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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24 10:16수정 2019.04.24 10:16
실치라고 퉁쳐서 이야기하지만 세 종류의 베도라치 치어다. 남쪽 바다에서는 점베도라치가, 서쪽 바다에서는 흰베도라치가 주로 잡힌다. 베도라치는 서남해에서 모두 잡힌다. 서해에 있는 충남 당진에서 실치를 먹는다면 아마도 베도라치 가운데서도 흰베도라치일 것이다.

실치라고 퉁쳐서 이야기하지만 세 종류의 베도라치 치어다. 남쪽 바다에서는 점베도라치가, 서쪽 바다에서는 흰베도라치가 주로 잡힌다. 베도라치는 서남해에서 모두 잡힌다. 서해에 있는 충남 당진에서 실치를 먹는다면 아마도 베도라치 가운데서도 흰베도라치일 것이다. ⓒ 김진영

 
뱅어포는 알아도 실치를 아는 이는 드물고, 베도라치를 아는 이는 더 드물다. 뱅어, 실치, 베도라치는 서로 관련이 있다. 뱅어포의 재료가 되는 것이 실치이고, 실치는 베도라치의 치어다.

늦가을에서 초겨울 사이에 먼 바다는 베도라치가 알을 낳는 곳이다. 알에서 깨어난 유생(幼生)은 낮은 바다로 이동해 치어로 성장한다. 치어가 되면 다시 먼 바다로 나간다. 4월, 녹차의 첫 순이 올라오는 곡우(穀雨) 전후로 서남해안 바다에서는 실치잡이가 한창이다. 

실치라고 퉁쳐서 이야기하지만, 세 종류의 베도라치 치어다. 남쪽 바다에서는 점베도라치가, 서쪽 바다에서는 흰베도라치가 주로 잡힌다. 베도라치는 서남해에서 모두 잡힌다. 서해에 있는 충남 당진에서 실치를 먹는다면 아마도 베도라치 가운데서도 흰베도라치일 것이다. 

충남 당진의 장고항은 2004부터 4월이면 실치 축제를 열고 있다. 주말이면 작은 포구에 실치를 맛보기 위해 차가 몰린다. 실치전, 실치회 무침, 실치회 비빔밥, 실치 아욱 된장국 등 다양한 음식을 먹거나 햇뱅어포를 사는 이들로 북적거린다. 

장고항의 실치가 유명해지면서 당진 인근 태안의 작은 포구에서도 어렵지 않게 실치를 맛볼 수 있다. 축제의 번잡함이 싫다면 태안이나 당진의 작은 포구에서 실치를 맛보는 것도 괜찮다.

실치회라는 게 사실 특별한 맛이기보다는 제철 아니면 맛보기 힘든 계절의 맛이기 때문에 굳이 특정 장소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장고항으로 사람이 몰리면서 다른 포구에서 잡힌 실치가 소비되기도 하니 실치회 파는 작은 항구 어디든 큰 상관없다.

실치 맛보기의 방점은 뱅어포
 
뱅어포 만드는 과정을 보기 위해 대천항 인근의 민호수산에 갔다. 이른 아침에 경매받은 실치로 포 뜨는 작업이 한창이다. 차가운 물에 담긴 실치를 성형 틀에 골고루 펴는 솜씨가 한두 해 해본 솜씨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뱅어포 만드는 과정을 보기 위해 대천항 인근의 민호수산에 갔다. 이른 아침에 경매받은 실치로 포 뜨는 작업이 한창이다. 차가운 물에 담긴 실치를 성형 틀에 골고루 펴는 솜씨가 한두 해 해본 솜씨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 김진영


실치 맛보기의 방점은 뱅어포가 아닌가 싶다. 실치로 만들었지만 이름은 '실치포'가 아닌 '뱅어포'다. 뱅어는 실치와는 집안부터 다르다. 실치는 농어목 황줄베도라치과이고, 뱅어는 바다빙어목 뱅엇과의 생선이다. 

뱅어도 실치처럼 봄철에 잡히는 생선이지만 환경 오염과 하구언(河口堰) 개발로 쉽게 볼 수 없는 생선이 되었다. 언제, 누가 실치를 뱅어로 불렀는지는 모른다. 뱅어는 낮은 바다에 살다가 민물에서 산란하는 종으로 바다에서만 서식하는 베도라치와는 다르다. 

치어의 생김새를 보면 실치가 뱅어 행세를 한 까닭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아마도 뱅어가 사라진 자리를 실치로 채우면서 시나브로 실치가 뱅어가 된 것이 아닐까 싶다. 

실치포(뱅어포)를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다. 아침나절에 걷어 올린 실치를 깨끗한 물에 몇 번 씻어 이물질을 걸러낸다. 물 빠짐이 좋은 틀에 실치를 고르게 펴면 1차 작업이 끝난다. 

2차 작업은 건조 작업으로 기계식으로 하는 것과 햇볕에 말리는 것 두 가지가 있다. 기계로 말리든, 햇볕으로 말리든, 사람 손을 거쳐야 한다. 실치의 몸이 부서지기 쉬워 살살 달래가면서 성형 틀에 넣고 포를 만든다. 

뱅어포 만드는 과정을 보기 위해 대천항 인근의 민호수산에 갔다. 이른 아침에 경매받은 실치로 포 뜨는 작업이 한창이다. 차가운 물에 담긴 실치를 성형 틀에 골고루 펴는 솜씨가 한두 해 해본 솜씨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실치포 발의 물기가 빠지면 작업장 옆 건조장으로 옮겼다. 햇볕과 바람이 좋으면 6시간 이내, 구름이 햇볕을 가리는 날은 한나절 말린다. 한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발을 걸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어젯밤에 걸어 놓은 발을 걷고 있었다. 

햇볕과 바람이 실치를 포로 만든다
 
따끈따끈한 밥과 갓 볶아 낸 실치포의 고소한 맛의 조합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하다.

따끈따끈한 밥과 갓 볶아 낸 실치포의 고소한 맛의 조합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하다. ⓒ 김진영

 
밤새 말린 포를 뜯어 맛보니 부드럽고 고소했다. 살짝 나는 향은 비린내보다는 바다 향에 가까웠다. 바다는 실치를 내주고, 햇볕과 바람이 실치를 포로 만들었다. 사람은 중간중간 조금씩 거들 뿐.
 
실치포는 보통 양념한 것을 많이 산다. 간장이나 고추장에 기름과 물엿 등을 더해 구운 것이 대부분이다. 포장만 뜯어 접시에 내기만 해도 밥반찬이나 술안주로 바로 먹을 수 있기에 선호한다. 생실치포는 조리라는 번잡함이 있지만 양념 실치포보다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이 바로 소금구이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먹기 좋게 자른 실치포를 볶다가 소금을 치면 요리 완성이다. 식용유에 청양고추와 마늘로 향과 맛을 더해도 좋다. 과정은 단순하지만 실치포의 고소한 맛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 따끈따끈한 밥과 갓 볶아 낸 실치포의 고소한 맛의 조합은 단순하면서도 강렬하다.

벚꽃이 지고, 라일락과 철쭉이 피었다. 철에 맞게 꽃은 피고 진다. 실치포는 언제든지 살 수 있는 식재료 가운데 하나지만 햇것의 고소함은 시간에 따라 떨어지는 꽃잎처럼 옅어진다. 5월 초까지는 햇실치포가 나온다. 여름이 오기 전에 고소한 햇실치포의 맛을 즐겨보자. 마른 포이지만 제철 맛을 품고 있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실치포 발의 물기가 빠지면 작업장 옆 건조장으로 옮겼다. 햇볕과 바람이 좋으면 6시간 이내, 구름이 햇볕을 가리는 날은 한나절 말린다. 한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발을 걸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어젯밤에 걸어 놓은 발을 걷고 있었다.

차곡차곡 쌓아 올린 실치포 발의 물기가 빠지면 작업장 옆 건조장으로 옮겼다. 햇볕과 바람이 좋으면 6시간 이내, 구름이 햇볕을 가리는 날은 한나절 말린다. 한편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는 발을 걸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어젯밤에 걸어 놓은 발을 걷고 있었다. ⓒ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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