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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1.30 09:21수정 2019.01.30 09:21
'삼한사미'.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라는 뜻이다. 3일은 춥고, 4일은 따듯한 삼한사온(三寒四溫)을 빗대어 만든 신조어다. 매주 전국 각지로 출장을 한 차례 이상 다닌다. 어떨 때는 춥지만 하늘이 이뻤다. 어느 때는 운전할 때 외투를 벗고 히터는 가장 낮은 단계로 틀고 다녔지만, 시야는 답답한 회색빛이다. 

새벽녘 자동차에 시동 걸 때,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들면 오늘은 풍경 사진 찍기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며칠간 추웠던 얼마 전, 인천 자유공원에 올랐다.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들기에 오늘은 풍경 사진 찍기 괜찮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출발할 때와 달리 일 보는 사이 날이 풀리고는 서풍이 불었다. 공원 정상에 오르니 서쪽 하늘이 뿌옇게 물들었다. 삼한사미를 체험한 날이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시야는 답답하고 입안은 텁텁하다. 몸은 처지고 눈살은 절로 찌푸려진다. 상쾌한 것이 있어야 그나마 입안 텁텁함이 가실 듯 싶었다.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던 중에 미나리가 떠올랐다. 미나리는 봄 전령사 가운데 하나로 늦겨울과 초봄 사이가 제철이다. 여전히 3월이 제철이지만, 다른 작물처럼 재배 기술이 발전하면서 제철이 앞당겨지고 있다. 

한철 '물미나리'와 사시사철 '밭미나리'
 
밭미나리는 밤에는 미나리 뿌리가 잠길 정도로 물을 채우고, 아침이면 물을 뺀다. 항시 물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줄기는 논미나리에 비해 가늘지만 향이나 씹는 맛은 굵기와 상관없이 진하고 아삭하다.

밭미나리는 밤에는 미나리 뿌리가 잠길 정도로 물을 채우고, 아침이면 물을 뺀다. 항시 물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줄기는 논미나리에 비해 가늘지만 향이나 씹는 맛은 굵기와 상관없이 진하고 아삭하다. ⓒ 김진영

 
채소를 재배하는 곳을 보통 밭이라고 하지만 미나리만큼은 이름 뒤에 '꽝'을 붙여 '미나리꽝'이라고 한다. 논에 물을 대고 미나리를 재배한다. 미나리꽝에서는 밤에만 물을 대고, 낮에는 살살 흐르는 정도로 하는 밭 재배로도 농사를 많이 짓고 있다. 미나릿과의 채소로는 가니쉬(고명처럼 음식의 외형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음식에 곁들이는 것)로 많이 사용하는 파슬리, 한참 맛이 오르고 있는 당근이 같은 집안이다.

브랜드 미나리의 시조 격인 경남북도 청도면의 '한재 미나리'는 하우스에서 미나리를 키운다. '한재'는 품종명이 아니라 지역 이름이다. 또 다른 유명 산지인 전주 미나리는 노지에서 키운다. 노지든 하우스든, 물을 대고 키우는 것을 물미나리라고 한다.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수확한다. 반면에 밭미나리는 1년 내내 수확한다. 미나리를 연중 시장에서 살 수 있는 까닭이다. 

밭미나리는 하우스에서 재배한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자연애 영농조합을 찾았다. 지하수로 물을 대고, 세 개의 구멍을 뚫어 지열로 유기농 미나리를 재배하고 있는 곳이다. 밭미나리는 밤에는 미나리 뿌리가 잠길 정도로 물을 채우고, 아침이면 물을 뺀다. 항시 물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줄기는 논미나리에 비해 가늘지만 향이나 씹는 맛은 굵기와 상관없이 진하고 아삭하다. 

작업장에 들어서니 새벽부터 수확한 미나리를 다듬고 있었다. 손 움직임이 재빠르면서도 정확했다. 꺾기거나 잎 끄트머리가 노랗게 된 것과 검불을 빠르게 솎아내고 상자에 차곡차곡 담는다. 작업장 세척기에서 지하수로 손질한 미나리를 몇 번씩 씻고는 포장한다. 집에서 요리할 때 따로 손질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손질한 미나리를 집어 맛을 봤다. 미나리 줄기를 살짝 씹으니 기분 좋은 향긋함이 입에서 코로 전달된다. 아삭하게 씹을수록 향은 배가 된다. 아직은 제철보다 아삭함과 향이 모자라지만 텁텁했던 입이 잠시나마 개운해졌다. 

미나리는 무침으로, 생선 맑은탕을 끓일 때 넣으면 향긋함이 그 어느 채소보다 좋다. 복어회에 미나리가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다. 무치고 탕에 넣던 채소, 미나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삼겹살과 같이 먹는 거다. 

삼겹살이 노랗게 변할 즈음 미나리를 살짝 구워 같이 먹는다. 기름기 많은 삼겹살의 느끼한 맛을 미나리가 지워준다. 느끼함이 덜 하니 과식의 위험을 동반할 정도로 환상의 궁합이다. 미나리 철이 되면 산지마다 미나리와 삼겹살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차가 막힐 정도다.

육회와 만난 미나리, 환상의 케미
 
육회라는 게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음식. 거기에 미나리의 아삭함과 향긋함이 더해지니 삼겹살과의 환상의 궁합을 넘어 환상의 케미였다.

육회라는 게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음식. 거기에 미나리의 아삭함과 향긋함이 더해지니 삼겹살과의 환상의 궁합을 넘어 환상의 케미였다. ⓒ 김진영


올라오는 길, 차에 실린 미나리를 보면서 맛을 그렸다. 삼겹살과의 궁합은 익히 알려진 방법. 다르게,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짝꿍을 찾았다. 방법과 식재료를 생각하다가 육회에서 멈췄다. 고추장으로 살짝 매콤하게 버무린 육회를 미나리와 같이 무치면 맛있을 듯 싶었다. 

한우 직판장에서 육회거리를 사가지고 집에 와서 무쳤다. 육회 비빔밥을 하려다가 무침으로 하고 갓 지은 밥에 올려 먹었다. 운전하면서 상상했던 맛 이상이었다. 육회라는 게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음식. 거기에 미나리의 아삭함과 향긋함이 더해지니 삼겹살과의 환상의 궁합을 넘어 환상의 케미였다. 밥 한 공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미세먼지에 미나리가 좋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식품은 식품일 뿐, 약이 아니다. 다만 미나리를 먹으면 텁텁했던 입안에 향기가 돈다. 그것만큼은 미나리가 확실히 효과가 있다. 잠시나마 텁텁한 입에 힐링이 필요하다면 미나리를 추천한다. 미나리는 밑둥 조금만 잘라내고 잎사귀까지 다 먹어야 한다. 잎사귀에 영양이 더 많다고 하니 버리면 손해다.
 
밭미나리는 하우스에서 재배한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자연애 영농조합을 찾았다. 지하수로 물을 대고, 세 개의 구멍을 뚫어 지열로 유기농 미나리를 재배하고 있는 곳이다.

밭미나리는 하우스에서 재배한다. 충북 청주시에 있는 자연애 영농조합을 찾았다. 지하수로 물을 대고, 세 개의 구멍을 뚫어 지열로 유기농 미나리를 재배하고 있는 곳이다. ⓒ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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