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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9.19 07:55수정 2018.10.19 11:37

오미자는 크게 세 종으로 나뉜다. 제주에서 재배하는 흑오미자, 남쪽 섬에서 자라는 남오미자, 태백산맥을 따라 자라는 오미자가 있다. ⓒ 김진영

 
저녁이면 서늘하다. 폭염 경고 문자가 날마다 날아오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가을이다. 충청북도 괴산에서 이우릿재(이화령)를 넘으면 경상북도다. 가을 문턱, 이우릿재 넘어 산뜻한 매운맛을 보기 위해 경북 문경을 다녀왔다.

문경은 오미자 특구다. 전국 오미자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곳이 문경이다. 이우릿재를 넘어 문경에 접어들면 곳곳에 '오미자'와 관련한 사진, 그림, 상품들이 반긴다. 온천물이 기가 막힌 문경온천을 지나 동로면으로 향했다. 오미자 특구인 문경에서도 오미자 최대 생산지이자 시작점인 곳이다. 

20년 전쯤 동로면 농부들이 산에서 채취하던 오미자를 가져와 밭으로 옮겼고, 곧 소득 작물이 되면서 문경 전체로 퍼졌다. 동로면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형태다. 고개를 넘어와도 평균 해발고도가 300m가 넘는 고지대라 오미자 생산에 적합하다. 

산 깊은 곳에서 자라던 야생작물인지라 평지 재배가 어렵다. 설사 재배가 되더라도 그 맛이 고지대 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문경이 오미자의 주산지가 되기 전, 덕유산을 품고 있는 전북 무주군이 오미자 주산지였던 까닭이기도 하다.

제주 '흑오미자', 남쪽 섬 '남오미자', 태백산맥 '오미자'
  
오미자는 크게 세 종(혹은 두 종)으로 나뉜다. 제주에서 재배하는 흑오미자, 남쪽 섬에서 자라는 남오미자, 태백산맥을 따라 자라는 오미자가 있다. 세 종의 모양이 조금씩 달라도 기본적인 '오미(五味)'는 같다. 오미자의 다섯 가지 맛은 매운맛, 쓴맛, 신맛, 단맛, 짠맛이다. 오미자 음료를 마시면 단맛과 신맛이다. 

생과를 먹는다고 오미를 느끼긴 어렵다. 오미자 생과를 깨물면 매운맛이 난다. 고추의 매운맛이 아닌 후추나 산초와 같이 살짝 아린 매운맛이다. 눈 감고 먹는다면 작은 과일에 후추 뿌린 것 아닌가 갸우뚱 할 정도로 후추 향과 비슷하다. 매운맛 다음에 신맛이, 씨앗에서는 쓴맛과 아린 맛이 난다. 열매이니 과당이 있겠지만 신맛에 가려 단 느낌은 별로 없다. 짠맛은 줄기나 잎에 있다고 하는데, 굳이 짠맛을 보려고 줄기나 잎을 씹지는 않았다. 

생과를 몇 개 따먹는 사이 머릿속으로 수육이 생각났다. 수육을 삶을 때 오미자를 넣으면 산뜻한 맛이 날 듯 싶었다. 취재 후 아는 셰프와 이야기를 나눠보니, 후추나 시나몬의 대용으로도 괜찮을 것 같다는 의견을 들었다. 

오미자뿐만 아니라 다른 특산품을 홍보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오미자를 설명할 때 '건강에 좋다'는 걸 장점으로 내세운다. 무엇을 먹으면, 어디가 좋아지고 장수한다는, 혹은 임금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이야기도 빠지지 않는다. 식재료를 약성으로 설명하다 보니 식재료가 갖고 있는 특성이 살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오미자 생과는 산지를 가지 않는 이상 구경하기 힘들다. 생과를 유통하면 도중에 오미자 알이 터져 상하기 일쑤다. 오미자 청을 담기 위해 택배로 주문하면 생산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중간에 터져서 생기는 클레임이라고 한다. 그런 까닭에 생산지에서 설탕과 함께 통에 담아 보내주는 곳도 있다. 

오미자의 다른 가공품으로는 오미자 술, 오미자 빵, 오미자 청 등이 있다. 오미자 술은 국가 행사 만찬에 건배주로 쓰일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오미자 가공품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오미자 청이다.

오미자와 설탕을 5 : 5 비율로 담아 몇 개월 동안 통에 넣어 보관하면 삼투압 현상으로 과즙이 빠져나온다. 이것을 걸러내고 병에 담은 것이 '청'이다. 차갑거나 뜨거운 물에 타 먹으면 갈증 해소에 이만한 게 없다. 탄산수에 타면 레몬이나 라임 에이드 못지 않은 오미자 에이드가 된다. 

오미자 청은 검붉은 색이다. 병에 청을 담고 고온에서 살균하는 사이 밝은 붉은색이 검붉게 변한다. 시간이 지나면 그 색은 더욱더 진하게 변한다. 5~6년 전, 필자도 색을 살리기 위해 저온 살균을 하고 냉장 유통 상품을 기획한 적도 있었지만, 냉장 유통이 어려워 포기하면서 많이 아쉬웠다.

설탕을 넣지 않은 오미자 청 '오미베리'
 

경북 예천 용궁면을 대표하는 낙동강 상류의 회룡대. ⓒ 김진영

 
최근에 필자의 아쉬웠던 기억을 되살리는 상품이 나왔다. 설탕도 넣지 않은, 색이 밝은 오미자 청이다. 오미자와 물을 1 : 6의 비율로 추출한 뒤 고온으로 순간 살균해 오미자 색이 잘 살아있다. 설탕이 들어있지 않아 당도를 내 입맛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문경 지역업체인 ㈜효종원에서 만든 '오미베리'다.

오미자는 약재로 쓰다가 식재료 영역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여전히 약재의 성격이 강하다. 식재료가 오래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다양한 쓰임새가 아닐까 싶다. 분말로 만든 오미자도 나오고 있다. 디저트나 요리에 다양하게 활용되었으면 좋겠다.

문경 간 김에 예천을 잠시 들렸다. 문경 동로면에서 고개를 하나 넘으면 예천이다. 예천 읍내를 지나 용궁면으로 갔다. 용궁면을 대표하는 것이 낙동강 상류의 회룡대와 순댓국, 연탄 오징어불고기다. 저녁으로 오징어불고기 한 그릇 비우고 항상 공사 중인 중부고속도로를 탔다.
 

경북 예천의 연탄 오징어불고기. ⓒ 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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