 꿈꾸는 가스산업   

IMF 당시 가스공사와 한국전력을 민영화하기로 결정하자 재벌과 대기업은 에너지 산업을 떼돈을 벌 수 있는 사업으로 보고 자신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와 재벌의 입장에서는 불행하게도 전력산업 민영화 법은 통과가 되었지만, 가스산업 민영화 법은 통과가 되지 못했다. 대신 자기가 소비하는 천연가스는 직접 도입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졌다. 이게 요즘 재벌과 정부가 파고드는 틈이다. 재벌과 대기업에게 직도입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 줘서 실질적인 민영화를 달성하겠다는 심산이다.


민영화된 전력산업을 보자. 민영화된 전력시장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는 SK E&S(구 K-power)는 우리나라 전체 화력발전 설비의 2%를 갖고 있지만 2010년 순이익은 3400억 원에 육박한다. 이는 전체 발전회사 순이익의 3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렇게 재벌 발전사들이 날뛰니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할 한전 자회사들도 덩달아 요금을 올리고 수익을 늘리는데 혈안이 되었다. 이번에 사단이 난 한국전력이 전력거래소를 상대로 낸 4조원대의 소송은 이런 모순의 단면이다.(지경부의 압력으로 한국전력이 소송을 취하했지만 말이다)

발전원료인 천연가스를 개별 구매하면 원료비 구입대금이 올라간다는 것은 이미 발전회사들이 유연탄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증명된 사실이다. 모든 발전회사가 천연가스 직도입을 하겠다고 한다. 더 많은 수익을 위해서다. 수급불안과 요금인상에 떠는 국민들은 아예 관심밖이다.

천연가스 직도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만들고, 중소기업은 퇴출의 위협에 시달리게 된다. 직도입을 할 수 있는 사업자는 SK, GS, 포스코 등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는 대기업들이다. 이들은 전체 소비자가 같이 누려야 할 낮은 가격의 천연가스가 가져다주는 외부효과를 활용해 내수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이다. 그들은 이것을 경쟁력이라 우기지만 불완전한 시장을 악용한 효과일 뿐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천연가스 도입계약의 특성에 대한 이해가 우선 필요하다. 천연가스는 장기계약(계약기간 : 20~25년)을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20년 전에 체결한 계약과 바로 전에 체결한 계약이 공존하고 있어 도입가격이 계약별로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천연가스 가격도 $4~17/mmbtu(유가 $100을 기준)로 다양하다. LNG를 사용하는 모든 나라가 비슷하다. 따라서 특정한 소비자를 차별하지 않으려면 모든 계약을 묶어 평균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 합리적인데, 직도입은 시장가격이 낮을 때에 직도입자가 사용할 물량을 별도로 계약해 버리는 것이다.

물론 반대로 신규 천연가스 가격이 기존 계약가격보다 비쌀 때에는 직도입자는 직도입을 하지 않는다. 불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낮아진 에너지 가격을 재벌과 대기업은 자신들의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아 중소기업을 압박하는 것이다.

GS 3사는 왜 2007년 천연가스 직수입을 포기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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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G선 모습 ⓒ 한국가스공사


실제로 GS 3사(GS 칼텍스, GS EPS 및 GS파워)는 시장이 유리했던 '04년 천연가스 직수입 계획을 정부에 제출하고 추진을 하였지만, '07년 시장여건이 불리해지자 직수입을 포기하고 가스공사에 천연가스 공급을 요청하였다. 가스공사는 높은 가격의 천연가스를 구매하여 공급하였고, 고가의 천연가스 구매에 소요된 추가비용 932억 원은 국민들이 고스란히 부담하였다. '09년 경기침체 등으로 다시 낮은 가격의 천연가스 도입이 가능해지자 GS는 직도입을 재추진하는 등 시장여건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이처럼 직도입은 국민들에게 추가부담을 전가하고 수급불안을 야기할 뿐이다. 이는 빵에서 맛있는 크림만 빼먹고 빵은 다른 사람에게 던져주는 행동(Cream-skimming)이다.

여기서 다른 모든 사람들이 직도입을 하면 어떻게 될까? 또 낮은 가격의 천연가스를 가급적 많이 들여오면 우리나라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수요를 초과하는 천연가스 수입은 기존에 계약을 해 놓은 물량을 다 소비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계약 상대방에게 패널티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답은 모든 계약을 하나의 풀(Pool)로 만들고 평균가격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직도입의 제일 큰 문제점은 수급불안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에너지와 식량은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재화이기에 안정적 공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시적으로라도 에너지 공급이 중단된다면 그것은 재앙이다. 가정집에 몇 시간 정전이 되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 시스템이 멈추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정부의 가스산업 직도입 활성화 정책은 천연가스 수급관리를 개별 사업자에게 책임지게 하는 것으로 통합적으로 관리할 때 보다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직도입도 모자라 직도입 사업자의 수급관리 근거가 되는 저장시설 확보 최저기준도 폐지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른바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부의 직도입 확대 정책, 제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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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의 모습. ⓒ 한국가스공사


정부는 그동안 가스산업 구조개편과 민영화를 위해 관련 법안을 국회에 상정시킨 게 두 번이고 각종 정책을 통해 재벌의 가스산업 진출을 지원해 왔다. 그때마다 노동조합은 시민들의 힘을 바탕으로 이를 막아왔다. 18대 국회에서 가스산업 선진화 법안이 폐기된 것도 그런 이유다. 이 때문에 정부가 더 이상 재벌들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가스산업 민영화를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고 또 다른 꼼수를 내밀었다. 대통령이 서명만 하면 얼마든지 가능한 편법, 시행령 개정으로 다시 한 번 국민을 기만하려고 하고 있다.  지경부는 7월 25일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정부의 도시가스사업법 시행령 개정 꼼수는 이제 이 정부의 무차별적인 민영화 정책 하에서 이슈가 되지도 못하고 있다. 철도, 의료, 공항 등 대기업과 재벌에게 이익이 되겠다 싶은 것은 죄다 시장화 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라서 꼼짝없이 당하게 생겼다.

정부의 꼼수를 막아 가스산업을 국민들과 중소기업의 품으로 가져올 것인지 아니면 재벌과 대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킬 것인지의 갈림길에 서 있다. 시행령 개정 여부가 판가름날 날이 이제 두 달 남짓 남았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한국가스공사노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가스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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