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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12.26 09:10수정 2018.12.26 09:11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멀리서 귀어(貴魚)가 찾아온다. 입이 커서 대구(大口)라 불리는 생선이 연안으로 붙는다. 대구는 차가운 물에서 사는 냉대성 어종으로 봄이 오기 전 근해에서 산란한다. 부산, 진해, 거제가 맞대고 있는 진해만이 유명한 산란장이다. 

동해를 지나오기에 동해와 진해만에서는 겨울이 되면 항구마다 대구 풍년이다. 경남 거제시에서는 12월이 되면 대구 축제를 연다. 대구의 메카는 지금까지 진해 용원항과 외포였지만 근래에는 충남 대천에 자리를 내줬다. 생산량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서해에서 잡히는 대구는 먼 바다에서 난다. 대천항에서 어선으로 네다섯 시간을 가야 한다. 수심이 100m 정도의 큰 웅덩이 같은 곳에서 자란다고 알려졌다. 동해야 10분 정도만 나가도 100m 권이지만 서해는 한참을 나가야 한다. 

100m 수심의 온도는 7~12도로 냉대성 어종인 대구가 살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동물성 플랑크톤이 많아 이를 먹으려는 새우며, 베도라치가 대구의 먹잇감이 된다. 

충남, 대구 어획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
 
2017년도 기준으로 충청남도에서 위판된 대구의 양이 3654톤이다. 그 해 전국에서 잡힌 대구 어획량은 6479톤으로, 이 가운데 충남이 56% 정도의 어획량을 기록한 것이다.

2017년도 기준으로 충청남도에서 위판된 대구의 양이 3654톤이다. 그 해 전국에서 잡힌 대구 어획량은 6479톤으로, 이 가운데 충남이 56% 정도의 어획량을 기록한 것이다. ⓒ 김진영

 
2017년도 기준으로 충청남도에서 위판된 대구의 양이 3654톤이다. 그 해 전국에서 잡힌 대구 어획량은 6479톤으로, 이 가운데 충남이 56% 정도의 어획량을 기록한 것이다. 경상남도가 그 뒤를 이었다. 충남에서 대구가 많이 잡히지만 항구 분위기는 진해 용원항이나 거제 외포항과는 사뭇 달랐다. 

경남에서 대구가 나는 항구에 가면 대구 맑은탕, 대구찜 등 대구 요리를 파는 곳이 많았다. 한편에서는 싱싱한 대구를 말리는 장면을 흔하게 볼 수 있었다. 말린 대구를 잘 찢어서 매운 간장 양념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몸통은 덜 말라 부드럽고, 꼬랑지 부분은 꾸덕꾸덕하게 말라 있어 부위별로 다른 맛이 난다. 겨울이 한창인 1월에 통영, 거제, 진해에 간다면 대구 한 마리를 사서 맛보는 것도 괜찮다. 서울에서는 다동 충무집에서 한겨울에 '대구포'라는 메뉴를 팔기도 한다.

충남에서도 대천항이 대구 위탁 판매를 가장 많이 한다. 새벽부터 배가 들어오기 시작해 오전 8시에 경매를 시작한다. 경매가 시작되기 전에 항구 주변을 둘러봤다. 외포나 용원항처럼 대구 음식을 하는 곳이 있나 찾아봤다. 아무리 찾아도 어느 항구의 음식점처럼 모둠회, 물회, 물메기는 팔아도 대구 음식을 내는 곳이 없었다.

경매를 시작한 위판장을 찾으니 대구로 채워진 상자들이 가득히 쌓여 있었지만, 정작 그 주변에서는 그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없는 게 못내 아쉬웠다. 경매가 이뤄진 대구는 현지에서 소비하는 것보다는 수도권 식당이나 대형 마트에 납품한다고 한다. 

대구는 겨울 별미다. 1990년대에는 한 마리에 수십만 원에서 백만 원대까지 갔었다. 대구가 남획으로 사라졌던 시기였기 때문에 상당히 비쌌다. 최근에는 방류 사업으로 개체 수가 복원되면서 3~4kg 나가는 대구를 몇만 원이면 살 수 있다. 온라인으로 주문 가능하고 손질까지 해서 보내주니 집에서는 간단히 씻어서 곧장 요리할 수 있다.

맛없는 대구전은 '글레이징' 악용한 탓
 
생대구로 전을 부치면 별미 가운데 별미다. 살이 수분기를 머금고 있어 부드럽기도 한없이 부드럽거니와 고소함이 그 어떤 생선 살보다 뛰어나다.

생대구로 전을 부치면 별미 가운데 별미다. 살이 수분기를 머금고 있어 부드럽기도 한없이 부드럽거니와 고소함이 그 어떤 생선 살보다 뛰어나다. ⓒ 김진영


대구로 만드는 요리 가운데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게 '전'이다. 명절에 냉동 포장된 대구전 감을 사서 부치면 푸석해서 맛이 없다. 대구전 감을 만드는 과정에서 글레이징(glazing)을 한다. 글레이징은 대구살 표면에 얼음 피막을 씌워 탈수, 변질을 막는 작업이다. 

이를 악용해 물을 더 넣는 경우가 있다. 물을 잔뜩 머금은 대구 살을 해동해 전으로 부치면 푸석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전을 데워서 먹으니 맛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생대구로 전을 부치면 별미 가운데 별미다. 살이 수분기를 머금고 있어 부드럽기도 한없이 부드럽거니와 고소함이 그 어떤 생선 살보다 뛰어나다. 계란옷을 입혀 기름까지 머금게 되니 맛이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다. 

그 다음으로는 말린 대구다. 잘게 찢은 것을 매운 양념에 찍어 먹기도 하지만, 제철 맞은 무나 배추를 넣고 맑게 끓인 국은 생대구 맑은 탕에서 맛볼 수 없는 깊이가 있다. 대구살이 건조되면서 감칠맛과 지방이 숙성되면서 향미가 증가해 깊은 맛이 난다. 태안의 우럭젓국도 시원하지만 말린 대구로 끓인 젓국에 비하면 한 수 아래다. 

대구 금어기는 부산, 경남은 1월 한 달, 나머지 지역은 3월이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됐다. 겨울을 대표하는 생선으로 방어를 많이 꼽지만 대구 또한 겨울에 즐길 수 있는 대표 생선이다.
 
충남에서도 대천항이 대구 위탁 판매를 가장 많이 한다. 새벽부터 배가 들어오기 시작해 오전 8시에 경매를 시작한다.

충남에서도 대천항이 대구 위탁 판매를 가장 많이 한다. 새벽부터 배가 들어오기 시작해 오전 8시에 경매를 시작한다. ⓒ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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