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정당의 연찬회장에 등장한 7도 소주. 선관위는 정치자금으로 노래방 및 유흥업소 지출을 금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앗 카드 잘못냈다.'

지난해, 정치자금 카드를 사용한 몇몇 의원실은 속으로 아차 싶었을지 모른다. '노래방'에서 카드를 결제하고 나중에 이를 취소한 건들 때문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17년 '노래방·주점' 등의 비용이 정치활동과 관련이 있다고 해도 사적용도 지출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20대 국회 초반, 2017년 정치자금을 분석한 결과 특히 '초선' 의원들의 실수가 눈에 띄었다.

문진국 자유한국당 의원(비례대표, 초선)의 경우 '사무실 유지비용' 명목으로 여의도 노래방 '벤'에서 28만 원을 결제했다. 2017년 4월 25일 결제한 내역은 한 달이 지난 5월 29일에야 '카드 오사용'으로 취소됐다.

같은 당 곽대훈 의원(대구 달서구, 초선) 역시 여의도 노래방 '벤허'에서 49만 원을 결제했다가 당일 취소했다. 2017년 12월 13일 쓴 노래방 지출 내역에는 '보좌진 예산 심의 격려 만찬'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상여금 및 수당' 항목에 포함된 지출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비례대표, 초선)도 식대 명목으로 노래방 '벤허'에서 29만 원을 지출했다가 취소했고, 추혜선 정의당 의원(비례대표, 초선)은 '사무실 유지비용'으로 '벤허'에서 2만4000원을 결제했다가 착오지출로 취소했다. 네 건 모두 결제 후 취소한 것으로, 노래방에서 정치자금을 쓴 후 반환하지 않은 금액은 없었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지출임을 인지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정치자금으로 사우나 비용을 낸 의원도 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서울 도봉구, 재선)은 2017년 4월 24일과 4월 25일 이틀 동안 '맨하탄 호텔 사우나'에서 각각 2만8500원을 썼고 이를 4월 25일에 '카드오류 지출환급'이라며 취소했다. 김 의원은 2010년 4월 정치자금으로 국회 앞 사우나에서 모두 일곱 차례 19만8000원을 지출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중앙선관위는 사우나 이용비 등은 '사적 이용'으로 정치자금에서 지출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의원이 법 어긴 걸 국민 후원금으로 내다니... 말도 안 된다"



정치자금으로 차량 주정차위반 과태료를 낸 사례도 있었다. 오제세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청주, 4선)은 2017년 12월 11일 주차위반 과태료 3만2000원을 지불했다. '차량-유지비' 항목의 지출이다.

이 같은 '과태료' 납부에 대해 전진한 알권리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과태료는 명백하게 안 되는 걸로 금지해야 하는데 선관위가 '금지'도 '허가'도 하지 않은 상태"라며 "의원 본인이 법을 어긴 것까지 국민 후원금으로 내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반드시 의원 개인한테 징수시켜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자신의 변호사 선임 비용을 정치자금으로 지출한 사례도 다수 있었다.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비례대표, 재선)은 변호사 수임료로 네 차례에 걸쳐 1430만 원을 정치자금으로 지불했다. 박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홍보업체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됐으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박선숙 의원 측은 "선관위에 집행해도 된다는 유권해석을 받고 지출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오 민중당 의원(울산 북구, 초선)은 세 차례 걸쳐 660만 원을 변호사 선임료로 지출했다. 윤 의원은 2016년 총선에서 자신이 대표로 있던 마을공동체 '동행' 사무실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선거사무소로 사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7년 12월 대법원이 벌금 300만원을 확정해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 초선)도 네 차례 변호사 비용을 지불했다. 모두 합해 1000만 원을 지출했다. 이 의원은 2016년 다른 후보 지원 유세에서 상대 후보를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공표함 혐의로 기소됐고, 2017년 12월 무죄가 확정됐다.

이에 대해 이재정 의원측은 "관련 사건은 당시 여당 의원에게 부당하게 고발당한 건으로 정치적 탄압의 형태로 진행된 소송이었다"면서 "해당 지출은 관련 법리 및 중앙선관위 등의 유권해석을 통해 확인한 후 지출한 합법적인 내용"이라고 밝혔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중랑구, 재선) 역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변호사 비용을 지출했다. 총 다섯 차례에 걸쳐 2420만 원을 썼다. 서 의원은 2016년 4월 총선에서 상대 후보에 대해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고, 2017년 9월 무죄가 확정됐다.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경기 수원, 3선)은 '손해배상 소송 등 인지 및 송달료' 명목으로 52만 원가량을 지출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충북 청주, 4선)도 인지대와 송달료 명목으로 59만6400원을 썼다.

이에 대해 전 소장은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소송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는데 반해 일부 의원들은 정치자금으로 쓰고 있다, 형평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선관위가 정확한 법적 해석을 내려 적합성 여부를 여론에 물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 마포구을, 초선)은 인지대와 송달료 명목으로 62만9500원을 썼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 초선)은 변호사 선임 비용으로 330만 원을 썼다. 두 의원의 경우 '의정활동'의 연장선상에서 변호사 비용을 지출했다는 입장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최순실 게이트'와 연관되어 있다.

손 의원 측은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 이후 일부 누리꾼들이 허위사실과 모욕적인 글을 인터넷에 유포해 명예훼손 소송 등을 진행한 것"이라며 "개인적인 송사가 아닌 정치활동의 일환으로 선관위로부터 정치자금으로 지출해도 된다는 답변도 받았다"라고 밝혔다.

김 의원 측은 "최순실 국정농단과 마사회의 관련성을 규명하면서 마사회 측으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한 것"이라며 "진실을 규명하는 의정활동 차원에서 소송에 임했고 소송에서 이겨야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이 제대로 보장된다고 본다, 선관위의 유권해석도 거쳤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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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19-20대 국회의원 총 482명이 6년간 지출한 정치자금 2587억원의 지출내역을 공개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 2200여건, 10만 3617매를 전수분석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정치자금 공개 페이지'(http://omn.kr/187rv)에서 의원별로 사용일자, 내역, 금액, 사용처 등 지출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며, 원본 PDF파일도 제공합니다. 데이터 저장소(https://github.com/OhmyNews/12-17_KAPF)에서 연도별 지출내역 전체를 데이터파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