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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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10만인클럽에서 역사공부 합니다.

세계적인 역사학자 카(E.H. CARR)는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정의했습니다. 과거를 향한 현재의 말걸기가 역사가 된다는 얘기겠지요. 그 말은 진보하는 역사, 나아지는 역사를 만들기 위한 인간의 분투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역사는 한번 가르쳐 준 것을 잊어버리는 자에게 매우 가혹하다”는 역사의 운명을 거스르고자 하는!

10만인클럽 90회 특강의 강사는 전우용 교수입니다. 박사논문으로 기업사를 쓰고, 또 대학강단과 여러 기관에서 활동하면서 의료사, 도시사 등을 연구한 분입니다. 정치경제 등 구조적인 것 보다 생활사에 관심을 기울여온 역사학자라 그런지 이날 특강은 특히 와닿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올 것이 왔나요? ‘서북청년단 재건준비위원회’가 총회를 열고 공식화 단계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서북청년단, 역사의 유물이 된 줄 알았습니다. 해방 이후 경찰의 좌익색출을 돕고 정권의 비호 아래 테러 만행을 저질렀던 극우집단. 미군정은 빨치산 진압과 민간인 학살에 이들을 활용하기도 했지요. 그런 범죄 집단이 재건된다니요. 누가 이들을 ‘거리’에 나오게 했을까요? 한반도의 어떤 상황이 이들에게 ‘그래도 된다’는 심리적 ‘빽’을 제공했을까요?

이날 특강은 그 연원을 거슬러가는 자리였습니다. 전 교수는 ‘광기’라는 코드로 분석했습니다. 광기는 병원이나 감옥에 감금된 자들의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인간 누구에게나 내제한 ‘놀이’의 욕망이었습니다. 신나게~ 또는 미치게~

그 미치고 싶은 욕망을 국가가 권력이 ‘관리’해 왔다는 게 전 교수의 말입니다. 미칠 때를 알려주고 풀어낼 공간을 제공하여 다시 일상으로 소환되는 일련의 과정을 인간은 역사적으로 훈련받아 왔다는 것이지요. 때론 스포츠나 축제로, 또 어떨 땐 전쟁이나 폭력으로.

하지만 근대에 이르고, 민주주주의 정착되는 과정에서 인간의 광증은 자기 통제의 범주가 됩니다. 내가 미치고 싶을 때 미치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는 통제를 개인 주체가 한다는 말이지요. 노동의 스트레스를 노래방에서 풀고 학교 공부의 부담을 다양한 특별활동으로 풀어낼 수 있는 제도적 공간을 만들어 왔습니다.

헌데! 다시 국론통일, 총력안보, 종북척결이라는 말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미쳤다, 미치지 않았다는 규정을 권력이 틀어쥐고 또 그것을 정상이라고 믿는 시대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 배경에는 ‘경제적 불황’이 자리잡고 있다는 게 전 교수의 진단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극우담론은 경제적 스트레스가 쌓이는 과정에서 조성되었습니다. 강력한 지도자가 나와서 흔들리는 경제를 잡아주었으면 하는 바램, 또 누군가를 찍어내면 내 삶이 나아질 것 같은 기대감이 순식간에 반응하면서 무차별 학살로 이어졌던 게 우리의 역사입니다.

착찹합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전 교수는 말합니다. ‘미치지 말아야지’하고 억누를 것이 아니라 누구나 미칠 수 있는 존재임을 받아들이는 것이 역사의 반복을 피하는 길이라고. 자기를 알면 오히려 억제할 수 있다고 말이지요. 그럴 때 ‘권력의 뜻’에 넘어가지 않는 광기에 관한 자기성찰이 가능해진다는 얘기였습니다.

두 시간 꽉 차게 진행된 이날 특강은 긴 여운을 남긴 자리였습니다. 숙제를 안고 가는 기분이랄까요? 회원님들, 이 영상 들으시면서 역사와의 대화를 한번 시도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전 교수는 ‘우리 역사상 가장 중요했던 순간은 언제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한마디로 답합니다. “바로 지금!”

전우용

역사학자.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
서울특별시 문화재위원
문화재청 문화재 전문위원
서울대학교병원 병원역사문화센터 교수
서울시립대학교 부설 서울학연구소 상임연구위원회 위원
트위터 : @histopian

저서
[오늘 역사가 깊다] [서울은 깊다] [현대인의 탄생] [한국 회사의 탄생]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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