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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유기 조장? 이거 없으면 갓난아이 그냥 죽어요"

주사랑공동체 '영아보호' vs 관악구청 '영아유기' 충돌

등록 2012.01.19 10:01수정 2012.01.1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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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차 주사랑공동체를 방문한 기자를 한 아기가 예쁜 미소로 반겼다. ⓒ 양태훈



드르륵, 방문을 열자 돌이 채 지나지 않은 아기들이 방안에서 방긋방긋 웃고 있다. 기자가 주사랑공동체를 처음 찾은 것은 지난해 5월이었다. 1월 11일, 8개월 만에 주사랑공동체를 다시 찾았다. 아이가 크는 것은 하루가 다르다더니 갓난아기였던 아기들은 어느새 호기심 가득 어린 눈으로 방안을 아장아장 걸어 다니고 있었다.

아기들의 천진난만한 모습과 달리, 주사랑공동체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2년 전, 유기되는 아기를 넣을 수 있도록 이 공동체에서 설치한 '베이비박스' 때문이다. 유기 영아를 보호하기 위해 베이비박스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주사랑공동체와 이 설치물이 영아유기를 조장한다며 철거를 요구하는 관악구청이 대립하고 있다. 주사랑공동체의 대표인 이종락(59) 목사는 생명을 살리는 박스이기 때문에 철거할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베이비박스가 유기를 조장한다고 하지만 말이 안 됩니다. 유기는 생명을 돌아보지 않고 아무 데나 버리는 것을 말해요. 베이비박스는 유기될 상황에 처한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장치에요. 아무 데나 유기하지 말고 아이를 안전하게 놓으라는 것이죠."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 철거가 곧 아이들을 죽게 내버려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철거 요구를 하는 관악구청에 '베이비박스를 없애면 다른 대안이 있느냐'고 물어보니 아무 말도 못 하더군요. 베이비박스는 영아 유기를 방지하기 위해 있는 대안인데 이걸 없애는 것은 이전처럼 아이들을 밖에서 죽게 하는 것과 같은 거예요."

하지만 관악구청은 "베이비박스가 언론에 알려진 이후 유기 아동이 급증했다"며 "자진 철거를 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관악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관악구에 유기 아동이 2009년에는 1명이었는데 2011년에는 24명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영아유기는 분명 불법인데, 베이비박스가 영아 유기를 하도록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며 "양육할 수 없을 때에는 영아의 보호를 위해 자진해서 법적으로 인정된 보호시설에 입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비박스 갈등 후 갑작스럽게 장애인 활동보조인 지원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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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 보호 vs 영아 유기의 논쟁이 되고 있는 베이비박스 ⓒ 양태훈


문제는 주사랑공동체와 관악구청이 갈등을 빚으면서, 주사랑공동체에 대한 지원이 끊겼다는 점이다. 관악구청은 지난해 4월부터 베이비박스 철거를 요구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장애인 활동보조인 지원을 갑자기 중단했다. 지원 중단에 대해 이 목사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2년여간 전신마비 아이들을 도와주던 활동보조인 4명을 통보도 없이 딱 끊어버렸어요. 활동보조인들이 없으니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일상생활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죠. 나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장애인 활동보조 지원은 장애인복지법상 만 6세 이상부터 만 65세 미만 1급 장애인에게 가사 및 이동보조 등 일상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지원 폭이 더 넓어진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로 전환됐지만, 주사랑공동체는 이 시기에 오히려 지원이 끊겼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주사랑공동체가 미신고 시설이기 때문에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기준에 맞지 않아 지원이 중단된 것"이라며 "해당 시설에 대한 서류 검토 과정에서 적합하지 않아 그렇게 된 듯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원 중단이 베이비박스와는 별개 문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목사는 "구청에서는 미인가 시설이라서 지원이 안 된다고 하지만, 주사랑공동체는 시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주사랑공동체는 장애아동의 양육과 치료 보호로 사업자등록을 한 가정공동체이자 신앙공동체예요. 그런데도 관악구청은 자꾸 '미인가 시설이니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보내라'고 압박하고 있어요."

이종락 목사는 관악구청에서 지금도 베이비박스를 철거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엄포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인가 시설이라는 이유로 수급자 신청도 받아주지 않고 있단다.

"사람을 살리기 위한, 살릴 수 있는 법 만들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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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랑공동체 봉사자 품에 안겨있는 아기 ⓒ 양태훈


"이곳에는 아픈 아이들이 많아서 병원비가 만만찮아요. 저희가 수급을 원하는 것도 아이들 병원비 지원 때문이죠. 이번 달에도 아이들 수술만 두 건이었고, 지난달에는 세 아이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어요. 중환자실은 아무래도 건강보험이 안 되는 치료가 많아 경제적 부담이 될 수밖에 없죠. 하지만 수급자 신청을 받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어요."

이 목사는 유기될 위험이 있는 아이들을 제도적으로 보호하지 못하기 때문에 베이비박스가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태어나자마자 바로 포기되는 아이들, 즉 장애아, 미숙아, 미혼모(부) 아이들 등이 갈 곳이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우리나라가 해마다 출산율이 줄고 있는데, 정부가 왜 태어난 아이를 돌보지 않는 건지 태어난 아이를 살리는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오는 아이들의 60~70%가 10대로부터 태어나요. 그들이 입양기관이나 보호기관에 상담하면, 부모 혹은 남자친구와 함께 오라고 하거나 한 달 뒤에 다시 오라고 하죠. 하지만 출산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보호자를 데려오기란 쉽지 않죠. 아기를 빨리 안전하게 두고 본래 생활로 돌아가야 하는 현실에서 아기를 오래 데리고 있을 수도 없기도 하고요. 이들은 시간을 다투기 때문에 결국 유기까지 이르는 거예요."

이 목사는 그래서 사람을 살리기 위한, 살릴 수 있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정부는 무관심과 무대책으로 있기 때문에 제가 이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것이 공무원의 임무인데, 아이들을 살리는 베이비박스를 철거하는 것이 임무라니….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약자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피해를 주고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그는 베이비박스를 통해 오히려 아이를 가족의 품에 다시 돌려보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러 왔지만, 이 목사와의 대화 끝에 생각을 바꿔 아이를 다시 데려간 이만 14명이 된다고 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면 '딩동' 벨소리가 나요. 저희가 내려가는데 10~15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때때로 그 앞에 사람이 서 있기도 합니다. 그이와 대화를 통해 형편과 상황을 봐서 아이의 생명이 위험할 것 같으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좀 더 노력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때는 아이를 키우도록 더 노력해보라고 설득하죠."

"혹시라도 그곳에서 아이가 사망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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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랑공동체의 대표인 이종락 목사는 생명을 살리는 베이비박스를 철거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 양태훈


물론, 이종락 목사는 베이비박스를 악용하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확고히 말했다. 정말 아이의 생명이 위험할 때, 아이들이 희생당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제게도 장애를 갖고 태어나 25년간 누워있는 아들이 있기 때문에, 이 아이를 통해 고통 받는 아이들의 눈물을 알게 됐어요. 제 아들이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한 거죠. 제게는 바깥에 버려져 죽어가는 아이들의 신음소리, 엄청난 고통이 들립니다. 그 소리를 듣고도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과연 국민을 살리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아이들의 손을 잡아서 건져 올린 것뿐이에요. 아이가 물에 빠졌는데, 아이의 손을 잡아서 올려야 할지 그대로 빠지도록 내버려둬야 할지 그건 국민이 판단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아이가 버려지지 않을 때까지, 앞으로도 베이비박스를 통한 생명 살리기 운동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제게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생명살리기 운동을 계속하면서 주사랑공동체를 행복한 공동체로 만드는 거예요. 이곳에 있는 아이들의 치료와 교육에 힘써서 사회의 1할로 잘 살아가도록 잘 키우는 게 작은 소망입니다."

한편, 관악구청 관계자는 "만일 베이비박스가 필요하다 해도 법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것이 맞고, 지자체의 기준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 상태로는 위험 가능성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이야기다. 그는 "베이비박스는 담장에 구멍을 뚫어서 만든 것인데, 혹시라도 그곳에서 아이가 사망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아직까지 그런 문제는 없지만, 위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관악구청은 유기아동이 발생했을 때 절차에 의해 안전한 보호시설에 보내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현재 베이비박스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경찰과 구청에 신고돼 어린이 시립병원을 거쳐 보호시설로 보내진다).

현재 베이비박스와 관련한 법적 규정은 없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지금은 베이비박스 설치와 관련한 어떠한 법적 기준도 없기 때문에 구청에서 임의로 판단할 수는 없다"며 "시설이 적법인지 불법인지 제도적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줄 것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한 상태"라고 전했다.

결국,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주사랑공동체와 관악구청의 공방은 보건복지부의 대답에 따라 달라지게 됐다. 하지만 베이비박스 논쟁의 출발이 '유기 영아 보호'라는 점에서, 보건복지부의 유기 영아를 위한 진정성있는 대책과 베이비박스에 관한 신속한 답변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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