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02 08:05최종 업데이트 19.05.02 08:05
'똑경제'는 똑똑한 경제필진 4명과 함께 매주 찾아가는 똑똑한 경제 이야기입니다.[편집자말]
 

패스트트랙 통과 항의하는 나경원과 의원들 지난달 29일 오후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회의장에서 열린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공수처, 검경수사권조정안 패트스트랙 지정이 통과되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회의장앞에서 '문재인 독재자, 오늘 민주주의는 죽었다'가 적힌 현수막을 덮고 누워 항의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2020년 4월 5일에 총선이 열린다. 많은 사람들이 늘상 대통령 선거만을 보지만, 정치는 물론이고 사회의 중요한 변화는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많이 나온다. 지난 2016년 총선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제1당이 되었다. 그 흐름을 타고 국회의장이 바뀌었고, 국감에서 최순실 국정농단이 정면으로 대두된다. 그리고는 촛불집회와 함께 한국 사회가 크게 한 번 바뀌었다.

사람들은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해서 일종의 혐오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를 둘러싼 많은 역동성이 총선에서 나온다. 2012년 대선을 돌아보자. 이명박 정부의 황당한 시기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권 교체를 예상하였다. 꼭 정권 교체를 희망한 사람들만 그런 것도 아니다. 당시 새누리당조차도 자신들의 패배를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다. 그래서 설령 소수당이 되더라도 입법을 저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자고 만든 것이 요즘 패스트트랙으로 난리가 난 바로 그 국회선진화법이다.


2012년 총선, 한국의 보수들은 패배를 어느 정도 감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정말 선전했다. 151석으로 자체 과반수를 확보했다. 기사회생. MB의 온갖 실패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살아났고, 그 기세로 대선까지 쭉 달렸다.

귀가 의심되는 얘기이기는 하지만, 현재 여당(당시 야당시절의 민주당)의 일부 모사꾼은 총선에서 참패를 하면 결국 사람들의 마음에 불이 붙어 오히려 대선에서 유리하다고 말한다고 들었다. 그럴듯한 얘기지만, 정치는 그렇게 모사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최선을 다 해도 사람들의 마음이 붙을까 말까다. 내가 굳이 2012년 총선과 대선의 사례를 얘기한 것은, 정치에도 흐름이라는 게 있어서 한 번 마음이 떠나면 다시 돌아오기 쉽지 않다는 것을 환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한번 떠난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총선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원칙적으로는 좋은 사람을 공천을 하고, 좋은 공약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렇기는 한데, 이게 어렵다. 인지상정, 자기 친한 사람들을 뽑고 싶고, 마음 잘 맞는 사람들로 차기 권력을 구성하고 싶어한다.

2012년 총선 때 박근혜의 공천 파동으로 때문에 새누리당이 난리가 났다. 그 시절을 복기해보면, 야당 시절의 집권여당은 문재인-안철수, 두 거대 정치인이 충돌하여 생긴 인한 김종인 비대위 체계로 겨우겨우 유지되고 있었다. 그리고 보수에게는 새누리당 영구집권론이 팽배해 있었다.

친한 사람들과 마음 맞는 사람들로 정치 세력을 꾸리려고 하면 결국 무리수가 나온다. 김무성의 소위 '옥쇄파동'에서 박근혜 탄핵까지, 크게 보면 하나의 흐름이다. 한국의 보수는 천당 입구에서 나락 끝까지, 수직 낙하했다.

'좋은 사람을 뽑는다'는 것은, '친한 사람을 뽑는다'는 것과는 좀 다른 말이다. '인물 선거'라는 말은, 한국식 지역 구조에서 나온 말 아닌가? 좀 촌스럽기는 해도, 여전히 유효한 말이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다. 선거 그리고 정당은 일종의 샅바 싸움이라서, 승기를 잡으면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나쁜 흐름에서는 좋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

공약이라는 눈으로 보자. 정치인들은 늘 좋은 공약을 내겠다고 하지만, 실제로 최근의 선거 중에서 공약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 선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냉정하게 본다면, 한국에서 진짜로 공약선거는 2010년 지방선거, 딱 한 번이었다. 보수가 이긴 선거에서 공약 선거 비슷하게 치룬 것은 2008년 총선에서의 '뉴타운' 공약 정도였을 것이다.

팽창하는 도시의 욕망을 타고 뉴타운을 내걸었고, 2007년 대선의 흐름을 바로 그 총선이 이어 받았다. 수도권에서 보수가 그걸로 약진했다. 그렇지만 그걸 공약이라고 하기에는 좀 부끄럽다. 2010년 지방선거에는 무상 급식이 이슈로 떠올랐다. 기억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게 당시 민주당의 1번 공약이었다. 진보가 공약으로 선거를 좌지우지한 거의 유일한 선거로 기억된다. 후에 그 기세는 꺾였지만, 무상 급식으로 시작된 흐름 하나가 결국 다음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들의 약진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중앙정치와는 약간은 결이 다른 흐름 하나가 이 때 만들어졌다.

정책의 실종

2020년 총선이 과연 무상급식 공약으로 진보의 대약진을 만들었던 2010년 지방선거에 보다 더 가까울까, 아니면 승기를 잡았다고 어영부영 선거 치르다 망한 2012년 총선에 가까울까? 냉정하게 얘기하면 2012년 총선의 복사판에 더 가깝다.

이런 상황을 분석하기에 기준이 되는 것은 정무라인 혹은 공보라인과 정책라인 중 어느 쪽이 주도해서 선거를 치르는가를 살펴보는 일이다. 두 진영이 서로 경쟁하는 것은 아니다. 서로 보완적이고 협조적인 관계인 것은 맞는데, 문재인 정부의 두드러진 특징은 정무라인 혹은 공보라인의 약진, 그리고 정책라인의 실종이다.

쉽게 비교하면, 정책라인은 공장이고, 공보라인은 판매책이다. 좋은 물건을 만들어서 널리 잘 파는 것, 그게 가장 이상적인 정치다. 8년에 걸친 클린턴 시절이 드물게 두 가지를 다 성공시킨 정권이었다. 미국의 보수로 치면, 레이건 시절에 그걸 잘 했다. 소비에트는 붕괴했고, 신자유주의 혹은 워싱턴 컨센서스라는 세계적 트렌드를 만들었다. 그렇지만 실패한 많은 정권은, 이게 삐그덕거린다.

1년 후 총선을 놓고 현재의 여당 근처에서 흘러나오는 많은 얘기들을 종합해보자. 대통령을 어떻게든 도와서 대통령의 인기로 선거를 치르자는 '정권성공론'과, 뭔지는 아직 모르지만 총선 프레임을 잘 짜서 총선을 이기자는 '프레임론', 대부분의 얘기는 이 두 가지 중에 하나로 분류된다.

뭔가 대중들의 삶을 개선하거나, 미래의 방향을 정책 공약을 통해서 제시해보자는 얘기는 청와대나 여당 사이에서 실종되어 버렸다. 공무원들이 그걸 대신 해주나? 안 해준다. 2012년 새누리당이 이런 분위기에 휩싸여서 축배를 들다가 결국 망했다.

남은 1년, 여당과 집권세력이 해야 할 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달 29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영표 원내대표. ⓒ 남소연

 
고성국과 이종근이 쓴 '고박사와 이기자의 자유우파 필승 대전략'이 사회과학 분야에서 상위권에 있다. 보수도 총선을 맞아서 담론 싸움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진보는? "이겨야 한다"는 얘기만 있지, 정치에 관심 없는 중도층이나 사느라고 너무 힘든 20~30대가 갖게 되는 자연스러운 질문, '왜?'에 대한 답이 없다.

여당의 많은 선거 전문가들은 그런 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그렇게 해서는 이기기도 어렵지만, 무엇보다도 정치를 공허하게 만드는 일이다. 언제까지 우리가 분노로만 선거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냉정하게 생각하자. 태극기의 분노를 넘어설 분노가 지금 한국에 있는가? 없다. 1년 남은 선거, 무상 급식 같은 '브랜드 공약'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건 필요한 것 같다', 기꺼이 동의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아직 시간은 1년 남았다. 야당 시절에는 어떻게든 이기기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여당 그리고 집권 세력은 대중에게 '왜?'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투표장에 간다. '한국당은 안 된다'는 것만으로 치루는 선거는 덜 재미있다. '왜?'라는 것이 있어야 신나게 투표장에 갈 수 있다. 시간은 1년이나 남았다. 희망을 기대한다.

우리의 국민경제는 공약으로부터 출발한다. 이걸 잊지 않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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