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중]핵발전소 공포 나는 안전하게 살 권리가 있다
2014년 1월 14일(화)

10만인클럽이 새해를 연 주제는 ‘핵’입니다.

무엇보다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새해. 어떤 내용의 강연이 우리들의 그런 바람에 부응하는 주제일까? 먹고 사는 문제와 환경으로부터의 안전이 해결되어야 인정, 사랑, 자아실현 등 사회적 욕구로 나아간다지요. 박근혜 대통령도 국민행복의 전제조건으로 안전을 최우선 과제로 꼽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최대의 적은 무엇일까. 핵을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핵무기? 그보다 우리 생활권에 들어와 있는 핵발전소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김익중 교수(동국대 의대 미생물학)를 모셨습니다. 본질로 바로 육박해 들어가는 명쾌한 강의로 정평이 나 있는 분이지요. 경주에서 20년 동안 강의실과 집을 오가며 '얌전하게' 살아온 분이 어느 날 사회운동가가 되는 과정은 영화 <변호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탈핵’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자신의 삶으로 끌어들인 점이 그랬습니다. 경주에 방사능폐기물처리장이 건설되고, 또 뒤이어 후쿠시마 핵사고가 터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내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고 표현하십니다.

거의 매일 전국을 돌며 탈핵 강의를 했고 꼽아보니 530회. 7시간 운전해서 2시간 강의하고 집에 돌아와 이메일 확인하고 원고 쓰고 퍼자기! 그런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가 가장 절망적일 때는 '그동안 내 강의를 들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세어볼 때였다고 합니다. 3만명. 한 가지 이슈가 사회 변화로 이어지려면 100만 명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그럴려면 내가 꼬박 100년은 강의를 해야겠구나. KBS 같은 곳에서 나에게 강의 기회를 준다면...."이라고 말꼬리를 흐렸습니다. 하지만 이내 “오늘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특강은 저에게 굉장히 좋은 기회입니다. 오마이뉴스를 100만 명은 보지 않습니까?”이라고 분위기를 반전시켰지요. 그러자 자리를 함께 한 회원들은 박수로 힘을 보태는 훈훈한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김익중 교수의 강의는 소문처럼 열정적이었고 쉬웠습니다. 바로 본론에 진입하는 힘이 있었고, 과학 용어들과 수치들의 ‘권위’를 해체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복잡한 원자력발전의 원리와 구조에 대한 설명도 간명했습니다. 이런 식이죠.

"연료를 태워서 물을 끓이고 그 수증기로 증기터빈을 돌립니다. 그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전기가 되는 것입니다. 화력발전이 석탄이나 석유를 태운다면, 핵발전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을 연소시켜서 물을 끓이는 거죠. 석탄화력의 경우 연료를 매일 집어넣고 재를 꺼내는 일을 반복하지만 원자력의 경우 연소시 핵분열로 발생하는 에너지가 워낙 크기 때문에 한번 핵연료를 넣으면 약 4년 동안 밤낮없이 물을 끓이게 됩니다. 굉장하지요.

4년 뒤에는 어떻게 할까요?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핵폐기물)는 여전히 뜨겁기 때문에 물통(임시저장수조)에 넣어 찬물에 식혀야 합니다. 이게 또 10년 이상이 걸려요. 다 식으면 그 다음은? 10만년∼100만년은 안전하게 보관해야 합니다. 인류의 역사보다 긴 시간입니다. 문제는 10만년 동안 안 깨지고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고준위 핵폐기장을 만들 기술이 아직 없다는 겁니다. 원전이 있는 나라가 41개국인데, 다 몰라요.”

사고가 나지 않는, 그 ‘정상’ 상태만으로도 핵발전은 위험천만한 일이었습니다.

이날 특강에 참석한 분들은 참으로 다양했습니다. 맨 앞에 앉아 두 시간 강연 내내 지루한 기색은커녕, 필기를 열심히 하며 사뭇 진진한 표정을 보인 초등학교 6학년생도 두 명이나 있었습니다. 나중에 강의 소감을 물으니 “처음엔 좀 어렵고 무서웠지만 재밌고 신나기도 했어요”라고 말합니다.

그랬습니다. 강의는 우리 미래의 묵시론적 절망감을 느끼게도 했지만 용기와 위로를 주는 ‘반전’도 있었습니다. 전체 강의를 한번 들어보시길 강권합니다. 그리고 특별히 이번 특강은 이날 강연에 참석하신 회원님들의 동의를 구해 비회원들에게도 ‘무한 공유’키로 했습니다. 우리 모두의 행복과 건강한 미래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알아야 하는 진실이라는데 다들 동의하셨기 때문입니다.



김익중
동국대학교 교수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이사
반핵의사회 운영위원장
2011 탈핵에너지교수모임 집행위원회 위원장

Book: <한국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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