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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사라지고 '윤심-명심 대리전' 부각된 지방선거

[2022지방선거보도 민언련 감시단] 1차 신문모니터보고서

등록 2022.05.15 16:56수정 2022.05.1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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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지방선거보도 민언련감시단은 4월 28일 출범부터 신문·방송·종편·보도전문채널, 지역 신문·방송, 포털뉴스, 유튜브 등을 모니터링해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니터보고서는 5월 2일부터 5월 8일까지 6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신문·한국일보), 2개 경제일간지(매일경제·한국경제) 지면 선거보도에 대한 1차 양적 분석 결과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작성해 5월 14일 발표했습니다. - 기자 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새롭게 뽑힐 일꾼은 총 4125명에 이릅니다. 시․도지사 17명, 구청장·시장·군수 226명, 시·도의회 의원 872명, 구·시·군의회 의원 2988명에 전국 17개 시·도 교육감과 교육위원 5명을 합친 숫자입니다.

이들은 시민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일상의 문제를 해결할 사람들로, 대통령 한 명을 뽑는 선거 못지않게 지방선거가 중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많은 인원을 뽑는 만큼 챙겨할 정책도, 살펴봐야 할 인물도 많은데요. 언론은 유권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효과적으로 잘 전달하고 있을까요.
 
지방선거보다 '이재명-안철수 대결'에 관심


지방선거 30일 전인 5월 2일부터 8일까지 일주일간 신문 지면을 분석한 결과 '지방선거'가 언급된 기사는 총 256건입니다. 하지만 기사의 주제와 비중을 고려했을 때 지방선거 보도로 볼 수 있는 기사는 83건(32%)입니다.

나머지 기사를 분석한 결과 재보궐선거 56건(22%),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30건(12%), 인사청문회‧인선 26건(10%),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행보 15건(6%), 기타 46건(18%) 순입니다. 재보궐선거,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등 이슈가 지방선거 언급 기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5월 1주차 지방선거가 언급된 신문보도 주제 분석 및 보도건수(5/2~7)
5월 1주차 지방선거가 언급된 신문보도 주제 분석 및 보도건수(5/2~7)민주언론시민연합
 
가장 지방선거에 무관심한 신문은 한국경제입니다. 일주일간 지방선거 보도가 4건에 그쳐 매일경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신문이 지방선거를 언급한 보도 중 지방선거를 주로 다룬 보도가 재보궐선거를 주로 다룬 보도보다 많았으나, 동아일보와 한국일보는 재보궐선거를 주로 다룬 보도가 더 많았습니다. 즉, 지방선거를 다루면서 지방선거 자체보다 재보궐선거에 주목한 기사가 더 많았던 것인데요.

특히 동아일보는 재보궐선거를 주로 다룬 기사는 12건으로 8개 신문 중 가장 보도량이 많았으나 지방선거를 주로 다룬 보도는 7건으로 한국경제 다음으로 보도건수가 낮았습니다.

물론 국회의원 7명을 새로 선출하는 재보궐선거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보도내용을 보면 출마 여부와 출마 예정지를 간보는 정치권 움직임을 받아쓴 기사가 대부분입니다.

동아일보 <윤측, 안철수에 분당갑 출마 제안…국힘은 "험지 계양을 나서야">(5월 2일 윤다빈․강경석․전주영 기자)는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성남과 인천 중 어느 곳에 출마할지 집중한 보도입니다. 동아일보 <이, 계양을 등판 초읽기… 민주 "전략공천 열어놨다">(5월 5일 김지현 기자), <이재명-안철수, 당권 앞으로… 대선 두달만에 정치복귀>(5월 7일 허동준․윤다빈 기자)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5월 1주차 신문사별 지방선거 언급 보도 주제별 보도건수(5/2~7)
5월 1주차 신문사별 지방선거 언급 보도 주제별 보도건수(5/2~7)민주언론시민연합
 
여론조사에 파묻힌 민심, 시민 직접 인용 겨우 3회


'지방'이 주인공인 지방선거가 되기 위해서 지역민 목소리, 즉 민심을 충분히 담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일주일간 지방선거를 주로 다룬 보도 83건에서 유권자 민심이 얼마나 담겼는지 살펴봤습니다. 여론조사를 인용한 보도도 시민 의견을 담았다고 판단해 '민심이 있다'로 분류했습니다.

그 결과, 83건 중 유권자 목소리는 23건의 기사에서 총 30차례(중복 포함) 언급됐습니다. 나머지 60건의 기사에선 유권자를 찾아볼 수 없던 겁니다. 지방선거는 중앙 이슈에 밀려 충분히 보도되지도 못했는데, 유권자인 지역민 목소리는 언론에서 더 확인하기 어려웠습니다.


언론이 민심을 알아보는 방식은 여론조사, 그중에서도 후보 지지율 조사 결과에 국한됐습니다. 민심이 등장한 30회 중 21회(23%)는 후보 지지율 수치를 옮겨 쓴 방식이고, 직접 시민이 기사에 등장한 경우는 3회(3%)에 그쳤습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쓰면서 단순 지지율 외에 어떤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답변한 수치도 인용했는데요. 이 질문은 대부분 부동산에 국한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일례로 조선일보 <오세훈, 강남 이어 강북서도 앞서…송영길, 40대만 51.6%로 우위>(5월 3일 홍영림 여론조사전문기자)는 서울‧경기‧인천 유권자를 대상으로 해당 광역자치단체장과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한 내용인데요. 후보 지지율 외에 '부동산 정책을 가장 잘 추진할 후보'를 묻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을 전했습니다.

지지율 중심의 민심 살피기는 '정책'이 아닌 '인물' 위주 선거를 부추길 수 있습니다. 지지율은 후보에 대한 '호오'만 드러낼 뿐, 지지하는 후보의 어떤 정책을 왜 선호하는지, 어떻게 평가하는지, 어떤 정책이 더 만들어지길 원하는지 등 민심의 구체적인 내용은 숫자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동산' 등 특정 이슈에만 국한된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인용하는 방식 또한 민심을 다양하게 알기 어렵고 오히려 왜곡할 위험도 있습니다.
 
 5월 1주차 유권자 민심 언급 지방선거 보도 분석(5/2~7)
5월 1주차 유권자 민심 언급 지방선거 보도 분석(5/2~7)민주언론시민연합
 
지방 지우고 '윤심-명심' '대선 2라운드' '대선 대리전'

이번 지방선거 특징은 대통령 선거 이후 3개월 만에 치러진다는 점입니다. 2017년 3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이후 대통령 임기 시작이 2월에서 5월로 늦춰졌고, 6월 지방선거와 격차도 줄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방선거가 직전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지방선거 결과가 새 정부 국정과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예측이 많습니다.

언론도 이런 프레임을 그대로 이어 받아 지방선거를 '대선 연장전', '대선 2라운드'라거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갈등 구도를 부각하는 '윤심 vs 명심' 등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방선거를 ‘대선2라운드’‘윤심 vs 명심’ 등으로 표현한 보도. 위부터 순서대로 한겨레(5/2)?경향(5/2)
지방선거를 ‘대선2라운드’‘윤심 vs 명심’ 등으로 표현한 보도. 위부터 순서대로 한겨레(5/2)?경향(5/2)한겨레, 경향신문
 
언론이 '윤심' 혹은 '명심'을 중심으로 선거 유불리를 분석하는 경향이 짙어지면서 또다시 지방선거에서 '지방'은 지워지고 있습니다.

중앙일보 <"윤석열 잘하고 있다" 충청 50% 넘어 '집무실 이전'엔 반대가 찬성보다 많아>(5월 4일 윤성민 기자)는 "6·1 지방선거에서 충청 지역 광역단체장 선거는 '윤심(尹心)'이 실제 표심으로 얼마나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하며 대전‧충북‧충남 유권자 민심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직무 수행평가"를 기준으로 분석했습니다. 각 지자체 후보에 대한 지지율도 아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를 갖고 대전‧충북‧충남 유권자 민심을 분석한 겁니다.

경향신문 <달아오르는 '대선 2라운드'>(5월 2일 유정인 기자), 한겨레 <윤석열 견제냐, 국정안정이냐…경기지사 '이심윤심' 빅매치>(5월 2일 심우삼․김미나 기자)도 제목에서 '대선2라운드', '이심 vs 윤심'을 부각했습니다.

오차범위 내 수치로 이대녀‧이대남 갈등구도 부추셔

사실상 왜곡하는 방식으로 민심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선일보 <이대녀는 김동연, 이대남은 김은혜 지지>(5월 3일 양승식 기자)는 경기지역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하면서 "'이대남(20대 남성)'은 39.6%가 김동연 후보를, 41.1%가 김은혜 후보를 지지한 반면, '이대녀(20대 여성)'는 47.8%가 김동연, 22.6%가 김은혜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하며 "성(性)별로는 응답이 엇갈"렸다거나 "지난 대선 이후 성별에 따른 20대의 지지 정당이 갈리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또 다시 이대녀‧이대남 구도를 부추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해당 여론조사는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4월 29일부터 5월 1일 사이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입니다(자세한 내요응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주목할 것은 이른바 '이대남'의 김동연 후보 지지율과 김은혜 후보 지지율 격차는 1.5%p로 오차범위 내 수치란 점인데요. 즉 '이대남은 김은혜 후보를 지지한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하며 '성별에 따라 20대의 지지 정당이 갈리고 있다'고 쓰는 것은 오차범위를 무시한 틀린 분석입니다.
  
 더불언민주당 김동연 후보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에 대한 20대 남성 지지율의 오차범위 내 격차에도 ‘이대남은 김은혜 지지’라고 제목 붙인 조선일보(5/3)
더불언민주당 김동연 후보와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에 대한 20대 남성 지지율의 오차범위 내 격차에도 ‘이대남은 김은혜 지지’라고 제목 붙인 조선일보(5/3)조선일보
 
조선일보 여론조사엔 두 후보 간 격차를 보여주는 더욱 확실한 수치가 많은데요.

"김은혜 후보는 60대와 70대에서 73.4%, 65.8%로 김동연 후보(22.4%, 28.5%)에게 우위를 보였다", "김동연 후보는 특히 40대에서 64.7%의 지지를 얻어 김은혜(21%) 후보를 크게 앞섰다", "직종별로는 화이트칼라 직장인은 김동연(56.3%) 후보를 김은혜(28.7%) 후보보다 지지했고, 자영업자는 김은혜(51.2%) 후보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등의 기사 내용에서 확인할 수 있듯 격차가 뚜렷한 수치가 있음에도 무의미한 격차를 보이는 '이대남'을 앞세운 겁니다.

지난 대선 때 심각한 갈등을 야기한 '이대남', '이대녀' 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22년 5월 2일~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보도

 
덧붙이는 글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 슬로우뉴스,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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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6.1지방선거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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