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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06 10:22 수정 2019.08.06 10:22
청주는 한국술인가, 일본술인가? 많은 이들이 청주라는 말에서 일본술 청주를 떠올리거나, 일본술의 대명사로 지금도 종종 회자되는 정종을 떠올린다. 조선시대에 청주가 있었고, 우리식 맑은 술 청주가 있는데도, 어떻게 일본 청주가 버젓이 한국에서 청주의 대명사로 통용되고 있을까?

한국 주세법에 남아 있는 일본 청주

1909년에 세금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권을 침탈한 일본인들의 주도로 주세법이 만들어졌다. 그때 술의 분류는 양성주 안에 청주, 약주, 백주, 탁주, 과하주, 기타 양조 제성할 수 있는 주류로 되어 있다.

술의 개념을 정하면서 일본 청주를 청주라 하고, 조선 청주를 약주로 밀쳐두었다.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 정부가 설립되어 1949년 10월에 새로 주세법이 제정되었다. 하지만 그 법은 일제 강점기의 법을 그대로 좇았다. 주세법이 무수히 손질되고 바뀌었지만, 주세법 속에 '청주'는 일제가 남겨놓은 그대로를 남겨두고 있다.
 

전통 방식은 항아리에 용수를 질러서 맑은 술을 괴게 하여 청주를 얻었다. ⓒ 막걸리학교

 
한국 주세법을 살펴보면, 청주는 "곡류 중 쌀(찹쌀을 포함한다), 국(麴) 및 물을 원료로 하여 발효시킨 술덧을 여과하여 제성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주세법을 보면, 청주는 "쌀, 쌀국(米麴), 물을 원료로 발효시켜 거른 것(米、米こうじ、水を原料として発酵させてこしたもの)"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주세법에 담긴 청주의 규정이 똑같다. 여기서 국(麴, こうじ)은 전통누룩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도입된 흩임누룩을 지칭한다. 그러다보니 한국에 수입된 일본 청주는 정통 청주가 되고, 한국 청주는 온데간데 없게 되었다.

청주(淸酒)는 흐린 술 탁주와 대칭되는 맑은 술이다. 한자 문화권에서 두루 사용하고, 한국에도 있고, 일본에도 있다. 한시에는 청주는 성인이라고 했고, 탁주는 현자라고 불렀다. 맑은 술을 맛보면 성인처럼 마음이 맑아지고, 탁주를 마시면 현자처럼 말이 많아져서 그랬을 것이다.

술 제조법이 담긴 가장 오래된 책인 <산가요록>(1450년경, 전순의 지음)을 보면 54가지 제법이 등장하는데, 그중에 쌀과 누룩만으로 만든 술이 40가지가 넘는다. 문화재 중에서 쌀과 누룩만으로 빚은 맑은 술로 국가지정문화재인 경주교동법주, 충북 무형문화재인 청명주, 전남 무형문화재인 진양주를 꼽을 수 있다. 우리에게도 자랑스러운 청주의 범주가 존재하는데, 청주라 부르지 못하고 약주라 부른다.

현재 주세법에서 약주와 청주는 모두 맑은술인데, 누룩을 1% 이상 사용하면 약주, 누룩을 1% 미만을 사용하면 청주라고 하는 차이만 남아있다. 이때의 누룩은 한국 전통 누룩을 뜻한다.

청주는 전통 누룩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약주와 구분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누룩 1% 미만으로 제한하겠다는 셈법으로 읽힌다. 약주와 청주를 부러 구분하기 위한 억지스러운 울타리이자, 일본식 누룩을 사용한 일본 청주를 변호하기 위한 조항밖에 안 된다.
 

술을 빚으면 맑은 술이 위로 뜨고 앙금이 가라앉는다. 맑은 술을 조심스레 분리해내면 청주가 된다. ⓒ 막걸리학교

 
1945년 일본이 패망할 무렵에 한반도에 남아있던 일본 청주 제조장의 수는, 1942년에 조선총독부에 등록된 청주 제조장이 119개였던 것으로 보아, 그쯤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 청주 제조장의 내력을 이어받은 회사가 한 군데만 남아있지만, 이를 누구도 안타까워하지 않는 것은 그 문화가 우리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수입 술에나 적용될 수 있는 일본식 청주 개념을 우리 주세법에서 그냥 놓아두고, 조선 청주의 자리를 묵살하고 있는가?

가슴 아프지만, 그것이 일제의 잔재인지조차 모르고 살아온 날들이 길다보니, 또 음식 문화 속에 깊이 침윤되다보니, 벌어진 일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제 청주라는 이름을 찾아와 조선의 청주에 돌려주어야 한다. 청주는 맑은 술이고, 약주는 약재가 들어간 술로 새롭게 경계지어야 한다.

청주 개념을 바꾸고 법을 바꾸자
 

주세법에서 약주로 분류된 술에는 약재가 들어간 술과 약재가 들어가지 않은 맑은 술이 섞여있다. ⓒ 막걸리학교

 
언어란 참 무섭다. 그 말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 개념과 물질까지도 사라져버린다. 청주를 일본술로 치부하고 나니, 우리 청주를 찾기가 어렵게 되었다. 조선 청주가 약주로 쓰이다보니, 맑은 술 청주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고, 약재가 들어간 술이 많아졌다.

청주 개념을 바꾸고 법을 바꾸자. 술을 주관하는 국세청은 집행기관이라 스스로 바꿀 수 없다고 하니, 입법기관을 움직여 바꾸자. 주세법에는 위스키도 있고, 브랜디 항목도 있다. 일본식 흩임누룩을 쓴 청주는 그냥 사케라고 불러주고, 전통누룩을 쓴 청주는 청주라 부르면 된다.

약주와 전통 청주를 뒤섞어 쓰지 말고, 약재가 들어간 술은 약주라고 부르고, 주식인 쌀만으로 빚은 맑은 술은 청주라고 부르면 된다. 그러면 청주가 일본 사케와 차별화되고, 우리술의 영역은 넓어지고, 양조용 쌀과 전통누룩에 대한 연구도 깊어지고 다양해질 것이다.

청주(Cheongju)는 한국술이다. 청주(淸酒)라는 한자의 생김새는 서로 같지만 소리말은 달라, 우리는 청주(Cheongju), 일본인들은 세이슈 또는 니혼슈라고 부른다. 쌀을 주재료로 빚는 맑은 술은 한국과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문화의 영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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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평론가, 여행작가. 술을 통해서 문화와 역사와 사람을 만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술문화연구소 소장이며 막걸리학교를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