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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13 18:16수정 2019.05.13 18:16
가을에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 늦봄 양파는 익으면 줄기가 넘어진다. 누가 일부러 한 듯 대개 한 방향으로 넘어진다. 땅 위 줄기가 넘어지는 까닭은 땅 아래 양파 줄기가 위, 아래로 커지기 탓이다. 처음에는 옆으로 자라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 위, 아래로 자란다. 

땅속에 있던 것이 위로 자라면서 땅을 뚫고 나온다. 우리가 먹는 동그란 모양의 양파는 뿌리처럼 보이지만 줄기다. 비늘줄기라고도 하는데, 줄기가 켜켜이 쌓여서 뿌리처럼 보일 뿐이다. 다른 형태의 땅속 줄기도 있는데 감자, 토란, 고구마가 그렇다.

양파는 4월 제주를 시작으로 꽃바람을 타고 바다 넘어 5월부터 경상남도 남해, 전라남도 해남, 고흥, 무안에서 나온다. 이 시기에 나오는 양파는 조생종으로 6월 지나서 나오는 중만생종 양파와는 달리 저장성이 약해 조금씩 자주 사야 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을 사면 쉬이 물러진다. 조생종은 잘 보관해도 길어야 한 달 반, 집에서 보관하면 그보다 짧다. 중만생종은 저장성이 좋아 이듬해 겨울까지 저장할 수 있다.

재배 면적과 중국산 양파의 수입량이 가격 좌우
 
우리가 먹는 동그란 모양의 양파는 뿌리처럼 보이지만 줄기다. 비늘줄기라고도 하는데, 줄기가 켜켜이 쌓여서 뿌리처럼 보일 뿐이다.

우리가 먹는 동그란 모양의 양파는 뿌리처럼 보이지만 줄기다. 비늘줄기라고도 하는데, 줄기가 켜켜이 쌓여서 뿌리처럼 보일 뿐이다. ⓒ 김진영


조생종 양파는 매운맛이 중만생종보다 약하고 수분도 많아 아삭한 맛도 별로 없다. 저장도 못 하고, 매운맛도 약한 것을 굳이 이 시기에 수확하는 까닭은 지난해 수확한 중만생종 양파가 저장성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봄까지 저장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양파 가격은 재배 면적과 중국산 양파의 수입량에 따라 요동친다. 근래에 중국산 양파 수입이 급감하자 국내산 양파 가격이 올랐다. 이내 조생종 양파가 쏟아지면서 가격은 바닥으로 내려가고 있다.

양파도 꽃을 피운다. 양파 꽃 보기 쉽지는 않다. 꽃이 피기 전에 수확하기 때문이다. 넓은 양파밭을 가만히 보면, 촘촘히 심은 양파 가운데 때를 모르는 것들이 종종 있다. 푸른 양파 줄기 사이에 삐죽이 솟은 가는 줄기 위로 꽃봉오리를 이고 있는 것이 있다. 철 모르는 양파가 한창 비늘줄기를 키워야 할 시기에 꽃대를 올렸다. 

꽃대를 올린 양파를 수확하면 양파 꼭지 모양이 다른 것과 달리 뾰족하다. 꽃대를 올리지 않은 양파는 두꺼운 양파 줄기 모양 따라 뭉툭하다. 삐죽하거나 몽톡한 모양으로 암수 구별하기도 하지만 동물의 암수 구별과는 엄연히 다르다. 

다만, 꽃대를 올린 것은 비늘줄기에 있어야 할 영양분이 꽃대 올리는 데 쓰였기에 맛이나 저장성이 다소 떨어진다. 낱개로 산다면 꼭지가 뭉툭한 것을, 망에 든 것을 샀다면 삐죽한 것이 있으면 먼저 먹어야 한다. 

양파를 볶으면 갈색으로 변한다. 캐러멜라이즈라고 설명하는 이들이 많은데 잘못된 설명이다. 캐러멜라이즈는 설탕 등 당분만을 가열할 때 갈색으로 변하는 화학 반응이다. 물에 설탕을 넣고 조리면 시럽이 된다. 시럽을 좀 더 가열하면 갈색 물질이 된다. 갈색 물질을 식혀 자른 것이 캐러멜이고, 엿기름으로 전분을 분해하고는 푹 고아 만들면 엿이 된다. 

양파 성분 가운데는 포도당, 과당 성분뿐만 아니라 아미노산과 지방 등 다른 성분도 있다. 아미노산과 당 성분은 고온에서 화학 반응을 한다. 캐러멜라이즈처럼 갈색으로 변하고, 여러 향기 성분도 만든다. 아미노산과 당의 화학 반응을 메일라드 반응이라 한다. 비슷한 결과물이 생기지만 단백질 유무에 따라 구분한다. 

양파는 조금씩 자주 사는 게 좋다
 
양파는 4월 제주를 시작으로 꽃바람을 타고 바다 넘어 5월부터 경상남도 남해, 전라남도 해남, 고흥, 무안에서 나온다.

양파는 4월 제주를 시작으로 꽃바람을 타고 바다 넘어 5월부터 경상남도 남해, 전라남도 해남, 고흥, 무안에서 나온다. ⓒ 김진영


양파를 볶으면 단맛이 증가한다. 볶는 과정에서 수분 증발도 한몫하지만 프로필메르캅탄이라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프로필메르캅탄은 단맛을 좀 더 강하게 느끼게 하는 성분으로 보통의 단맛보다 50~70배 정도다. 양파를 사용하는 음식에 설탕을 평소보다 조금만 써도 비슷한 단맛을 맛볼 수 있다. 

사실 볶는 과정만이 양파의 단맛을 강하게 하지 않는다. 조리 방법에 따라 양파의 단맛이 달라진다는 것을 연구한 논문을 보면, 볶는 것보다는 물에 삶을 때 단맛이 더 도드라진다고 한다. 볶는 과정에서 생기는 다양한 향기 성분보다는 양파의 단맛을 오롯이 이용하는 요리라면 삶는 것이 좋다. 

양파는 크기에 따라 가격이 매겨진다. 지름 8cm 이상이 정상품, 그 이하는 하품이다. 정상품과 하품의 차이는 크기일 뿐 맛하고는 상관없다. 농산물 선택하는 요령 중에서 가장 이상한 것이 모양이 반듯하고 예쁜 것을 고르라는 것이다. 상처 난 것은 아예 고르지도 말라고 한다. 

며칠 내로 먹는다면 상처난 것이 오히려 낫다. 찾는 사람이 적어 맛하고는 상관없이 저렴하다. 냉장고 기술은 해마다 발전하는데 채소와 과일 고르는 요령은 여전히 냉장고 없던 시절의 설명이다. 

900개가 넘는 양파 품종을 재배하거나 혹은 수입하는 실정에서 몇 가지 특징으로 좋은 양파를 고르는 요령을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미션 임파서블'이다. 게다가 산지 옵션까지 생각한다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양파 고르는 요령은 조금씩 자주, 크기나 모양과 상관없이 필요에 따라 사면 된다. 채소, 과일은 크기에 따라 맛이 달라지지 않는다. 그저 사람 눈에 보기 좋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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