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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8.07 08:17수정 2019.08.07 08:20
여름이면 뱀장어(장어) 찾는 이가 많아진다. 삼복더위에 방전된 체력을 충전하기 위해서다. 봄이 오면 강어귀에 장어 찾는 이들이 몰린다. 여름처럼 체력 보충하려는 이들이 아니다. 여름철 장어 찾는 사람들을 위해 장어 치어를 잡는 어민들이다.
 
연어는 산란을 위해 거슬러 강을 오른다. 뱀장어는 산란을 위해 강물 따라 바다로 간다. 우리나라 하천에서 살던 장어는 사이판과 괌 사이의 깊은 먼 바다에서 산란한다고 한다. 깊은 바다에서 깨어난 치어는 해류를 타고 다시 강으로, 하천으로 올라갈 때가 봄이다. 

치어를 잡기 위해 많은 어선이 강어귀로 몰린다. 이때 잡히는 장어의 치어는 자포니카(japonica) 종.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에서 먹는 장어 종류다. 장어도 지역마다 이름은 같아도 종이 다르다. 여러 장어 종류 가운데 동남아의 비콜라 종, 북아메리카산인 앙귈라 종은 국내에서도 양식한다. 

치어가 잡히는 곳은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인데, 풍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민물에서 살던 장어가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나가기 위한 출입구다. 치어가 성장을 위해 강물을 오르기 위한 입구가 풍천이다.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 '풍천', 장어들의 출입구
 
여름이면 뱀장어(장어) 찾는 이가 많아진다. 삼복더위에 방전된 체력을 충전하기 위해서다.

여름이면 뱀장어(장어) 찾는 이가 많아진다. 삼복더위에 방전된 체력을 충전하기 위해서다. ⓒ 김진영

 
봄철 강어귀에서 잡은 장어 치어는 육상에 있는 양식장으로 보내 사육한다. 6개월 이상 양식한 장어는 일정한 크기가 되면 도매상으로, 식당으로 간다. 강어귀에서 잡히지 않은 치어는 성장을 한 다음 다시 바다로 나간다. 

최근에 마구잡이로 치어를 포획해 양식에 필요한 치어가 부족해졌다. 잡는 치어가 많아지니 알을 낳을 수 있는 성어가 부족해진 탓이다. 부족한 치어를 메꾸기 위해 동남아에서, 북미에서 치어를 들여와 사육하고 있다. 

종이 다르기에 끝도 다른 것이 장어다. 1kg에 5만 원 이상 하는 곳의 장어 대부분이 자포니카다. 앙귈라나 비콜라는 저렴한 장어 식당이나 초밥 등의 재료로 쓰인다. 가격이 저렴하다고 맛까지 저렴한 것은 아니다. 다만 자포니카에 익숙한 입맛이 다른 종을 낯설어 할 뿐이다. 

장어를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한 필자 같은 사람은 그 차이를 잘 구별하지 못 한다. 거기에 양념까지 더한다면 미션 임파서블이다. 최근에는 세 가지 장어 외에 무태장어 양식도 성공했다. 일반 장어보다 몸통이 굵어 살이 많다. 무태장어는 제주도와 남해 일원에서 발견되는 장어로 한때는 천연기념물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필리핀에서 치어를 들여온 것으로 아직 대중화 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북과 전남에서 장어 양식을 가장 많이 한다. 풍천장어로 유명한 전북 고창과 전남 함평이 대표적이다. 전라도에서 생산한 장어는 전국 각지로 나간다. 그 가운데 일부는 강화도 갯벌에서 축양(畜養)하기도 한다. 축양은 어업이나 양식으로 키운 수산물을 알맞은 시설에서 보관하는 것이다.

강화도는 갯벌을 막아 축양장을 만든다. 둑을 쌓고 바닷물을 채우고 순환하는 6개월 사이, 축양장의 생태는 자연의 것과 같아진다. 축양장 바닥의 갯벌에는 새우, 망둥이, 게, 조개, 갯지렁이 등이 저마다 자리 잡는다. 전라도에서 양식한 장어를 축양장에 두 달 이상 풀어 놓는다.

축양장에 들어간 장어는 처음부터 먹이 활동을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육상 양식장에서 아침과 저녁으로 주인이 주던 사료에 길들어 있는 탓이거니와 염분 농도가 양식장보다 높아 적응기간이 필요해서다. 

일주일 정도 지나면 장어가 먹이 활동을 시작한다. 6개월 동안 만들어 놓은 생태계의 먹이가 양식장의 먹이만큼 충분하지는 않다. 양식장은 빠른 성장을 위한 먹이였다면 축양장은 생존을 위한 먹이일 뿐이다. 

성장을 위한 '양식장', 생존을 위한 '축양장'
 
강화도의 장어 양식장.

강화도의 장어 양식장. ⓒ 김진영

 
축양장에서 75일 정도 보내면 갯벌 장어가 된다. 빠른 성장을 위해 충분히 먹은 사료로 키운 살에 근육이 생긴다. 부드러운 살맛에 쫄깃한 근육 식감이 더해진 것이 강화 장어다. 비슷한 조건 아래 키운 '자포니카'라도 사육 조건이 달라지면 맛이 달라진다. 

우리가 먹는 것들에 '자포니카'를 붙인 것도 많다. 쌀에도 자포니카가 붙고, 동해에서 나는 젓새우에도 자포니카가 붙는다. 스웨덴 학자 린네(Carl von Linne, 1707~1778)가 확립한 생물 분류법에 대한 국내 자생 생물에 대한 연구가 일제시대에 진행된 까닭에 우리네 이름이 적다. 

이름뿐만 아니라 재배하는 품종 또한 우리 것이 많지 않다. 한라봉은 우리네 이름이지만 개발은 일본에서 한 것이다. 사과의 대표 품종인 부사 또한 일본에서 온 것이다. 여름에 강원도 하지 감자로 유명한 수미 감자는 미국에서 온 품종이다. 채소나 과일뿐만 아니라, 즐겨 먹는 돌김도 일본 종자가 많다.

'김진영 MD의 식탁' 시즌 1 연재를 마치며|지난해 4월에 시작한 연재 '김진영 MD의 식탁'은 이번 '장어 편'을 마지막으로 시즌 1을 끝냅니다. 잠시 휴지기를 가진 뒤 시즌 2에서는 국내 육성품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시즌 1을 쓰면서, 폼종을 알리는 과정에서 우리 품종이 적기도 했지만, 애써 육종한 우리 품종이 외면받은 현실이 가슴 아팠습니다. 

일본이나 중국, 미국보다는 품종 육성 연구가 늦었지만 매년 새로운 품종이 나옵니다. 아는 이보다는 모르는 이가 많아 슬프게 사라지는 우리 땅에서 키운 '우리 품종, 우리 식재료'에 대한 이야기로 시즌 2에서 만나뵙겠습니다. 그동안 관심있게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비슷한 조건 아래 키운 '자포니카'라도 사육 조건이 달라지면 맛이 달라진다.

비슷한 조건 아래 키운 '자포니카'라도 사육 조건이 달라지면 맛이 달라진다. ⓒ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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