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후보로부터 시장출마 권유받아"

[인터뷰] 노무현의 부산시장 후보 카드, 문재인 변호사

등록 2002.04.30 12:00수정 2002.05.05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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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변호사 ⓒ 윤성효
민주당 노무현 대선 후보가 6월 부산시장 선거에 내놓을 카드는 많다. 30일 YS를 만나면 그 카드는 수면 위로 드러날 가능성도 보인다. 27일 민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되기 직전부터 '중앙 정치권'에 새롭게 부각된 이름이 있다. 바로 문재인 변호사(49)다.

노 후보는 29일 아침 한 라디오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유일하게 '문재인'이란 이름을 거론했다. 기존 정치인들 이외에 거론된 이름이어서 그런지, 중앙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가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29일 오후 부산법원청사 바로 앞에 있는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그는 법무법인 '부산' 대표 변호사다. 총 6명의 변호사가 소속되어 있다. 노무현 후보도 이 법무법인 소속이다. 사무실 앞에는 '변호사 노무현'이란 이름이 다른 변호사들과 함께 적혀 있다. 문 변호사는 인터뷰 내내 노무현 후보를 '노 변호사'라 불렀다.

문재인 변호사는 누구인가. 부산 출신으로 경남고와 경희대 법대를 나왔다. 75년 대학 4학년 재학 중 유신반대 시위를 주도하다 구속/제적되었고, 집행유예로 풀려나 80년 복학했다. 80년 5월 18일 계엄포고령 위반으로 체포/구속되었고, 80년 6월 청량리경찰서 유치장에 수감 중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8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의 길을 걸었고, 82년 부산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다. 법무법인 '부산'의 대표 변호사이며,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산/경남 대표를 맡고 있다. 문 변호사는 사회활동이 활발하다. <한겨레신문> 창간위원과 부산지사장을 지냈고, 부산YMCA 이사장, 부산인권센터 공동대표, (사)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이사장, 부산민주시민협의회(부민협) 이사도 맡고 있다.

문 변호사는 87년 고 박종철 추모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48시간 연행되었는데, 당시 같이 활동했던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도 함께 있었다.

문재인 변호사는 '노풍'은 "방법은 달랐지만 '6월 항쟁'과 마찬가지"라며, "기성 정치권의 변화를 희망하는 국민적인 욕구의 분출"이라 평가했다. 그러면서 '노사모' 등 '노풍'을 일으킨 세력들은 "12월 대선까지 성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당선 이후라도 노무현 후보를 감시하고, 끊임없이 개혁하라고 독려하는 세력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시장 선거 출마 권유를 노 후보로부터 직접 받았다고 밝힌 문 변호사는 "정치의 무대에 설 '끼'가 없어 사양하고 싶다"면서, "가능하다면 YS와 제휴 속에서, 민주대연합 속에 정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문재인 변화사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법무법인 '부산' 현관 문에 붙어 있는 노무현 변호사 명패 ⓒ 윤성효


"부산시장 후보는 YS와 제휴가 바람직"

- 노무현 후보와 인연은?
"82년 8월 변호사 개업을 할 때부터 동업을 했다. 노 변호사가 서울로 간 기간을 제외하면 줄곧 같이 일했다. 국회 들어가기 이전까지 변호사일 뿐만 아니라 민주화운동도 같이 했다."

- 같이 변호사 활동을 한 사람이 현재 여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었는데, 어떤 느낌인가?
"정말 우리나라가 변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가졌다. 가슴이 터지도록 기쁘다. 노 변호사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며 정치에 입문할 때는 개인적인 결정이 아니라 지역의 논의에 따랐던 것이다. 당시 같이 논의했던 사람 중의 하나로, 노 변호사는 정치를 처음 시작할 때의 초심이 지금까지 바뀐 적이 없다. 이제야 그 뜻을 펼칠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변화와 개혁, 국민통합을 이룰 수 있어 기쁘다."

-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재 생각에는 출마할 뜻이 있는가?
"한마디로 곤혹스럽다. '노풍'을 함께 해야 한다는 의무감이랄까 사명감도 느낀다. 실제로 함께 하고 싶지만, 시장 후보가 된다는 것은 정치를 삶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삶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개인적 삶에 있어 정치에 뜻이 없었다."

문 변호사는 이 문제에 대해 잔뜩 부담을 안고 있는 듯, 계속해서 설명했다. "대의를 위해 개인의 삶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그런데 정치의 무대 위에 올라가려면 '끼'가 있어야 한다. 선거 치를 자신이 없다. 맞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다른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고 본다면, 이겨야 하는 절박감도 있다. 곤혹스럽다."

- 노무현 후보로부터 시장 선거 출마 권유를 직접 받았는가?
"맡아 달라는 부탁을 직접 듣고는 '맞지 않고 감당하기 어렵다'는 말은 했다. 부탁도, 노 변호사가 저의 성품을 잘 알기에 한 말이다. 여러 카드를 모색해보겠지만 대안이 안될 경우에 피하지 말고 맡아 달라는 말이었다고 본다."

- 본인이 부산시장 후보로 나설 수 없다면, 노무현 후보가 시장 후보를 정하는 데 있어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이 있다면?
"가능하다면 YS와 제휴 속에서, 민주대연합 속에 정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동안 노 변호사와 배치된 상황에 있었던 인물들은 YS와 DJ의 분열 속에 대립하면서 생겨난 것으로, 손을 잡는 순간에 해소된다. 만약에 서로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시민운동 진영에서 후보가 나오는 게 바람직하다. 그 대상은 많다."

민주노동당도 양분 가능성, '비판적 지지'로 돌아설 듯

- 앞으로 지방선거와 연말 대선에서도 영남권의 선거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선은 지금까지 지역의 정치 지형이 한나라당 일색이었다. 이회창 전 총재의 본거지처럼 되어버렸다. 실제로 이 전 총재는 개인적으로 이 지역에 대해 아무런 업적이나 공로가 없다. 그런데도 이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것은 '반DJ' 정서에 힘 입었기 때문이다. '반DJ' 대표성으로서 지지를 받은 것이다. DJ 시대가 가려는 동시에 '노풍'이 불고 있는데, 지금부터는 지역구도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역 정서를 업는 구도는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민주당에서 좋은 후보를 낸다면 부산에서도 낙관적이다. 승산이 있다. 이와 함께 대선 전망도 매우 밝다. 시간도 충분하다."

- 진보 진영, 특히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 등에서는 ‘노풍’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을 하고 있다. 지역에서 민주화운동도 해온 입장에서 이 부분과 관련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민주노동당 쪽에서 일부가 노 변호사를 비판적으로 본다.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바 그대로를 따를 수 없기에 '보수'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민주노동당 쪽에서 볼 때 '거북스런 후보'다. 국민경선 과정에서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에서 내놓고 노 후보를 도울 수는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많이 도와준 것으로 안다. 실제로 미묘해서 공개적으로 돕지는 못하고, 개인적으로라도 돕는 사람들이 지금도 늘어나고 있다."

문재인 변호사는 "진보진영에서 노 후보가 '보수여당'의 후보로 나오면 그들의 지분이 빼앗길 것이라 생각한다"면서, "민주노동당 자체도 이 문제에 있어 양분될 가능성도 있고, '비판적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노 변호사는 현역 정치인 중에 가장 진보적이고, 출신 자체가 재야 민주화운동 출신이다. 그 관점의 변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현실 정치인이기에 균형을 지키지 않는 부분은 있다고 본다. 노 후보도 우리 사회 진보 진영의 주장들을 현실적으로 가능한 부분은 소화할 것이다. 노 변호사는 진보적 성향의 인물이고, 민주노동당도 앞으로 정치적 상황와 환경을 유리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 '노풍' '노사모' 등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일어난 우리 사회의 정치적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방법은 달랐지만 '6월 항쟁'과 마찬가지다. 기성 정치권의 변화를 희망하는 국민적인 욕구의 분출이라 생각한다. 가히 혁명적 상황이라 할 수 있다. 그 동안 이런 일들이 번번이 좌절되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끝까지 가서 성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노 변호사의 당선에 그치지 말고, 이후에라도 노무현 후보를 감시해야 하고, 끊임없이 개혁하라고 독려하는 세력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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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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