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18.07.02 07:53수정 2018.07.02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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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24일 오후, 4대강 사업 이후 금강 실태 취재에 나선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충남 서천군 금강하구둑 부근에서 곤죽 상태인 녹조에 손을 담궈 보고 있다. ⓒ 권우성


녹색 손은 내 손이다. 페인트를 칠한 게 아니다. 악취 나는 강물 속에 잠깐 담갔다가 뺐더니 흉측한 몰골로 바뀌었다. 2015년 6월 24일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이 금강을 탐사 취재할 때 찍은 사진이다. 4대강 사업 이후 해가 갈수록 짙어졌던 녹조는 지난해에는 5월에 폈다. 매년 6월, 금강에서 이런 녹조를 찾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녹조 수색] 더욱 옅어진 까닭

지난 6월 23일, 4대강 독립군은 군산 하굿둑으로 차를 몰았다. 녹조를 수색하기 위해서다. '이명박 4대강' 사업의 금강 구역 출발점, 충남 서천군 연꽃단지 부근에서 녹조를 발견하고 투명카약을 띄웠다. ⓒ 정대희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지난 23일 탐사보도 3일 차에 녹조 수색에 나섰다. 지난해 6월 초 4대강 독립군이 탐사 취재할 때에는 3개 보에 가로막힌 전 구간에서 녹조를 목격할 수 있었지만, 상황이 변했다. 그 뒤에 공주보와 세종보의 수문이 열렸다. 많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데, 사람들이 체감할 수 있는 건 녹조다.

언론들은 매년 '녹조라떼의 강'이란 제목으로 큼지막한 사진을 보도했다. 녹조 발생 시기는 매년 앞당겨지고, 빈도수도 늘어났다. 과거 정권은 4대강 사업 이후 수질이 나빠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드물었다. 녹조의 잦은 출몰은 수질 악화의 징후였다.

이날 아침, 금강에 안개가 자욱했다. 불볕더위가 예고된 날이다. 4대강 독립군은 일찍부터 서둘렀다. 수문개방 이후 수질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1년 전 탐사취재 때보다 뜨거운 날씨였지만, 이날 녹조를 발견하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녹조 알갱이들이 강바람을 타기 전인 아침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투명카약을 자동차 지붕 위에 얹은 채 공주에서 금강 하구둑으로 급하게 차를 몰았다. 하구둑 1km 상류 지점인 서천 생태조류박물관 부근에서 차를 멈췄다. 금강 본류로 흘러드는 지천의 작은 다리 위에 올랐다. 녹조가 피었다. 본류에서 시작한 녹조가 지천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고 오탁방지막을 쳤는데, 작년과 비교할 때 농도가 눈에 띄게 옅었다.

이곳은 4대강 사업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은 적었다. 4대강 사업 구간은 2km 상류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그곳부터 수중준설을 해서 수심 6m 이상을 파냈다. 바람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4대강 독립군은 지체하지 않고 4대강 사업의 금강 구간 출발점이라고 할 충남 서천군 화양면 와초리 연꽃단지 부근으로 이동했다.

[풍경의 복원] 다시 문을 연 레저 시설

지난 6월 22일, 4대강 독립군은 공주 공산성 앞에 투명카약을 띄웠다. 수문 개방 후 달라진 금강을 조사하기 위해서다. ⓒ 정대희


"와, 올해는 수상스키를 타네요?"

나는 4대강 독립군을 태운 차를 몰면서 혼잣말을 했다. 4대강 사업 이후 녹조가 강 전역을 뒤덮으면서 지난 2년간 수상레저를 접고 문을 닫았던 곳이다. 해마다 익산시와 부여군을 연결하는 웅포대교 다리 밑부터 군산시와 서천군을 연결하는 금강하굿둑까지 녹조로 뒤덮었었던 곳이었다. 녹조가 썩어 부패하면서 악취에 눈이 따가워 접근도 못 했던 곳이다.

지난 2005년 환경운동연합과 대한하천학회가 이곳을 공동 조사할 때 독성물질인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틴이 무더기로 검출됐다. 당시 다카하시 토루(高橋 撤) 구마모토환경보건대학 교수, 박호동 신슈대학 교수, 다나카 히로시 한일환경정보센터 대표는 충격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의 먹는 물 기준 320배를 초과하는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것이었다. 박호동 신슈대학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20도 이상의 온도와 인이나 질소 농도가 높아야 녹조가 발생하는데 4대강 사업이 벌어진 모든 강물 녹조 속에서 남조류 독성 마이크로시스틴을 생산하는 종들이 발견되었다. 그중에서 판별이 쉬운 군체에서 구멍이 난 콜로린이 검출되었다. 그 종은 독성을 생산하는 종이다. 이것이 제일 많은 곳이 낙동강 다음으로 금강이다.

일본에서 한 연구 결과, 남조류 독성이 어류나 폐류의 간장에 영향을 준다. 한국에서는 녹조에 대한 분석을 안 해봤는데 일본이나 독일에서는 야채나 쌀에서도 미량이지만 축적이 된다는 다카하시 교수의 연구결과가 있다."


이런 '죽음의 강'이 수상스키를 탈 정도로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4대강 독립군은 연꽃단지로 이동하면서 인근 선착장을 비롯해 주변 곳곳을 샅샅이 훑어봤다. 지난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녹조가 줄어들었다.

[녹조의 농도] 페인트에서 녹색 물감으로

녹조가 가득한 백제보 상류에 수자원공사는 조류제거선을 띄웠다. ⓒ 김종술


3년 전 '녹색 손'을 찍었던 곳은 연꽃단지였다. 4대강 사업 이후 녹조라떼의 대명사처럼 부르던 곳이자 언론의 단골 취재 장소였다. 이번에도 역시 녹조가 보였다. 녹조 농도를 확인하려고 웅덩이처럼 긴 수로에 투명카약을 띄웠다. 카약의 바닥은 온전히 녹색이었다. 노를 저을 때마다 녹조 알갱이들이 배 밑바닥을 스쳤다.

가만히 있으니 눈이 따갑고 매캐한 냄새가 나는듯했다. 물 가장자리에는 4대강 사업 이후 이곳에서 항상 목격했던 찰진 녹조가 보였다. 상류에서 흘러내린 녹조 알갱이들이 막힌 하굿둑 때문에 바다로 흘러가지 못하고 뭉쳐있는 것이다. 심한 곳은 녹차 아이스크림이라 말해도 될 정도로 끈적거렸다. 바로 이런 모습이다.

지난 6월 22일, 충남 서천군 연꽃단지 부근에서 녹조를 발견했다. 군산 하굿둑에 가로막힌 강물이 녹색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 김종술


노 젖기를 멈추고 녹조로 범벅이 된 강물을 두 손으로 떠봤다. 물비린내가 진동했지만 3년 전과는 감촉이 달랐다. 작년의 녹조가 두꺼운 녹색 페인트 같았다면, 올해의 녹조는 녹색 물감같이 묽었다. 상류에서의 수문 개방으로 작년보다 이곳으로 유입되는 물의 수질이 좋아졌다는 것을 빼고는 해석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올해는 깨끗해졌어, 지난해까지 얼마나 심하던지 사람이 살 수 없었어."

유모차에 쌀을 실어 끌고 가던 할머니가 한마디 했다. 이곳을 찾을 때마다 말동무를 해주던 자전거 도로 안쪽 막다른 집에서 혼자 사는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2년 전까지 녹색 강물을 끌어다 쓰면서 농사를 지었다. 당시 할머니 논의 물은 파란 벼보다 더 진한 녹색이었다. 문도 열어놓지 못한다고 하소연하던 할머니였다.

지난해 녹조가 창궐했을 때 정부는 펄스 방류를 했다.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의 수문을 열어 상류에 고인 녹조를 바다로 흘러 보냈다. 하지만 제대로 빠져나가지 못한 녹조는 하굿둑부터 상류 웅포대교까지 강물을 곤죽으로 만들었다. 강물을 퍼 올려 농사짓는 농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기도 했다. 진한 녹색 강물이 옅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녹조가 없다] 수문만 개방했을 뿐인데...

지난 6월 23일, 충남 서천군 연꽃단지 앞에 투명카약을 띄웠다. 콘크리트 장벽에 가로막힌 강에 녹조가 폈다. 여긴, '이명박 4대강' 사업의 금강 부근 출발점이다. ⓒ 김종술


이날 녹조 찾기 마지막 구간은 수문이 닫힌 백제보 상류였다. 4대강 독립군은 매년 웅포대교 밑에 창궐한 녹조밭에서 투명카약을 띄워놓고 탐사취재를 벌였다. 호수에서나 자라는 마름밭은 금강 녹조의 심각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소였다. 4대강 독립군은 '녹조 곤죽'의 강에 빠져서 페이스북 생중계를 했다. 4대강 사업이 불러온 환경 참사를 고발했다.

아래 사진은 2015년 탐사보도 때 투명카약의 노를 저으면서 찍은 모습인데, '녹조곤죽'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금강엔 독이 가득하다. 녹조는 독이다.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맹독성 물질이 들어있다. 그 독이 금강을 점령했다. 물고기조차 살 수 없는 강은 강이 아니다. 늪이다. 악취가 풍긴다. 금강이 쑥대밭 됐다. '젖과 꿀이 흐르는 4대강을 만들겠다'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다. '4대강 청문회' 열자. ⓒ 정대희


하지만 3년 뒤에 찾아간 웅포대교 밑의 강물은 누런 소 오줌 빛을 띠었지만 녹색은 아니었다. 강물에 떠다니는 녹조 알갱이들이 보였지만, 전과는 달랐다. 심각하지 않았다. 강바닥 깊은 곳까지 뿌리내렸던 마름도 지난해보다는 줄어들었다. 강물을 휘젓고 다니던 수자원공사 보트도 한쪽에 얌전히 묶여있었다.

지난해 5월경부터 물가에 다가가도 눈이 따갑고 악취가 진동할 정도였다. 언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녹조 소식을 알렸고 한국수자원공사는 녹조 제거선을 띄우고 붉은 황토를 살포했다. 쾌속선으로는 강물을 지그재그로 달리면서 녹조를 풀어헤치며 다녔다.

결국, 수문만 개방하면 국민 세금으로 수억 원짜리 녹조제거선을 구입해 강물을 휘젓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지금도 수문이 닫힌 낙동강에서는 수차를 돌리고 마이크로버블기를 틀고 있지만, 수문만 개방하면 수백억 원의 세금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명박 정부는 '고인 물은 썩는다'는 명제를 부정했지만, 그게 거짓말임이 증명된 셈이다

[뜻밖의 생명체] 다시 돌아온 큰빗이끼벌레

금강에서 큰빗이기벌레를 발견했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한때 비극의 징조였던, 이 생물은 지금 희망의 전조가 됐다. ⓒ 정대희


백제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상류 쪽으로 다시 올라가 투명카약을 내렸다. 물빛은 탁했지만 1년 전에 비해 좋아졌다.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갔다. 백제보로 수위가 상승해서 수장된 버드나무 군락지를 뒤졌다. 을씨년스러운 풍경 속에 낯익은 생명체가 보였다. 죽은 버드나무 가지에 매달려 물결이 일 때마다 흔들거리는 건 큰빗이끼벌레였다.

내가 금강을 취재하다가 처음으로 발견했던 이 생명체는 지난 2014~2015년에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2~3급수의 정체된 호수에서 사는 이 생명체는 강에서는 아주 낯설었다. 무성생식으로 몸집을 키우는 큰빗이끼벌레는 물속 죽은 나뭇가지에 붙어서 자라고 있었다. 과거에는 수박만 한 크기였지만, 이번에 발견한 것은 작은 호박 크기였다.

노를 저어 다가가서 손으로 만져봤다. 미끈거리는 기분 나쁜 감촉과 냄새는 여전했다. 젤라틴 물질 같은 군체는 손에 힘을 주자 묵처럼 부서졌다. 식물성 플랑크톤과 동물성 플랑크톤을 먹고 산다고 알려진 이끼벌레 속살은 녹색을 머금은 붉은 빛을 띠었다. 손에서는 시큼한 악취와 풍겼다.

큰빗이끼벌레는 강물에 떠다니는 고목에도 붙어있었다. 수중 카메라를 넣고 살펴봤다. 나뭇가지에 다닥다닥 붙어있다. 이날 오후에 높은 파도가 일었는데, 파랑에도 쉽게 흩어지는 이끼벌레는 물 위에도 떠다니고 있었다. 상류 두 개 보의 수문개방으로 수생태계도 변화가 시작됐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2014년에 내가 금강에서 처음으로 발견했던 큰빗이끼벌레는 비극의 전조였다. 3개 보로 물을 가둔 뒤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증거였다. 2016년부터 큰빗이끼벌레가 사라졌다. 대신 최악 수질 4급수 지표종인 붉은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강바닥을 메운 시궁창 펄을 점령했다. 큰빗이끼벌레도 살 수 없는 금강, 수질이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번에 4대강 독립군이 금강에서 발견한 큰빗이끼벌레는 수질이 4대강 사업 이전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희망의 징표였다. 이렇듯 4대강 수문개방의 효과는 입증됐다. '흐르는 물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진리는 통했다. 맑은 물이 유입되면서 오랫동안 갇혀 더럽고 혼탁한 강물을 희석시켰다. 녹조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와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기쁜 소식] 마지막 보 개방... 하굿둑도 열어야

지난 6월 22일, 4대강 독립군은 금강을 찾았다. 수문 개방 후 달라진 금강을 취재하기 위해서다. 금강이 다시 흐르기 시작하면서 살아나고 있었다. ⓒ 정대희


이 기사를 정리하면서 금강에서 유일하게 닫혔던 백제보 수문도 완전 개방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명박근혜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강을 살리겠다고 주장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시행한 과학적인 모니터링 결과 이런 주장이 거짓임이 증명했다. 수문의 연 곳의 수질 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이다. 4대강 독립군 현장 탐사보도 결과와 같았다.

백제보 수문까지 열리면 금강은 자정작용을 통해 과거 모습으로 빠르게 복원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이참에 과거 군사정권 때 만든 금강 하굿둑도 전면 개방해야 한다. 금강의 진정한 복원은 강의 숨통을 틀어막은 마지막 콘크리트 보까지 모두 걷어내는 것이어야 한다.

녹조는 독이다. 녹조가 함유한 마이크로시스티스라는 물질은 간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 청산가리의 10배에 달하는 맹독이다. 수문을 열자 강물에 퍼졌던 독이 저절로 사라지고 있다. 다행이다.

하지만 4대강에 '녹조 독'을 퍼트린 자들은 아직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문을 열어 강을 점령했던 독성물질을 몰아내듯이 4대강 사업의 진실 규명을 통해 지난 9년간 민주주의를 파괴했던 정치사회적 독을 제거해야 한다. 이것이 4대강의 진정한 복원이다.


4대강 현장 탐사-영화 만들기에 후원을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은 6월21일부터 27일까지 금강과 낙동강을 탐사 보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 수문을 연 '산 강'과 아직도 이명박근혜 정권으로부터 해방되지 않은 '죽은 강'을 비교하면서 4대강 사업의 대안을 제시합니다.

또 오마이뉴스는 4대강 사업을 소재로 한 최초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듭니다. 4대강 다큐 영화는 불법 비자금을 집중 추적합니다. 부역자들이 받은 '떡고물'을 전격 공개합니다. 이명박근혜 정권에 맞서 싸운 4대강 독립군의 눈물겨운 투쟁도 담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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