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외 5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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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엄마가 모였습니다.

안타깝게도, 바뀐 게 하나도 없는데 분노의 농도는 묽어졌습니다. 모두들 잊지 말자고 했는데 잊고 있습니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의 분노와 슬픔으로부터 배운 게 없는데 광화문을 물들였던 촛불도 새까맣게 타버린 유가족들의 심지만 남겨둔 채 꺼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엄마들은 묻고 싶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대체 누가 잘못한 것일까?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

지난 7월23일 열린 87번째 10만인클럽 특강의 주제는 ‘엄마들과 함께하는 토크콘서트’였습니다. 12살 딸 아이를 가진 늦깎이 엄마 이진순 희망제작소 부소장이 사회를 맡았습니다.

“정치적으로는 진보성향이라고 이야기했지만 막상 아이 키우면서는 진보와 보수와 때로는 수구꼴통?”

무려 5남매를 거느린 엄마 오지숙씨는 제일 큰 녀석인 중학교 1학년 큰 애에게 세살짜리 막내를 맡겨놓고 패널로 나왔습니다.

“4월28일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관련 1인 시위를 하고 있는데요, 내 아이만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게 불가능한 사회입니다. 대학 때도 시위한번 해보지 않았는데...”

‘세월호에 미쳐있다’는 정세경씨는 노란손수건의 공동대표인데요, 요즘은 중학교 3학년 딸이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을 양육한답니다.

“이렇게 경쟁적이고 생명보다 돈이 우선인 사회, 교육제도는 20년전보다 더 후퇴한 말도 안되는 대한민국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8월달에 할머니가 된다는 유경희 상담교육연구소 소장과 동화를 사랑한다는 어린이도서연구회 정책부장 이경이씨도 패널로 참석했습니다. 작은 딸이 올해 단원고를 졸업했다는 오혜란 노란손수건 공동대표의 노래공연도 펼쳐졌습니다.

이날 엄마들이 내린 결론은 나(我)였습니다. 1시간30여분동안 진행된 엄마들의 대화는 외부를 향한 비판이 아니라 우리의 성찰로 이어졌습니다.


“저는 세월호 피켓을 들고 나갈 때 중학교 아이에게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00아, 내가 이렇게 나가는 건 그 언니 오빠들만을 위해서가 아냐. 너 지금 공부하기 힘들잖아. 네가 왜 이렇게 힘들어졌는지 아니? 좋은 직업을 가지려면 좋은 학교에 보내야 해. 아이들을 한 줄로 세우는 구조 때문에 엄마들은 자기 아이를 거기에서 탈락시키고 싶지 않지. 이런 엄마들의 욕심이 너희가 힘든거야. 세월호 참사로 죽은 언니 오빠들도 같은 구조적 모순 때문에 죽은 거다. 이건 너를 위한거다.’ 사회가 아이를 억압하고 아이의 행복을 지켜주지 않는 구조가 되면 아이도 엄마가 지킬 수 없겠죠.”(오지숙)

“분노의 목표물이 구조적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 분노의 일단은 저 자신에게도 향해있습니다. 지금 엄마들은 복잡한 감정을 느낄겁니다. 내 자식을 애지중지 키우고 열심히 뒷바라지 하는 것으로 엄마역할을 다했다고 착각하는 나는 무얼까? 대부분 엄마들이 아킬레스건이 있어요. 자녀 교육이야기 나오면 참, 괴롭습니다. 얘들한테는 경쟁이 중요한 게 아니고 친구들과 잘 놀고 행복하게 지내고 꿈을 찾으라고 멋지게 이야기하죠. 그런 아이들이 정말 아무 것도 안하는 거예요. 경험하셨죠? 그럼 점점 불안해지다가 ‘그렇게 놀아도 되겠니?’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 때 엄마는 두 얼굴을 가진 존재가 되죠. 양심과 소심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이진순)

“지난 20년동안 저는 말도 안되는 제도와 구조에서 아이를 키웠습니다. 그래서 책임을 느낍니다. 20년동안 제도를 바꾸려고 노력했다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을까요? 또 어영부영 얼버무리고 가면 대한민국은 한발짝도 전진할 수 없습니다. 유가족의 편에서 함께 아파해야 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작은 행동이라도 했으면 해요.”(정세경)

“나한테 질문해야 합니다. 우리사회가 어둡고 답답하죠. 세월호뿐만 아니라 밀양-청도 송전탑 문제, 원자력 문제 등 산적해 있죠. 가정이,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럴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를 질문해보는 겁니다. 그러면 답이 나옵니다. 그 다음은 아이들에게 질문하기. 아이들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 질문하면 또 답이 나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모범답안을 아이들에게 추동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질문해서 함께 가는 게 중요합니다. 내가 관심있는 영역에서 내가 참여할 수 있는 곳에 애를 쓰는 게 필요하겠지요. 다만, 참여 과정에서 나를 희생시키지는 말았으면 합니다.”(유경희)

이날 사회를 본 이진순 소장의 마무리 멘트는 이랬습니다.

“내 가족 새끼만 입신출세 하면 된다는 전근대적인 엄마상을 벗어나서 세상밖에서도 엄마노릇을 하자고 요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게 행복한 엄마 아닐까요?”

10만인클럽 회원 여러분은 어떤 엄마이고 아빠였나요? 이날 참석하지 못하신 분들은 이 영상을 한번 보시면서 자기가 앉은 자리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져보셨으면 합니다. 남을 바꾸는 것보다 나를 바꾸는 게 쉽겠지요. 세상의 변화는 나로부터 출발하는 건 아닐까요? 타인의 고통에 대한 분노는 쉽게 증발합니다. 하지만 그걸 내면화하면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이진순
희망제작소 부소장
올드도미니언대학교 교수

오혜란,정세경
엄마의 노란손수건 공동대표
Homepage: 엄마의 노란손수건

오지숙
세월호 광화문 1인 시위 제안자
Facebook: 리멤버0416

유경희
생기랑 마음달품 소장

이경이
어린이 도서연구회 정책부장
Homepage: 어린이 도서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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