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호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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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행복지수 1위 덴마크 교육을 상징하는 '에프터스콜레'가 입시 위주의 우리 교육을 살릴 구원투수로 나섰다. 덴마크 학생의 1/4~1/3은 중학교 과정을 마친 뒤 1년 동안 고등학교에 가지 않고 에프터스콜레에서 인생을 설계한다. 서울시·경기도교육청은 올해 한국식 에프터스콜레를 도입하기로 했고, 곳곳에서 에프터스콜레를 차용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1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오마이포럼에서 최근 여러 곳에서 시도되고 있는 에프터스콜레를 우리 교육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송순재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는 지난해 말 우리나라 교사와 덴마크 에프터스콜레 관계자 사이의 대화를 소개하며 에프터스콜레를 소개했다.

"한 교사가 '덴마크 애프터스콜레와 한국의 공교육하고 비교한다면, 그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덴마크에서 온 그는 "며칠 한국에 머무르면서 받은 인상으로는 한국의 교육은 지식교육과 대학입시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덴마크 교육은 삶을 위한 교육이다."

"대학 입시 위한 한국 교육, 삶을 위한 덴마크 교육"

덴마크 교육과 에프터스콜레는 과연 무엇일까. 덴마크 교육이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10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승관 전 풀무농업기술고등학교 교장은 "남강 이승훈 선생이 1907년 오산학교를 세웠고, 1910년 덴마크 교육이 다양하게 알려지면서 '오산학교에 덴마크 교육을 접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정승관 전 교장은 "오산학교 출신인 밝맑 이찬갑 선생이 1958년 풀무학교를 세웠을 때도 덴마크 교육과의 접목을 강조했다"면서 "(우리나라 교육은) 도시·물질·간판·출세 등으로 망가졌다, (풀무학교는) 농촌·민중·정신·실력·인격 교육을 하고 있다, 덴마크 교육은 자기 정체성을 찾고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도록 한다"고 밝혔다.

그는 "풀무학교에 다닌 학생은 자존감이 강하고 두려움이 별로 없다"면서 "옳은 것에 대해 포기를 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제가 존경하는 제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15년 전부터 에프터스콜레를 연구하고 있는 송순재 감리교신학대학교 교수는 "에프터스콜레는 청소년들에게 자유로운 공부의 기회를 주고, 자기 삶을 살 수 있는 기회를 사회적으로 보장해주자는 취지로 지금으로부터 150여 년 전에 시작됐다"면서 "공교육과의 갈등과 논쟁을 거쳤지만, 지금은 에프터스콜레가 공교육과의 협력 속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학생들은 에프터스콜레에서 자신의 관심 분야를 공부할 수 있고, 인생항로를 탐색할 수 있다"면서 "에프터스콜레에 대한 사상적 배경을 제공한 그룬트비는 민주 시민사회를 준비하기 위해 시민의식을 고양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 학교는 공동체 정신에 따라 기숙학교로 운영된다"고 전했다.

이날 발제자들은 우리나라 교육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안승문 21세기교육연구원장은 "우리 교육은 세계 최악이다, 쓰레기통에 넣어야 할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제는 식민지 지배 36년 동안 식민지 교육으로 우리나라를 바꾸었고, 그 흔적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송순재 교수는 "우리나라에 학교는 존재하지 않는다,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학교로 대학에 종속돼있다"면서 "이들 학교는 존재하지만 허깨비 같은 학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 제도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교육이 지식 교육만 추구한다면 우리 몰골은 여전할 것이다, 에프터스콜레는 우리 학교 전반에 물음을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도 인생학교 만들겠다"

올해는 에프터스콜레가 우리나라 공교육에 도입되는 첫 해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오는 5월 에프터스콜레를 차용한 오디세이 학교를 출벌시킨다. 임유원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관은 "세월호 사고 이후 한국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학생들을 '가만히 있으라'라는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고 자기 결단을 못하는 나약한 존재로 두지 말아야 한다, 지혜롭고 자기 결정능력을 가질 수 있도록 1년의 표류를 허용하는 교육과정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한 보수언론이 (오디세이 학교와 관련해) 허위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좋지 않은 시선으로 오디세이 학교 출범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며 "오디세이 학교를 스펙으로 생각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있는데, 그러한 학생과 학부모는 이 학교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도 방학 때나 방과 후에 운영될 꿈의 학교를 소개했다. 또한 서울 양천구의 진로직업체험 지원센터와 제주에 마련된 삶의 예술학교도 관심을 받았다. 정승관 전 교장은 "덴마크 교육이 아주 새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교육도 많이 변화하고 있다, 희망적"이라고 했고, 송순재 교수는 "많은 선생님들이 큰 노력을 했고, 혁신학교는 우연한 결과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승문 21세기 교육연구원장은 "덴마크에는 고등학교 1학년생을 대상으로 하는 에프터스콜레,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곳도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중학교 3학년생~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단기 융합형 에프터스콜레를 만들 필요가 있다, 앞으로 에프터스콜레를 공론화하자"고 말했다.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를 통해 에프터스콜레를 소개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는 "행복한 인생이란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스스로 찾는 것이다, 내가 즐거우면 옆 사람도 즐겁다"면서 "인생을 충분히 즐기게 하는 데에 인생학교가 큰 도움이 된다, 아이디어 차원이지만 <오마이뉴스>도 인생학교를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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