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유신 헌법으로 투표권을 빼앗겼으니 내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는 게 16년만의 일인 것 같아요."

체육관 대통령 선거가 8대에서 12대까지 이어졌어요. 물론 12대 대통령은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전두환이죠. 그동안 대통령 후보는 늘 한 명뿐이었어요. 그리고 거의 100% 찬성으로 대통령이 되었죠. 부끄러움이란 걸 모르는 사람들 같아요. '4.13호헌'이 이런 체육관 대통령 선거를 계속하겠다는 뜻이었으니, 온 국민이 열 받았던 건 당연한 일이었죠.

▲ 1987년 10월 25일 고려대학교에서 개최된 '거국중립내각 쟁취 실천대회'에 참여한 2만 여명의 시민 학생들 ▲ 1987년 10월 5일 "기자회견문 - 민주화를 위한 후보단일화에 대한 재야인사들의 견해 발표", 함석헌 외 45명

1971년 이후 16년 만에 맞는 이번 대통령 선거는 오랜동안 계속되어 온 권위주의적 군사통치로부터 국민이 주인 되는 민주 체제로의 전환점이 되는 중대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이번 선거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며, 특히 전국민적 민주화 투쟁의 결과로 대통령 중심 직선제 개헌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이제 국민들의 관심이 민주 대통령 후보에 집중되고 있다.
1987년 10월 5일 "기자회견문-민주화를 위한 후보단일화에 대한 재야인사들의 견해 발표", 함석헌 외 45명

그동안 나 같은 사람들이 할 수 있었던 건 텔레비전을 통해 대통령 선거를 시청하는 것뿐이었어요. 그들은 그들만의 대통령을 뽑고 꽃가루를 날리며 박수를 쳤어요.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었지요. 우리에겐 대통령을 뽑을 주인된 권리가 없었으니까요. 그들이 우리를 구경꾼으로 만들어 버린 거에요. 투표 대신 텔레비전이나 보고 있으라는 거였죠.

요즘은 대통령 선거 이야기로 세상이 떠들썩해요. 누가 대통령 후보로 나올지 갑론을박이 한창이고요. 저쪽에선 일찌감치 노태우로 정한 것 같은데, 이쪽에선 김대중이 될지 김영삼이 될지 서로 말만 많은 것 같아 조금은 걱정이에요. 이 와중에 신민주공화당에서도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다고 하던데... 이러다 죽 쒀서 개 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 1987년 10월 29일 집회장에서 '모의 대통령 선거' 풍자극을 공연하고 있는 건국대학교 학생들

후보 단일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고 후보 단일화 실패로 만의 하나 있을지도 모를 군부독재의 재집권이 초래될 경우 국민과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심각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두 분(김대중과 김영삼)과 민주당은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 어떤 방법으로든지 후보단일화를 이룩해야 할 것이다.
1987년 10월 14일 "발표문",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