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8.07.25 14:38수정 2018.07.2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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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강에서 먹고 자다시피 했는데, 재첩을 본 기억이 없다. 오늘 하중도의 모래톱에서 우연히 재첩을 발견했을 때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이게 금강의 미래였다."

'금강의 요정'으로 불리는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는 금강에서 1급수의 전령이라고 불리는 재첩을 발견했을 때의 감격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불과 몇 개월 전 세종보의 수문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시궁창 펄이 점령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금강 모래톱을 본 첫 느낌은 이랬다. '아! 이게 정말 강다운 강이구나.' 1년 전 최악 수질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깔따구를 캤던 곳이었다. 산 강을 취재하는데, 낙동강에 나갔던 사람이 보내온 올해 첫 녹조 사진이 내 핸드폰에 떴다. 살아나는 금강에서 죽은 낙동강을 목격했다."

'낙동강 지킴이'인 정수근 시민기자(대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는 "지난겨울 낙동강의 수문을 열었을 때도 세종보 주변의 상황과 비슷했다"라면서 "금강에 와서 보니 수문 개방의 효과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예전에 안병옥 환경부 차관이 '물은 마법사'라고 말했다. 인공적으로 만든 청계천은 생태계 복원이 어려울 것을 알았는데 완공 1년 만에 생물 종이 많이 늘어난 것을 보고 한 말이다. 금강 세종보 구간을 살펴보니 그랬다. 물이 흘러서 큰 마법을 부린 걸 확인할 수 있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백서 작업을 하는 이철재 시민기자(에코 큐레이터)의 말이다. 그는 "생태계의 회복은 유황(하천의 한 지점에서 유량의 연간변동 상황)의 회복에 있다는 것을 새삼 체감했다"라고 말했다.

[금강 포럼] 수문개방 이후 금강의 미래

수문 개방한 세종보 모습 ⓒ 김종술


지난 6월 21일,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이 금강에 모였다. 2018년 4대강 탐사기획 '산 강과 죽은 강'이 현장 취재를 시작한 날이었다. 이날 4대강 독립군은 수문이 열린 세종보와 백제보 구간을 돌아보고 저녁 7시에 공주 한옥마을에서 '수문 개방 이후 금강의 미래'라는 주제의 금강 포럼을 열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과 충남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이날 포럼은 김병기 기자의 사회로 진행됐고, 4대강 독립군인 김종술, 정수근, 이철재 등 3명의 시민기자와 정민걸 공주대 교수, 김영일 충남연구원 위원, 이경호 대전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참석했다. 위의 발언은 이날 포럼을 시작하면서 4대강 독립군들이 밝힌 당일 취재 소감이었다.

이날 함께 현장을 둘러본 이경호 사무처장도 "수문을 연 뒤에 금강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것을 목격했다"라면서 "4대강이 가야 할 길을 세종보가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종술] 죽음의 강을 살리는 법

수문 개방 후 모래가 돌아온 금강. 김종술 시민기자는 이 모래가 '금강의 미래'라고 했다. ⓒ 정대희


이날 포럼의 첫 발제자는 김종술 기자였다. 그는 금강 3개 보 중에 유일하게 닫힌 백제보와 하굿둑의 개방까지 주장했는데, 발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4대강 사업 후 금강은 빠르게 죽었다. 지난 2012년 금강에선 최악의 환경사고가 발생했다. 물고기 떼죽음이다. 다음 해엔 녹조의 농도가 짙어졌다. 2014년에는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했다. 큰빗이끼벌레는 2016년도에 사라졌다. 그 뒤 환경부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 붉은 깔따구가 등장했다. 시궁창이나 하수구에 사는 생명체다. 죽음의 강이 됐다는 증거였다.

촛불혁명은 금강에도 불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업무지시로 4대강 수문 개방을 지시했다. 하지만 대통령의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16개 수문 개방을 지시했지만 공주보는 30센티미터만 열었다. 찔끔 방류였다.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승승장구했던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에서도 자리만 옮겨 같은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세종보와 공주보가 상시 개방됐다. 하지만 금강 하류의 백제보는 닫혀 있다. 위안으로 삼자면, 지금은 녹조가 옅어졌다. 상류의 보가 개방되면서 맑은 물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제보도 빨리 열어야 한다.

4대강 사업 이후에 우후죽순 생겨난 수막 재배(비닐하우스 안에 또 비닐하우스를 치고 그 위에 물을 계속해서 뿌려줌으로써 '수막'을 형성해 보온하는 농법) 농가들은 지하수 고갈을 걱정한다. 수막 재배를 하면, 보통 비닐하우스 한 동에 하루 200톤 가까운 지하수를 쓴다고 하는데, 이런 농법이 지속 가능한지 검토하고, 한편으로 피해 상황도 살피면서 수문 개방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수근] "소하천까지 제2의 4대강을 만들고 있다"

낙동강의 강바닥은 시커먼 펄이다. 정수근 시민기자는 이 펄에서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를 찾아냈다. 시궁창이나 하수구에 사는 생명체다. ⓒ 정대희


다음 발제자는 정수근 시민기자였다. 그는 낙동강이 영남인들의 식수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수문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전국적인 지천을 대상으로 '제2의 4대강 사업'이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음은 발제 요약이다. 

"지난 10년간 낙동강에서 일어난 일도 금강과 비슷하다. 2012년 낙동강에서도 열흘 동안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했다. 그리고 강바닥이 썩고, 산소가 부족해지고,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등장했다.

4대강 사업은 4대강만 망친 게 아니다. 소하천까지 궤멸시키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4대강 사업처럼 홍수 방어 논리를 내세워 소하천을 인공하천으로 만들고 있다. 이게 더 심각한 문제다. 사실 4대강 사업을 할 게 아니라 소하천에 수질 관리 사업을 해야 했다. 낙동강의 녹조가 곤죽 상태로 심각한 건, 도심하수도 한 몫 했다. 낙동강은 식수다. 하지만 지자체까지 소하천을 제2의 4대강으로 만들고 있다.

끝으로 영주댐 문제를 짚고 싶다.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세워진 댐이다. 하지만 이 댐이 들어선 후 내성천에 녹조가 발생했다. 낙동강 녹조를 희석하기 위해 가둬 둔 물이 녹조가 더 심각한 모순적인 상황이 됐다."


[이철재] "민주주의 후퇴할 때 환경파괴 심각"

이철재 시민기자는 "민주주의가 후퇴했을 때, 환경파괴가 심각했다"라고 말했다. ⓒ 정대희


이철재 기자는 4대강 파괴의 역사를 정치 사회적으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특히 4대강의 회복은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발제 요약이다.

"4대강 사업은 크게 4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가 대운하 추진 및 4대강 전환기다. 2006~2008년인데, 이 시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 공약이 반대에 부딪혔다. 전문 환경단체와 종교계, 전문가 집단의 전국적인 대응조직을 구성했고, 광우병 파동에 따른 촛불 정국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운하 포기 발언까지 끌어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면역력을 키우는 계기도 됐다. 4대강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녹색 성장과 4대강 살리기 프레임을 꺼내 들게 했다. 성장과 환경이라는 두 개의 주요 프레임으로 대운하를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정보기관이 동원됐다.

두 번째는 4대강 공사 강행기다. 2009년~2011년 10월이다. 10월인 이유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포보에서 '4대강 사업은 성공했다'라고 선언해서다. 이 시기는 4대강 사업 찬반 진영이 사활을 걸고 대립하던 때였다. MB는 광범위한 세력을 집결시켜 365일 24시간 공사 체계로 4대강 사업을 진행했다. 전문가와 종교계 등 반대 측도 대규모 장외집회와 장기농성, 점거 고공농성, 소송 등 저지 활동에 집중했다.

세 번째는 4대강 부작용 발생기다. 2011년 10월~2016년 3월까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사업은 성공'이라고 말한 뒤 한 달 만에 상주보에서 누수 현상이 발견됐다. 이후 녹조라떼와 물고기 떼죽음, 큰빗이끼벌레 등 4대강의 변화에 따라 주민 피해도 늘어났다. 국가기관과 공정위 감사, 환경부도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작용을 인정한 시기다.

네 번째는 4대강 회복 모색기다. 2016년 4월~2017년 5월까지다. 총선 결과에 따라서 국회 권력이 야대여소가 되면서 변화의 흐름이 왔다. 4대강 사업 진상규명 책임 촉구를 위한 활발한 활동이 일어났고, 촛불 정국에 따라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4호 업무 지시로 보 수문 개방을 주문했다"


이철재 기자는 4대강 사업을 시기별로 구분해 분석한 뒤, 4대강 저항운동이 성과와 한계를 짚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전 대형 개발 사업과 다르게 4대강 사업을 했다. 4대강을 점이 아니라 선으로 개발한 거다. 예로 동강과 한탄강은 반대 운동 진영이 한 지역에 반대 운동 진영이 집결해 싸웠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은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자연에 대한 전면전 수준으로 강을 파헤쳤다는 거다.

연구자들이 말한다. 민주주의가 후퇴할 때 환경파괴가 더욱 심화됐다고, 이명박근혜 정부 때 민주주의가 후퇴했고 그런 과정에서 4대강의 상처가 깊어졌다. 그래서 4대강 회복은 민주주의 회복 과정이기도 하다."


[김영일] 4대강 사업 이후 금강 수질 악화

김영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 ⓒ 정대희


이날 포럼의 4번째 발제자는 김영일 충남연구원 연구위원이었다. 그는 지난 7~8년 동안 금강을 연구한 데이터 자료를 통해 4대강 사업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다음은 그의 발제 요약이다.

"2012년에 4대강 정비 사업이 완료됐고, 이후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본류 수질은 4대강 정비 사업 초기에는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지류 하천에 있는 환경기초시설이 개선되면서 수질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수질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수문 개방 이전까지 BOD가 조금씩 증가했다. 하상에 있던 퇴적물도 악화하는 현상을 보였다.

3개 보(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상류에서 공통으로 퇴적물이 쌓여갔다. 공주보가 가장 심각했다. 여기는 녹조와 큰빗이끼벌레 창궐, 물고기 떼죽음이 일어난 장소다. 하지만 오늘 현장에 나가 측정을 해보니 펄이 거의 없었다. 모래가 나오는 지점도 있었다. 수문 개방 효과로 볼 수 있었다.

반면, 백제보 상류 지점에선 아직도 펄이 나왔다. 여기는 예전에 모래가 섞여 있던 장소다. 하지만 오늘 현장서 떠보니 펄만 나왔다. 수문이 닫혀 있고, 금강 하굿둑이 막혀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침수구간 재자연화는 지역의 접근성, 활용성, 침수 활동 등을 고려해 활용성이 떨어지거나, 거리가 멀거나, 관리가 안 되는 지역은 재자연화를 통해 보존하고 복원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정민걸] "대일밴드 붙인다고 피부 안쪽의 고름이 없어지나"

정민걸 공주대학교 교수 ⓒ 정대희


4명의 발제에 이어 토론자로 나선 정민걸 교수는 "4대강 사업은 주변 지하수위의 변화를 가져왔고, 당연히 농민들은 그 수위에 맞춰 농법을 개발해왔다"라면서 "수문 개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농민들의 입장이 아니라 보를 없앤다는 계획 속에서 4대강의 미래를 논의해야만 농민문제의 해법도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이어 "수문을 개방한 구간에는 모래가 쌓였는데, 아직도 그 밑에는 씻겨가지 않은 펄들이 있고 모래가 더 쌓일수록 펄이 단단하게 굳어진다"라면서 "그러면 강물이 지하로 침투하지 못하기에 수문개방 이후에 주변 농가들에게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피부 안쪽에서 고름이 고였는데 대일밴드를 붙인다고 상처가 치유될 수 있냐"라고 반문하면서 "강바닥의 펄층을 걷어내고 철거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비용이 더 많이 드는 보들을 철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경호] "4대강 부역자들이 살아있다"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 정대희


이경호 사무처장은 "오늘 정부와 백제보 주변의 수막 재배 농가들이 지하 수위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만 수문을 개방하기로 합의를 했다"라면서 "수문 개방 뒤에 실제 피해가 있으면 보상을 하고, 다른 농법의 농사 방법으로 전환할 수 있게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환경부와 수자원공사에는 아직도 과거 토건세력들과 함께한 적폐 세력들이 존재하는 데 정부 주요회의에 참석하면, 이런 사람들이 회의를 주도하고 다른 의견은 깡그리 무시한다"라면서 "4대강 부역자가 주요 위원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날 포럼은 2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환경적으로 4대강을 복원하는 방법에 관한 토론이 이어졌고, 정치 사회적으로 '제2의 4대강' '제 2의 이명박'의 출현을 막기 위한 해법도 제시됐다. 4대강 독립군은 '산 강과 죽은 강' 탐사 취재 첫날 포럼을 연 뒤에 금강과 낙동강의 현장 취재를 이어갔다.

<4대강 현장탐사-영화 만들기에 후원을>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6월 21일부터 금강과 낙동강을 탐사 취재하면서 '산 강과 죽은 강'을 기획 보도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4대강 사업을 소재로 한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부역자들은 아직도 4대강을 망친 죗값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4대강 다큐 영화는 불법 비자금을 집중 추적합니다. 부역자들이 받은 '떡고물'을 전격 공개합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에 맞서 싸운 4대강 독립군의 눈물겨운 투쟁도 담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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