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전, 나는 결혼과 마찬가지로 출산 역시 '보류' 결정을 내렸다. 아이를 가진다는 건 비할 데 없이 큰 기쁨이라지만, 그 큰 기쁨을 위해 놓칠 수밖에 없는 다른 작은 기쁨들이 내겐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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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에 대한 고민은 잠정적으로 '보류'라고 결론지었지만, 사실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아이에 대한 결정은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아이를 낳아야 할까, 말아야 할까. 아이를 낳는 경험과 낳지 않은 경험을 둘 다 하고 비교해서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결국 각자의 의견을 양쪽 귀로 듣는 수밖에는 없었다.
육아의 고단함에 대해 치열하게 묘사하는 글도 숱하게 읽어보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이제까지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최고의 기쁨을 준다는 간증(?)도 많이 들었다. 딱 죽을 것만큼 힘들고, 또 그만큼 행복하다는 것이 공통된 증언이었다. 그러나 아이에 대한 기쁨과 고됨이 어떻게 똑같은 강도로 같을까. 저마다 각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뿐이고, 그걸 듣는 나 역시 내 입장에서만 해석할 수 있을 뿐이다.
일 년 전, 나는 결혼과 마찬가지로 출산 역시 '보류' 결정을 내렸다. 아이를 가진다는 건 비할 데 없이 큰 기쁨이라지만, 그 큰 기쁨을 위해 놓칠 수밖에 없는 다른 작은 기쁨들이 내겐 너무 많았다. 싱글로 지내는 것에 거의 불만이 없다는 점, 미래보다 현재의 가치에 비중을 더 둔다는 점이 내 삶의 '노키즈'를 선택한 주된 이유였다.
귀중한 선물이 들었다는 박스를, 일단 열지 않고 지켜보기로 했다. 건강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아이를 가지는 게 더 힘든 일이라고 하니, 아마 이 결정은 마흔이 넘어갈수록 '보류'에서 '확정'으로 변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적어도 '선택'은 한 셈이니, 그것에 대한 결과 역시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다. 밥벌이와 마찬가지로 '결혼'과 '출산' 같은 인생의 중대한 결정 또한,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을 한 것이냐는 내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시간이 지나다 보니 저절로, 어쩌다 보니, 우물쭈물하다가, 남들이 다 하니까라는 이유로 하게 된 선택에는 책임을 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다. 결과가 좋아도 기껍게 행복해하지 못하고, 결과가 나빠도 제대로 반성하게 되질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내가 '선택'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지하면, 결과에 대한 책임도 기꺼이 지게 된다. 결과가 나빠도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가정을 이룬 프리랜서, 혹은 N잡러는 싱글보다 헤쳐나가야 할 산이 더 높을 것 같다. 홍현진 전 <오마이뉴스> 기자가 동료들과 함께 만든 미디어
'마더티브'를 가끔 보곤 하는데, 그들은 엄마로 살면서도 나를 지키고 싶은 엄마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분투 중이다. '워킹맘'(이 워킹에는 다양한 형태의 노동이 모두 포함된다)의 스케줄은 나의 그것보다 훨씬 살인적이었다.
그러나 다양한 밥벌이로 생계를 잇는 부부는 그만큼의 시너지가 생길 것 같기도 하다. 강원도 영월군 홍보책자인 <그렇게, 영월>을 만들 때 취재했던 한 부부의 모습에서도 그런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여행자의 노래'라는 게스트하우스 운영과 함께 도서관, 레스토랑, 기타 수업 등을 병행하는 그 부부는 함께 있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한 번밖에 살아보지 못해서 다른 삶과 비교해보니 이것이 더 좋더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끔 궁금하다. N잡러 엄마의 이야기가 말이다. 아니, 사실 육아가 웬만한 일보다 더 고되다고 하니, 일하는 부모들은 이미 N잡러가 아닌가.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은유 지음,
서해문집,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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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결혼 안 했어?" 나는 늘 답변을 요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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