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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1.09 09:28수정 2019.01.09 09:28
해안가에서 노지 재배한 시금치는 초록색이 짙다 못해 검은 빛이 돌 정도다. 모양도 가지런히 모여있지 않고, 옆으로 넓게 퍼져 있다.

해안가에서 노지 재배한 시금치는 초록색이 짙다 못해 검은 빛이 돌 정도다. 모양도 가지런히 모여있지 않고, 옆으로 넓게 퍼져 있다. ⓒ 김진영


지난해 12월 27일, 경상북도 포항으로 출장을 갔다. 월말이지만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분주함만 앞서는 월말 가운데서도 연말. 운전해서 갈까 하다가 KTX를 타고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포항이라고 하면 몇 가지 떠오르는 게 있다. 제철(製鐵)의 도시, 해맞이 명소 호미곶, 대게와 문어가 있는 죽도시장, 과메기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구룡포 등이 생각날 것이다.

포항에 출장가면 제일 먼저 국수 생각이 난다. 뱃사람의 국수라는 '모리국수'보다는 멸치 육수에 양념간장 올리고 고명으로는 시금치가 올려진 국수 말이다.

구룡포 시장에는 유명한 국수공장이 있다. 국수공장 앞으로는 시장길이다. 시장길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국숫집을 5, 6년 전에 간 적이 있었다. 한겨울 과메기가 딱 맛이 들 때인 이맘 때였다. 

멸치국수 한 그릇을 주문하고 나니 이내 국수가 나왔다. 한겨울 포구를 돌아다닌 덕에 추위가 뼛속까지 파고 들었다. 스뎅(스테인리스) 그릇을 감싸 잡으니 육수의 온기가 손바닥으로 전해진다. 한 모금 마신 육수에 움츠렸던 어깨가 조금씩 펴졌다.

시금치의 원산지는 아프가니스탄 주변 중앙아시아
 
멸치국수의 고명은 무친 시금치만 올려진 단출한 모양새였다. 노지에서 자란 '포항초'는 보통 시금치와는 달랐다.

멸치국수의 고명은 무친 시금치만 올려진 단출한 모양새였다. 노지에서 자란 '포항초'는 보통 시금치와는 달랐다. ⓒ 김진영


멸치국수의 고명은 무친 시금치만 올려진 단출한 모양새였다. 시금치가 보통 시금치와는 달랐다. 한겨울 포항시 일원에서 나는 시금치를 '포항초'라고 부른다.

포항 흥해면 곡강리에서 나는 시금치를 1993년 국립농산물검사소에서 품질 인증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포항초'는 겨울 시금치의 대명사가 됐다. 다디단 겨울 시금치 맛에 멸치 육수까지 품고 있으니 다른 때와 달리 맛이 특별할 수밖에 없다. 

시금치는 사계절 내내 난다. 시금치 원산지는 아프가니스탄 주변의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이곳을 기점으로 서쪽과 동쪽으로 전파되면서 서양종과 동양종으로 나뉘었다. 지금은 서양종과 동양종의 혼합 변종도 많이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겨울철에 강한 단맛으로 유혹하는 포항초, 남해초, 섬초(신안 비금도)에서 나는 시금치는 재래종을 개량한 것으로 서양종의 길쭉한 모양새와 달리 땅에서 납작하게 퍼진 모양새로 자란다. 재래종은 시금치 뿌리가 개량종에 비해 붉다. 구리, 망간 등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붉게 보인다. 다듬을 때 색이 다르다고 버려서는 안 되는 까닭이다.

포항이나 남해를 가거나, 아니면 고흥의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곳이라면 다디단 시금치가 자란다. 경기도나 충청도의 시설재배 하는 곳에서도 나지만 추위가 주는 단맛은 노지에서 재배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시설 재배한 것은 모양새가 예쁘다. 색도 신선해 보이는 밝은 초록빛이다. 

반면에 해안가에서 노지 재배한 시금치는 초록색이 짙다 못해 검은 빛이 돌 정도다. 모양도 가지런히 모여있지 않고, 옆으로 넓게 퍼져 있다. 모양만 봐서는 맛 없어 보이지만 검은빛 초록은 동장군에 맞서 싸운 훈장이다.

시금치는 50cm 정도까지 자란다고 한다. 한겨울, 북쪽에서 부는 찬바람에 하늘만 보고 자란다면 잎이 쉽게 얼어 버린다. 삭풍을 피하고자 겨울 시금치는 땅으로, 땅으로 퍼진다.  

시금치를 데쳐 먹는 까닭은
 
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남도 바닷가에서 자라는 시금치는 검푸른 빛이 짙어지고, 단맛 또한 한층 깊어진다.

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남도 바닷가에서 자라는 시금치는 검푸른 빛이 짙어지고, 단맛 또한 한층 깊어진다. ⓒ 김진영


'시금치'를 검색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신장과 요로결석이다. 시금치에 들어있는 옥살산이 체내 칼슘과 결합하면 결석이 생길 수가 있다고 기사화된 적이 있다.

무엇을 먹으면 안 좋다더라 혹은 '카더라'에서 주의깊게 보지 않거나 기사 내용에 빠져 있는 내용은, '얼마만큼 먹으면 그렇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 내용까지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무엇을 먹으면 어쩐다는 게 주요 제목이고, 대부분은 제목에서 이미 그렇다더라 각인된 채 기사를 보게 된다. 시금치는 하루에 500g 이상을 생으로 먹어야 결석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시금치를 데치는 과정만 거쳐도 옥살산이 감소하거니와 쓴맛도 제거된다고 하니 요리하기 전 살짝 데치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방어, 과메기, 감귤, 배추, 대구, 무도 겨울을 대표하는 식재료다. 여기에 포항초를 비롯한 겨울 시금치가 빠져서는 안 된다. 추위가 기승을 부릴수록 남도 바닷가에서 자라는 시금치는 검푸른 빛이 짙어지고, 단맛 또한 한층 깊어진다.

멸치로 육수를 낸 뚝배기에 된장을 풀고, 두부를 송송 썰어 넣고, 살짝 데친 시금치를 넣어 끓인 시금치 된장국. 지금부터 새싹 돋는 봄철까지 즐길 수 있는 겨울의 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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