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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8.06.06 11:21수정 2018.06.06 11:21
반지와 웅어 사이에는 금강 하굿둑이 있다. 5월이 되면 전북 군산에는 반지, 건너편 충남 서천·부여에는 웅어에 입맛을 다시는 이들이 많아진다. 반지와 웅어는 멸칫과 생선이다. 겨울을 보내기 위해 수심 깊은 먼 바다로 나갔다가 산란을 위해 수온이 먼저 상승하는 얕은 곳으로 돌아온다. 웅어는 산란을 위해 연어처럼 민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강화도나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밴댕이, 전남 목포에서는 바다송어로 불리지만, 본명은 반지다. 강화도를 비롯해 수도권에서 반지를 밴댕이라고 부르지만, 실상 밴댕이는 반지와 다른 생선이다. 국물 낼 때 많이 쓰는 디포리가 밴댕이의 치어다. 밴댕이는 청어과 생선으로 멸칫과의 반지와는 집안이 다르다. 수도권에서 그렇게 부르다보니 반지가 마치 군산에서 밴댕이를 일컫는 사투리처럼 되었다. 신문 기사에서도 이같은 명칭 오류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다. 반지는 반지고, 밴댕이는 밴댕이다.

'밴댕이'는 청어과 생선, '반지'는 멸칫과 생선 

서천 읍내에 있는 특화시장에 가면 가장 목 좋은 곳에서 밝은 푸른 빛이 도는 웅어를 볼 수 있다. 좋은 자리에 칼처럼 날렵한 모습을 한 생선이 쟁반 위에 한 무더기씩 쌓여 있다면 십중팔구 웅어다. ⓒ 김진영


웅어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汽水域)의 어느 곳에서나 잡혔다. 목포는 영산강, 서천은 금강, 강화도는 임진강과 한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웅어를 즐겨 먹는 곳은 큰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이다.

웅어가 산란하는 곳은 무성한 갈대숲이다. 웅어는 과거에 '위어(葦魚)'라고도 불렸는데, 갈대 사이에서 산란하는 습성이 있어 이름에 갈대 '위(葦)'자가 붙었다는 말도 있다(<한국민족대백과사전>). 조선시대에는 행주(현재 고양) 근방에 웅어를 잡는 위어소를 설치해 나라에서 관리했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수산자원으로 여겼다.

5월, 서천 읍내에 있는 특화시장에 가면 가장 목 좋은 곳에서 밝은 푸른 빛이 도는 웅어를 볼 수 있다. 좋은 자리에 칼처럼 날렵한 모습을 한 생선이 쟁반 위에 한 무더기씩 쌓여 있다면 십중팔구 웅어다. "이 생선이 뭔가요?"라고 묻기보다는 "웅어 얼맙니까?"라고 묻는다면, 가격 흥정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뭔지도 모르는 사람은 흥정에서 불리하다.

서천 특화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알찬 곳이다. 주변에서 나는 조개, 갑오징어, 꽃게 등을 싸게 살 수 있다. 바지락도 좋지만, 특히 생합이 좋다. 시장을 한 바퀴 돌다보면 유혹에 쉽게 빠진다. 필자도 한 바퀴 채 돌기도 전에, 내 손에 생합이 든 아이스박스 하나가 들려 있었다. 서울에서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가격과 품질이라 선뜻 지갑을 열었다.

시장 구경을 끝내고 금강 강변으로 갔다. 강변마을 가운데 명칭에 '포(浦)'자가 있는 곳이 목적지다. 하굿둑이 들어서면서 포구의 기능은 잃었지만, 그 흔적들이 남아 있다. 선창가의 식당들 가운데 포구가 한창일 때부터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는 곳들이 있다. 서천 시내를 벗어나 호젓한 길을 10여 분 달리면 화양면이 나온다. 서천 일대에서 웅어회로 유명한 동네다. 금강 건너편 위쪽으로 익산의 웅포와 부여의 입포도 나름 유명하지만, 서천 시내에서 접근성이 좋아 많은 이들이 화양면을 찾는다.

반찬 가짓수가 많다고 꼭 좋은 것일까

웅어회 백반을 주문했다. 찬이 깔리고 이내 회가 나오는데 무침으로 나온다. 기름기 오른 웅어를 새콤한 맛이 누르고, 달콤함과 매콤함이 뒤를 받쳐준다. ⓒ 김진영


회·구이·무침 등 웅어로 한 음식 가운데 회 백반을 주문했다. 찬이 깔리고 이내 회가 나오는데 무침으로 나온다. 새콤·달콤함에 매콤함까지. 갖은 양념과 채소 사이에서 먼저 웅어만 골라 맛봤다. 기름기 오른 웅어를 새콤한 맛이 누르고, 달콤함과 매콤함이 뒤를 받쳐준다. 같이 나온 김에 밥을 올리고 무침을 올려 싸 먹었다. 살짝 나는 김 향이 맛에 깊이를 더한다. 무침과 밥, 무침에 김과 밥, 어떤 조합으로 먹어도 맛있다.

무침과 밥을 먹다 보니 다른 찬에 손이 가지 않아 그대로 남았다. 아깝다. 들어간 수고도, 식재료도 아깝다. 항상 백반을 먹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찬을 줄였으면 좋겠다. 가짓수 많은 찬을 준비하다보면 그만큼 수고가 많이 들어가 되려 메인 요리가 부실해지는 경향이 있다. 웅어회 무침에 사실 웅어가 몇 점 없었다. 웅어 몇 점 먹으니 접시에 남은 건 채소뿐이다.

회 백반이면 회에 힘을 주고, 찬을 줄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항상 한다. 비단 이 곳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식당이 안고 있는 문제다. 찬이 많이 깔려야 맛있는 식당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아서 생긴 현상이다. 회 백반을 먹으러 갔으면 회 백반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깔리는 반찬만 보고 식당을 평가하는 경향은 이제 지양할 때가 됐다.

반지가 제 이름을 찾아야 하듯, 메뉴도 이름에 걸맞게 메인 요리에 힘이 실렸으면 좋겠다. 적은 웅어회 양에 입맛만 다셨다. 다음에는 일행 여럿이 와서 회와 구이를 먹어야겠다. 회 백반의 웅어 양이 적어서 생긴 아쉬움 때문은 아니다. 그만큼 맛이 좋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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