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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01 18:07수정 2019.05.01 18:07
고무 같던 토종닭 백숙 경험은 한동안 토종닭은 질기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청리닭, 제주 재래닭을 맛보고 난 뒤에 그 편견이 사라졌다. 사진은 청리닭.

고무 같던 토종닭 백숙 경험은 한동안 토종닭은 질기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청리닭, 제주 재래닭을 맛보고 난 뒤에 그 편견이 사라졌다. 사진은 청리닭. ⓒ 김진영


지난 2014년, <중앙일보>에 '토종닭은 질기지 않다'는 주제로 글을 썼다. 이후로도 몇 편 토종닭 관련 글을 썼다. 토종닭의 종류와 맛, 그리고 다양한 요리법에 관한 이야기였다. 온라인에 게시된 기사에는 '고무다', '너나 먹어라', '씹기도 힘들다' 등 대부분 부정적인 댓글들이 달렸다.

2000년 전남 화순의 농장에서 토종닭 백숙을 먹은 적이 있다. 2004년 경기도 파주의 농장에서도 토종닭 백숙을 먹었다. 백숙이야 가끔 먹지만, 그 두 번은 기억에 또렷이 남았다. 내가 쓴 기사에 달린 댓글처럼 질기고 질긴 토종닭 백숙이었다. 처음은 모르고 먹었고, 두 번째는 알고 먹었다.

2000년에 먹었던 백숙은 토종닭인지 아닌지 분명하지 않다. 그 당시에는 농가에서 토종닭이라고 하면 토종닭이라고 믿었다. 농가에서 닭을 마당에 놓아 먹이면 토종닭인 줄 알았던 시기였다. 그 닭을 먹은 후 한동안 토종닭은 질긴 것으로 알았다. 

고무 같던 토종닭 백숙 경험은 한동안 토종닭은 질기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 고정관념은 2003년 한협 3호를 맛보고 나서 변하기 시작했다. 이후 청리닭, 제주 재래닭을 맛보고 난 뒤에는 편견이 완전히 사라졌다. 

시장에 내려고 토종닭을 오래 키우지는 않는다
 
육계는 씹으면 툭툭 끊어진다는 느낌이 들지만 토종닭은 씹히는 느낌이다. 그동안 먹어왔던 육계가 연했던 것이지 토종닭이 질긴 것은 아니다.

육계는 씹으면 툭툭 끊어진다는 느낌이 들지만 토종닭은 씹히는 느낌이다. 그동안 먹어왔던 육계가 연했던 것이지 토종닭이 질긴 것은 아니다. ⓒ 김진영


2005년에 먹었던 백숙은 한협 3호를 3~4년 키운 수탉이었다. 먹을 때도 농장 주인이 고기는 먹지 말고 국물만 먹으라고 했지만 궁금해서 닭 다리를 뜯었다가 이빨도 안 먹히는 질감을 경험했다. 2~3개월 키운 한협 3호 토종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질겼다. 다만, 오래 키운 토종닭의 국물 맛은 아직도 기억날 정도로 구수했다.

치킨, 닭갈비, 치킨버거 등에 사용하는 육계는 한 달 정도 키운 것이다. 한 달이면 1~2kg 정도로 성장한다. 삼계탕용 닭은 병아리 때부터 보름 정도 키우면 삼계탕에 알맞은 크기로 성장한다. 반면에 토종닭은 이 기간의 2배에서 6배까지의 기간이 필요하다. 사료를 그 기간만큼 더 먹는다고, 무게가 비례하진 않는다. 농가에서 사료는 곧 비용이다. 몸체가 커지지 않는 닭에 돈을 쓰는 농장 주인은 없다. 

시장에 내려고 토종닭을 오래 키우지는 않는다. 길어야 석 달이다. 한협 3호나 우리맛닭은 두 달 키운 생닭 무게가 커봐야 1.8kg 정도다. 2kg 넘는 것이 거의 없고, 대부분 1kg 전후다. 4개월 이상 키우는 제주 재래닭은 그보다 작은 900g 안팎이다. 

시장에서 살 수 있는 토종닭의 무게는 1.2kg 이하가 대부분이다. 그보다 큰 것들은 닭볶음탕용으로 가공한다. 보통 볼 수 있는 백숙용 닭보다 큰 토종닭을 본다면 그건 토종닭이 아닐 확률이 높다.

육계(肉鷄)나 토종닭은 크게 키우지 않는다. 일정 정도 크면 몸무게 늘어서 얻는 이익보다는 사룟값이 더 들기 때문이다. 닭의 무게와 상관없이 사료를 주는 경우는 산란계뿐이다. 산란계는 알을 얻기 위해 꾸준히 사료를 준다. 움직이지 못하는 닭장 안에서 육계보다 훨씬 긴 사육 기간인 18개월이 지난 후 닭을 잡는다.

18개월이 지난 뒤 닭을 잡는 이유는 육계와 똑같다. 달걀값보다 사룟값이 더 들기 때문이다. 18개월 정도 지난 산란계가 토종닭으로 둔갑한 것을 먹었다면 질겼을 것이다. 한 달 전후의 육계와 비교하면 더 질겼을 것이다. 

폐계(廢鷄)의 경우도 강제 털갈이를 하면 마치 처음처럼 다시 정상적으로 알을 낳는다. 닭에게 극한 환경을 만들어 주면 강제로 털갈이를 한다. 털갈이한 닭은 18개월이 자나도 4, 5개월 정도 더 알을 낳는다. 

털갈이한 닭은 일반적으로 먹었던 폐계보다 훨씬 질겼을 것이다. 폐계는 못 먹는 닭은 아니다. 외국에서는 산란계라 표기해서 판매하지만, 국내에서는 토종닭으로 사기성 변신을 하거나 닭곰탕, 닭개장, 닭볶음탕 식당에서 대부분 소비한다. 요리할 때 조금 더 신경 쓴다면 한 달 남짓 키운 육계보다는 씹는 맛이나 살맛이 더 있다. 

2~6개월 키운 토종닭은 질기지 않다. 질기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토종닭은 육계보다 콜라겐 함량이 높다. 콜라겐은 살에 탄력을 주는 성분이다. 콜라겐이 육계보다 높으니 당연히 씹는 맛이 있다. 육계는 씹으면 툭툭 끊어진다는 느낌이 들지만, 토종닭은 씹히는 느낌이다. 그동안 먹어왔던 육계가 연했던 것이지 토종닭이 질긴 것은 아니다. 

토종닭은 백숙이나 닭볶음탕용이 아니다. 육계처럼 굽거나, 튀겨도 된다. 설삶아서는 질겨서 먹기 힘들다는 인식은 토종닭을 푹 삶아 먹어야 한다는 정설을 만들었다. 이런 정설은 토종닭 요리법을 다양하게 늘리는데 큰 장애물이다. '고무다', '질기다'는 댓글도 그 인식의 연장선이다.

토종닭은 씹을수록 구수하고 감칠맛이 난다
 
토종닭 구이를 먹어보면 백숙으로 먹는 것보다는 맛있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토종닭은 구워야 제맛이다.

토종닭 구이를 먹어보면 백숙으로 먹는 것보다는 맛있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토종닭은 구워야 제맛이다. ⓒ 김진영


서울 홍대의 '쿠이신보'는 몇 년 전에 우리맛닭으로 야키토리를 했다. 질감은 훌륭했지만 육계처럼 부분육을 공급받을 수 없어 포기했다. 서울 마포의 '진진'은 제주 재래닭으로 꿔사오기를 만든다. 꿔사오기를 만들기 전 우리맛닭, 한협 3호, 제주 재래닭으로 테스트를 했다. 

경남 하동과 전남 순천·구례에는 토종닭구이를 하는 곳이 많다. 다른 양념 없이 소금을 치고는 돼지고기처럼 숯불에 굽는다. 살맛도 살맛이지만 쫀득쫀득한 껍질이 압권이다. 집에서도 토종닭구이를 즐길 수 있다. 물 1ℓ에 소금 50g 정도 풀고 닭을 몇 시간 정도 담근 뒤 오븐에서 40분 정도 구우면 맛있는 토종닭구이가 된다. 절단한 토종닭으로 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오븐 대신 에어 프라이기로 요리해도 된다.

토종닭은 튀긴 것도 맛있다. 진진에서 꿔사오기를 만들기 전 튀김으로도 테스트를 했다. 라조기 양념으로 볶기 전 상태에서 맛을 봤을 때 후라이드 치킨보다 살맛이 있었다. 토종닭의 특징은 쫀득쫀득한 식감과 살에 있는 감칠맛이다. 토종닭은 구수한 맛을 내는 불포화지방산과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이 육계보다 많다. 즉, 씹을수록 구수하고 감칠맛이 난다는 뜻이다. 

토종닭은 굽든, 튀기든 질기지 않다. 다만 질기다고 생각할 뿐이다. 근래에 오리 전문업체에서 구이용 토종닭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토종닭은 질기다는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토종닭 구이를 먹어보면 백숙으로 먹는 것보다는 맛있다는 걸 단박에 알 수 있다. 토종닭은 구워야 제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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