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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7.25 10:24수정 2018.07.25 16:24
백성의 물고기, 여름 보양식, 최고의 선어회. 민어(民魚)를 소개하면서 덧붙이는 꾸밈말이다. 과연 그럴까? 이런 꾸밈말 가운데 '백성의 물고기'라는 것만 맞다. 민어는 270종에 달하는 민어과의 큰 형님 격인 대표 어종으로 수조기, 참조기, 보구치 등과 한 가족을 이루고 있다.

1970년대 중반까지 민어는 장바구니 물가를 조사할 때 빠지지 않았던 품목 가운데 하나로 어물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선이었다. 1969년 5월 17일자 <동아일보> '여름 물가 소비자 노트' 기사를 보면, 당시 조기·장어·문어·삼치·병어 등은 한 관(4~6kg 정도)에 1500원(현재 3만7500원)이었고, 도미나 민어는 한 관에 1800원(4만5000원)이었다. 남자 고급남방샤쓰가 2000원(5만원), 여자용 양산은 민어 한 관 값과 같은 1800원(4만5000원)이었다. (※ 참고로 CPI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1969년에 비해 2018년 물가가 25배 가량 올랐다.)

2018년 7월 하순, 민어 시세는 1kg당 7만~15만원이다. 상태는 물론 많이 잡히고 덜 잡히고에 따라 시세 등락이 매일 달라진다. 보통 먹을만 하다고 여겨지는 5kg짜리 민어라면 최저가가 35만원쯤 한다. 경매가가 35만원이니 식당에서 사먹을 때 가격은 70만원 이상이라고 봐야 한다. '백성의 물고기'라는 민어가 금값이 된 까닭은 무분별한 남획 때문이다.

무분별한 남획으로 민어값 폭등

백성의 물고기, 여름 보양식, 최고의 선어회. 민어(民魚)를 소개하면서 덧붙이는 꾸밈말이다. ⓒ 김진영


배가 커지고 엔진과 그물 성능이 좋아지면서 민어 어획량이 증가했다. 배 숫자가 늘면서 증가하던 민어 어획량은 어느 순간 정점을 찍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자, 민어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쳐 어물전에서 점차 사라졌다.

1970년대 중반 이후 어물전에서 사라진 민어 대신 갈치와 고등어가 그 자리를 메웠다. 그 두 어종 또한 지금은 민어처럼 국내 바다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민어처럼 갈치가 '금치'가 된 지 이미 오래됐다. 명태와 대구도 국내 바다에서는 멸종 단계에 이르렀다. 그나마 대구는 잡는 시기를 조절하고, 치어 방류 사업을 활발히 하면서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회복세에 접어 들었고, 명태도 방류 사업을 하면서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민어는 민어과의 대표 생선이다. '사람의 기를 북돋아 준다'는 조기와 민어의 영양 성분을 비교해 보면 별반 차이가 없다. 사람에게 필요한 단백질이나 지방의 성분 함량이 비슷하다. 다만 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크기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민어탕이 여름철 최고의 보양식이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TV에서 종종 본다. 뽀얗게 우러난 국물이 최고라는 설명과 함께 말이다.

사실 큰 생선 뼈를 끓이면 비슷하다. 대구(특히 말린 대구), 부시리, 방어 등 1m 넘게 자라는 생선은 뼈를 넣고 끓이면 사골처럼 뽀얗게 국물이 우러난다. 민어와 같은 시기에 제철을 맞는 큰 농어 뼈로 국물을 내도 비슷한 맛이 난다.

대구는 겨울에 나지만 꾸덕꾸덕 말린 대구는 한여름에도 살 수 있다. 1m짜리를 말리면 80cm 크기가 된다. 가격은 민어 1kg 가격인 7만원 선이다. 1990년대 대구 한 마리 가격이 수십만원에서 백만원까지 나갔다. 어획량이 늘면서 지금은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살짝 말린 대구 몸통은 찜으로, 바싹 마른 꼬리는 탕으로 끓이면 여름철 보약이라고 말하는 민어탕 못지 않다.

회가 못내 아쉽다면, 건대구의 몸통을 얇게 저미고 꼬리와 껍질을 잘게 찢어 양념 간장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그래도 회가 생각난다면 농어도 좋다. 대구와 마찬가지로 민어와 비교하면 저렴하다. 4~5kg짜리 농어는 민어 1kg과 가격이 엇비슷하다. 농어는 회로도 좋지만 조금 넓적하게 포를 뜨고 전을 부치면 민어전 생각이 1도 안 난다. 농어가 싼 이유는 양식도 많거니와 찾는 이가 민어보다 적기 때문이다. 결코 농어가 맛이 없어서가 아니다.

건대구·농어, 여름철 보양식 가성비 '갑'

대구로 유명한 거제도 외포항에서 대구를 말리고 있는 모습. ⓒ 김진영


복달임은 농경사회 문화다. 모내기를 끝내면 더위와 장마가 뒤를 잇는다. 힘겨운 노동의 연속이다. 그러다보니 삼복더위에 하루 정도는 개울가나 그늘에서 쉬며 그 시절에 나는 음식을 나눠먹던 '쉼'이 복달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농업사회가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쉼'은 사라지고, 함께 나눠먹던 음식만 남은 게 아닌가 싶다.

경제 상황이 나아지고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남과 다른 특별한 무엇인가를 원했고, 그 결과 남획으로 사라진 민어, 갯장어 등 쉽게 구하기 힘든 식재료들이 대표적인 복달임 음식의 대명사가 됐다. 민어와 복달임을 키워드로 해서 신문 기사를 검색해보면 2004년 7월 이후로 급격히 늘어난다. 2004년 7월 29일자 <서울신문>에 실린 주강현 교수의 민어와 복달임을 연결한 기고문이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 전에는 복달임 음식으로 수박, 참외, 추어탕, 소고기 장국, 참돔국 등 지역마다 흔히 나는 것으로 복달임을 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삼복'이라고 해도 희소가치 때문에 값비싼 음식이 아니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가 최고의 복달임 음식이다. 수박 한 쪽이라도 즐겁게, 맛있게 먹는다면 그게 최고의 복달임 음식이다. 그래도 굳이 민어를 한 번 먹어보고 여름철을 나겠다고 한다면 말복이 지난 후에 먹으라고 권하고 싶다. 말복이 지나면 민어는 반값이 된다. 휴가철마저 끝나면 가격이 더 떨어진다. 그때는 민어 1kg당 가격이 2만원쯤 하지만 10만원 하던 때와 맛은 비슷하다. 다만, 수요와 공급의 논리가 가격의 차이를 결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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