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24 14:24최종 업데이트 19.09.24 14:41
날카로운 통찰과 통통 튀는 생동감으로 가득차 있는 2030 칼럼 '해시태그 #청년'이 매주 화요일 <오마이뉴스> 독자를 찾아갑니다. [편집자말]
한때, 눈여겨보던 주스 업체가 하나 있었다. 고객이 과일과 야채를 선택하면 그 자리에서 즉시 갈아서 그대로 예쁜 플라스틱병에 담아주던 곳이었다. 당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던 시기였고 그만큼 사람들에게 인기도 많이 끌었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 올리기 좋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그래서 향후가 기대되던 업체였다.

결과만 이야기하자면 이 업체는 생각만큼 크게 성장하진 못했다. 이 업체가 등장한 그 다음 해에 쥬씨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2015년 여름에 가맹사업을 시작한 쥬씨는 그야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생과일을 갈았음에도 2000원대라는 충격적인 가격, 그리고 큰 용량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었다. 가맹사업 시작 1년 반인 2016년 말 기준으로 쥬씨는 800개가 넘는 점포를 세울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쥬씨 로고 ⓒ 쥬씨 페이스북

 
'트렌드 변화'에 취약했던 저가 생과일주스 시장

2016년의 그 영광을 마지막으로 쥬씨는 현재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공정위의 가맹사업거래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쥬씨는 2018년 말 기준 가맹점 수가 590개로 크게 줄어들었다. 매출 역시 2016년 대비 70% 가까이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2년 연속 적자 상태다.


그러다 보니 몇몇 언론들에서는 쥬씨의 사업 부진에 대해 다루며 '경기불황'이나 '소득양극화' 등에서 원인을 찾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은 잘못됐다. 어떤 비즈니스의 부진을 이야기할 때 경기불황과 소득양극화는 상습적으로 끌어오는 원인이지만 이것은 그럴싸해 보이는 원인일 뿐이지 진짜 원인은 아니다.

단적으로 쥬씨의 경우만 하더라도 그렇다. 2016년 당시 쥬씨의 성공을 이야기할 때 나오던 원인 중의 하나도 바로 '경기불황 등으로 인해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진 것'이었다. 그렇다면 2016년 대비 2018년엔 사람들이 쥬씨의 주스 한잔도 사 마시기 힘들 정도로 충격적인 경기불황과 소득양극화가 진행된 탓일까?

그게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오히려 경기불황이 유지 상태라면, 소득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면, 쥬씨 같은 저가 주스브랜드의 매출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그 반대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다른 원인이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2018년은 흑당 열풍이 불기 시작한 시기인데, 흑당밀크티들은 쥬씨의 주스보다 가격대가 높다. 경기불황이나 소득양극화를 내세운다면 이 흑당밀크티의 대성공은 모순이 된다.

충분히 지난 시점에서 돌이켜보자면 쥬씨의 대성공은 생과일 주스 시장의 성장이 본격화되던 시점에 나온 상품이란 점에서 파괴력이 컸다. '잠재 수요'가 충분한 상황에서 저가에 매우 많은 양으로 어필하니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이다. 가격과 양은 사람들에게 매우 직접적인 메시지로 와닿기 때문에, 생과일 주스 시장이 본격화되던 시기에 먹혀들 수 있었다.

하지만 원래 소비재의 경우,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가 빠르게 이루어진다. 특히 저가 시장은 강고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아니라서 트렌드 변화에 매우 취약한 약점을 갖고 있다. 쥬씨 또한 가격과 상품 전략에서 이 부분의 취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2017년은 쥬씨가 이런저런 설화에 시달리던 시기기도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2017년부터의 부진은 여러가지 부정적 이슈와 더불어 초저가 생과일 주스의 트렌드가 지나가 버린 것이 핵심적 원인이라 볼 수 있다. 2018년부터 이미 음료시장의 대세는 '흑당'이 되었기 때문이다.

'해법'은 원인 분석을 제대로 해야 보인다
 

한 흑당버블티 업체의 음료 ⓒ 오마이뉴스

 
이처럼 소비 부진을 경기불황이나 소득양극화에서 찾는 태도는 옳지 않다. 거시적인 변화보다 훨씬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소비 트렌드이기 때문이다.

소비의 방식에 있어서도 일상적인 소비지출은 줄이고 대신 꼭 사고 싶은 것, 꼭 하고 싶은 것에 더 많은 돈을 쓰는 방식으로 소비 방식의 양극화가 이루어진 지도 제법 되었다. 사람들이 과거보다 이제 중간 정도의 상품에 돈을 덜 쓰게 된 것이다. 소득의 양극화보다도 이런 소비 방식의 양극화가 미친 영향이 더욱 클 것이다.

원인 분석이 올바르지 않으면 해법도 잘못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어떠한 현상의 원인으로 경기불황과 소득양극화를 찾는 모습을 본다면, '과연 그럴까'라고 한번쯤은 되물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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