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가면 '독도는 우리 땅' 안 부릅니다"

[인터뷰] 독도수호대 김점구 대표..."이젠 역사적이고 과학적인 독도 운동 필요"

등록 2007.01.30 09:36수정 2007.01.3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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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은 일본 혼슈의 시마네현이 제정한 '다케시마의 날'이다. 올해 시마네현은 다케시마의 날 기념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할 예정이다. 참가 인원을 늘리기 위해 행사일도 토요일인 24일로 바꾸고 인원도 작년의 2배가 넘는 500명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

이제 2월 말로 갈수록 독도를 둘러싼 한일 공방을 더욱 거세지고 한국인들은 또 다시 독도 열풍에 휩싸일 것이다. 하지만 더 이상 독도에 대해 감정적이고 일회적인 대응은 무의미하다. 독도에 올바른 인식과 앞으로의 해결 방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는 두 번의 인터뷰를 마련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독도수호대 대표 김점구씨다... 기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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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수호대의 김점구 대표. ⓒ 이병기

"'독도는 우리 땅'은 독도수호대에서 금지곡입니다. 그 노래 부른 정광태씨가 독도수호대 홍보 대사예요. 그래도 노래방 가면 절대 '독도는 우리 땅' 안 부릅니다. 독도는 우리 땅, 너무나 좋은 말이죠. 그런데 문제는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한 마디로 독도 문제의 모든 걸 덮어 버린다는 겁니다."

물론 '독도는 우리 땅'은 독도수호대 금지곡이 아니다. 독도수호대 김점구 대표는 이어 "농담 삼아 금지곡이라는 얘기지, 좋아한다. 독도수호대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면 노래를 들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왜 금지곡 운운하는 것일까?

'독도는 우리 땅'. 이 말은 한국 사람에게 양날의 칼과 같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가슴에 와닿는 이 말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독도 문제를 감정적으로 접근한다는 것. 반면 일본은 국제적인 학문적 연구와 교과서 채택 등 과학적 접근을 차근히 해가고 있다. 감정을 앞세운 한국과 과학을 앞세운 일본, 둘 중 어느 쪽이 설득력을 가질지는 뻔한 일. 김점구 대표는 독도 문제에 대해 좀 더 냉정하고 멀리 내다보는 접근을 요청했다. 아래는 김점구 독도수호대 대표와의 일문일답.

일본인들에게 '독도는 한국 땅'임을 설명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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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월 일본 시마네현이 발행한 <포토 시네마> 독도 특집호의 표지. ⓒ 시마네현

- 독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감정적인 면에 치우쳐 있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그런 면들을 바꾸자는 것이 바로 독도 운동의 본질입니다.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왜 그렇습니까?'라고 물어봤을 때 최소한의 논리적인 설명이 가능한 사람은 매우 적습니다.

독도 관련 시민단체 회원이나 일반인들 중에서도 독도에 관심 있는 사람들도 그래요. 어떻게 하면 (이 한계점을) 넘어갈까? 이것이 바로 독도 운동의 본질입니다. 일본이 어떤 주장을 해왔는지, 그에 대한 우리의 반론, 일본이 언급하지 않는 몇 가지 특수한 자료들을 통해서 '일본도 독도를 한국 땅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말해야 합니다."

- 독도수호대 활동 목적이 '독도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한 감정적이고 일회적인 접근 방식에서 벗어나, 명확한 근거와 자료들을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하고'라고 되어 있더군요.
"제가 일본 사람 할게요, (기자에게) 한국 사람이에요. '독도는 일본 땅인데 왜 한국 사람은 한국 땅이라고 주장하면서 경찰을 상주 시켜서 우리 일본 사람을 못 들어가게 막고 있느냐'고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대답하시겠어요?"

- 그야 당연히 독도는 우리 땅이니까.
"그러면 일본 사람은 '독도는 일본 땅이었다', 한국 사람은 또 '한국 땅이다' 그러죠. 객관적인 자료가 없다면 제3자가 봤을 때는 50대 50입니다. 때문에 일본을 이길 수 있는 이론적, 자료적 뒷받침이 되어야 하는데 그게 없다는 겁니다. '독도는 우리 땅' 노래 가사 외에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는 거죠.

가끔씩 <세종실록지리지> 50쪽 셋째 줄 얘기를 합니다. 만약 일본 사람이 '세종실록지리지 50쪽 셋째 줄 내용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어보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일까요? 그건 일본 사람이 '도요토미실록이라는 책이 있다. 거기 3권 20쪽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기록되어 있다'고 말하는 것과 똑같은 거죠.

<세종실록지리지> 50쪽 셋째 줄 내용이 이겁니다. '우산, 무릉 두 섬은 현의 동쪽 바다한가운데 있다. 두 섬은 멀지 않아 서로 왕래할 수 있으며, 날씨가 청명한 날이면 가히 바라볼 수 있다. 신라시대에는 우산국이라 불렀으며, 울릉도라기도 하였다'. 이 자체로는 독도가 우리 땅이라고 주장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합니다. 그러나 이 내용이 다른 자료의 근거로 들어갈 때는 시너지 효과가 나는 거죠.

평범한 일본 사람 하나 설득하지 못하면 우리는 어디에 가서도 주장할 수 없습니다. 우리 한국 사람들끼리는 만족하죠. 그러나 우리끼리 만족하는 주장은 절대로 무의미합니다. 우리의 독도 운동은 이 단계를 뛰어 넘어야 합니다."

- 일반인들에게 독도를 알리기 위해 어떤 홍보 활동을 하고 있나요?
"우선은 홍보 책자를 만들어서 알리고 있습니다. 또 독도 관련 행사나 전시회를 한다면서 요청이 들어오면 그걸 통해 직간접적으로 배포하고 있어요. 내용은 일반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기본적인 얘기예요. 일본은 이렇게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한다, 그것은 이런 문제가 있다, 일본이 얘기하지 않는 자료와 논증과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기록된 일본 문헌들에 대한 겁니다."

일본인 59%가 독도 문제 인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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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와 <요리우리신문>이 조사한 '한일 관계의 관심분야' ⓒ 한국일보PDF

- 독도에 대한 일본 사람들 인식은 어떤가요?
"2006년 8월에 <한국일보>와 <요미우리신문>이 조사한 '한일 관계의 관심 분야(중복응답 허용)'를 보면 1위가 독도입니다. 한국 사람 88%, 일본 사람 59%가 독도 문제라고 답했습니다."

- 일본 사람 59%요?
"네, 일본 사람 59%. 굉장히 충격적인 데이터예요. 현재 우리 국민들은 일본 사람들은 독도에 대해 거의 모른다고 알고 있을 겁니다. 이게 모르는 겁니까? 거의 60%입니다."

- 저도 일본 사람들은 독도에 관심이 별로 없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많이 다르네요.
"59%예요. 그런데도 우리는 '일본사람 관심 없어요' '우리가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어요'라고 말합니다. 일본 사람의 높은 관심과 더불어 교과서 문제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예전 일본 교과서에는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한 줄만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2006년 교과서에는 보다 자세한 설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영토 문제라고 다 기술하고 화보와 지도도 들어가요. 시마네현 교과서에는 독도에 대한 정보가 더욱 자세하게 들어가 있죠. 이런 경향은 일본에서 확대되어 가는 추세입니다.

한 10년 후를 볼까요? 한국 사람들은 독도에 대해 많이 알고 있고 꾸준히 들어왔기 때문에 관심은 떨어지게 됩니다. 한국 사람에게는 고리타분한 얘긴데 일본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는 거죠. 일본은 지방교육위원회에서 중학교 과정 교과서를 채택하는데 이렇게 독도가 거론되는 교과서를 채택한 곳이 76%입니다. 벌써 100만 명에 가까운 학생이 배웠어요.

그래서 2006년은 아주 중요합니다. 독도에 대한 일본의 역사적 인식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전환기가 바로 2006년입니다. 정책 변화의 원인은 여론인데 (독도에 대해 배운) 이런 학생들이 앞으로 10년의 일본 여론을 주도하게 됩니다. 지금 중, 고등학생들이 대학생이 되는 거죠. 결국 늘어난 여론의 관심은 일본 정부의 정책을 변화 시킬 수도 있는 거죠."

독도수호대 활동 연혁

2000.3. 1 독도수호대 창립
2000.6.28 독도사진집 '독도', 자료집 '아! 독도' 발행
2000.8.25 울릉도-독도 뗏목 탐사(독도 입도)
2001.7.14 부산-고성 '독도에서 통일로'국토대장정(~7.30)
2002.4.15 일본대사관 앞 1인 시위(100회, ~9.6)
2004.12.10. '독도의 날' 지정에 관한 청원서 제출
2005. 독도영상자료집 ‘태극기 휘날리며’ 제작 무료배포/ 독도자료집, CD발행 무료 배포 등 관련 자료 무료배포
2006.2. 시마네현 및 오키 섬 조사
2006.9. 독도의용수비대와 함께 하는 울릉도 독도탐방/ ~ 독도의용수비대 활동 연구 조사
2000.~현재 독도사진전 개최 다수(국회의원회관,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청 등)
- 한국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객관적으로 보자는 겁니다. 일본이 왜 주장을 하는지, 일본은 어떤 논거를 제시하는지, 그 논거는 어떻게 잘못됐는지 알아야 합니다. 막연하게 '역사적으로 우리 땅이었다'는 건 일본 사람들도 똑같이 하는 주장입니다. 때문에 그 주장에 대한 뒷받침을 한일 양국 중에서 누가 얼마만큼 더 많이 하느냐에 따라서 그 문제는 달라지는 거죠.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하죠. '왜 우리 땅인데 그것까지 알고 있어야 하나' '명백한 우리 땅인데...' 그건 우리만의 생각입니다.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알고 있고 동해도 일본 해로 알고 있어요. 일본이 주장하는 것을 깨는 게 진정한 독도 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을 만나더라도 자신 있게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설득할 수 있는 사람들을 양성해야 합니다. 해외에 나가거나 외국인들을 자주 접하는 사람들이 이런 인식을 가지게 되면 매우 큰 힘이 되죠. 그리고 일본 사람들 중에는 객관적인 근거로 설명하면 바뀔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야스쿠니 신사나 위안부 문제를 우리와 함께 하는 일본인들도 많잖아요. 독도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이 독도 운동을 하는 일본 사람에게 제가 물어봤어요. '독도를 한국 땅이라고 하면 주위 일본 사람들이 좋지 않은 말을 할 텐데 괜찮으십니까?' 딱 답변합니다. '독도는 한일 양국의 문제가 아닙니다. 객관적인 역사 사실입니다' 그 말을 듣고 전 놀랐어요. 그게 우리가 가지고 있는 희망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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