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들, 연구교수·연구강사로 바꾸자"

[보따리강사 이야기 23] 고등교육법 개정안 잇단 발의... 봄 오려나

등록 2009.11.24 09:52수정 2009.11.24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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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들에게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학내 구성원으로서 더 이상 차별받지 않도록 하자."

'불평등'과 '부당한 대접'의 굴레 속에서도 대학 강의실의 절반 가량을 묵묵히 지켜온 시간강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다. 그들에게도 정령 봄은 찾아 오는 것일까. 비록 늦었지만 이제라도 교원지위를 부여해 주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에서 잇따라 제기돼 주목을 끈다.

30여 년간 대학 강사들을 옥죄어 왔던 고등교육법 개정안이 지난 8월에 이어 최근까지 두 차례 발의됐다. 교원으로 신분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게다가 비정규직법에 갇혀 집단해고의 된서리를 맞은 전국 7만여 대학 시간강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만하다.

그러나 논의의 불씨만 던져졌을 뿐, 불씨가 과연 활활 지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만 됐을 뿐,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자동 폐기된 뼈아픈 전례가 있기 때문. 게다가 여당의원들이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기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야당의원 10명 "대학 교원에 시간강사 추가, 법적 처우 개선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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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법 개정안 국회 교육과학기술위 소속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대학강사의 신분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 김진표 의원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이하 교과위) 소속인 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총대를 멨다. 그는 17일 대학강사의 신분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대학교 교원에 연구강사 및 시간강사를 추가함으로써 이들에 대한 법적인 처우를 개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의원은 입법배경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4대 보험 혜택이 없고 저임금 상태에 놓인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라고 정부에 권고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대학들의 차별은 여전히 심각하다"고 밝혔다.

이번 고등교육법 개정안 발의는 김 의원을 포함해 김영진, 김춘진, 안민석, 최재성, 이찬열, 최영희, 홍영표, 권영길, 조승수 의원 등 모두 10명의 야 3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것이어서 무게가 더욱 실린다.

이들은 제안이유에서 "2004년 국가인권위는 시간강사에 대하여 대학강의의 50%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신분이 보장되지 않고 의료보험·국민연금 등 4대 보험 혜택이 없으며,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임금 상태를 개선하라고 교육인적자원부에 권고한 바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시간강사들의 법적 지위 및 처우는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대학들은 비정규직 보호법을 회피하기 위하여 주 직업이 있는 강사만 고용하거나, 수업시수를 5시간 미만으로 계약하는 등 시간강사들을 이기적으로 이용하고 있어 시간강사들의 차별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고 이들은 제안서에 적시했다.

고등교육법 제14조 제2항 중 '교수·부교수·조교수 및 전임강사'를 '교수·부교수·조교수·전임강사 및 강사(연구강사 및 시간강사)'로 하여 강사들에게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여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자는 게 이번 발의의 기본 취지다.

이상민 의원 등 11명 "시간강사 포함, 연구교수제 실시" 발의

이에 앞선 지난 8월에도 유사한 발의가 있었다. 이상민 자유선진당 의원은 8월 11일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고등교육법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의원 외에도 발의자 명단에는 변웅전, 김용구, 김창수, 이진삼, 류근찬, 김낙성, 이재선, 권선택, 임영호, 김재윤 의원 등 모두 11명의 의원들이 포함됐다.

자유선진당 의원들이 주를 이뤄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고등교육법 개정안은 교원 범주에 시간강사를 포함해 전임강사 수준으로 처우를 개선한다는 내용이 골자를 이뤘다.

이들은 제안 이유에서 "현행법상 학교에 두는 교원의 범위가 전임강사까지로 되어 있고 시간강사는 교원 이외의 교원인 겸임교원 등으로 분리·규정되어 있다"며 "그러나 시간강사는 학교내에서 실질적인 교원으로서 일정한 교육적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그 신분에 대한 법적 지위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여 열악한 근무환경에 처하여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들에게 학교의 구성원으로서 지위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 및 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라고 이들은 덧붙였다.

대학들이 인정하는 교원의 범주에 전임강사 및 시간강사를 포함하는 연구교수를 두고, 대학에 두는 겸임교원 등의 범주에서 시간강사와 겸임교원의 범주에 들어가는 명예교수를 제외한다는 기본 취지다.

이 개정안 역시 고등교육법 제14조 제2항 및 제17조에 해당, 그동안 국회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던 시간강사 문제와 맥을 같이한다. 문제는 법안의 상정과정과 통과여부다. 국회 교과위에서 법안 상정을 위한 공청회와 충분한 논의과정이 전제돼야 가능하다.

"17대 국회 때 자동폐기... 또 불발될라" 조마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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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 천막농성 810일째... '고등교육법 개정'을 요구하며 2007년 9월 7일 시작된 국회 앞 천막농성이 어느덧 810일째를 맞고 있다. ⓒ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본


과거 수십 년 동안 대학사회를 무겁게 짓눌러 왔던 화두다. 온갖 차별을 받아온 시간강사들에게 엄연한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지위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에는 대부분 의원들이 공감하는 듯하다. 국감 현장이나 언론과 개별 인터뷰 등에서도 자주 목격됐다. 

그러나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반드시 강사들의 교원지위 회복은 이뤄져야 한다'고 인정하면서도 막상 법률개정을 위한 논의에선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그동안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의에서 수차례 대학 강사의 교원지위 회복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법 개정은 매번 불발로 그쳤다. 

지난 17대 국회에서도 시간강사의 교원지위 인정이나 차별적 처우 개선을 위한 법률안이 제출됐었다. 그러나 관련 법안들이 교육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의 토론만 거친 채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모두 17대 임기만료로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2004년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이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를 회복해야 한다는 내용을 발의했고, 2006년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과 통합민주당 이상민 의원도 힘을 보태며 탄력을 더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해결될 것 같았던 시간강사 문제는 여전히 표류 중이다.

18대 국회 들어 새로운 법률안의 제출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다가 그나마 야당의원들이 17대 국회에 제출했던 것과 동일한 법안을 제출해 놓았다. 그래서 더욱 불안하다. 더욱이 한나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국회에서 이 법률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결코 높지 않아 보인다는 우려의 시각이 높은 이유다.

시강강사 교원지위회복에 가장 불편해 하는 집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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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롭고 힘들지만 더욱 힘들고 외로운 동지들을 위해... 김동애 본부장이 국회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본

2007년부터 국회 앞에 천막을 쳐 놓고 '고등교육법 개정을 통한 비정규교수의 교원지위 회복'을 위해 800일을 넘게 천막농성을 펼쳐 온 김동애 '대학 강사 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 본부장과 남편 김영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고려대분회' 분회장은 누구보다 이 문제에 대해 할 얘기가 많다.

김동애 본부장은 "지난  17대 국회 때 보았듯이 표와 돈만 따르며 자신의 이익에 따라 합종연횡을 일삼는 의원들이 대학교육의 핵심 사안인 시간강사 문제의 당위성을 요란하게 빈말만 나누다 후순위로 밀어 놓는가 싶더니 결국 폐기되고 말았다"며 지금도 아쉬워하고 있다.

그는 이어 "가장 중요한 대학 문제이면서 가장 풀기 어렵고, 모두가 잘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정작 누구도 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바로 대학 강사 문제"라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회에서 진정성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영곤 분회장은 "국회에서 대학 강사 문제가 발의되거나 논의되면 가장 불편해 하고 반대하는 집단이 교수와 대학들"이라며 "강사들에게 강의의 절반을 담당하게 하면서도 차별대우를 고집하는 위선적 행태에 국회가 더는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 2007년 대법원은 시간강사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며 "이에 따라 마땅히 근로 계약을 하고 4대 보험을 제공 받아야 하지만 대학들은 전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7월 이후 전국 대학가에선 2년 이상 고용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규정한 비정규직법을 빌미로 시간강사를 잇따라 해고해 논란이 일었다. 112개 대학에서 올 한 해 동안 해고된 시간강사 수는 1200여 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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