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는 "회찬이 형.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서 형을 좋아했어요."라고 회고했다. '좋은 사람' 노회찬은 음성적 정치자금 의혹으로 그가 꿈꿨던 정치를 이루지 못했다. ⓒ 공동취재사진




“당원들은 당권주자들이 명절에 김 한 톳이라도 보내주길 기대합니다. 정치인들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기꺼이 또는 마지못해 사적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기업인들에게서 음성적 정치자금을 받는 것은 공식적인 후원금으로는 사적 서비스 제공 비용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직 1년도 되지 않은 지금 벌써, 저는 제가 날마다 조금씩 무식해지고 날마다 조금씩 때가 묻어가는 것을 느낍니다.” - 2003년 7월 19일 ‘유시민의 아침편지’


국회의원이 된 지 100일 남짓이던 2003년, 당시 유시민 열린우리당 의원은 “날마다 때가 묻어가고 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자금 개혁’을 얘기했다. “후원금과 선거비용 상한선을 철폐하거나 대폭 완화하면서 투명성을 강화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8년 7월, 유시민 작가는 ‘형’을 잃었다. 15년 전 그가 바꾸길 주창했던, 그러나 그가 바라는 대로 바뀌지 않았던 ‘정치자금법’ 때문이라고 혹자들은 말했다.

“회찬이 형. 늘 형으로 여겼지만 단 한 번도 형이라고 불러 보지는 못했습니다. 오늘 처음으로 불러볼게요. 회찬이 형. 완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좋은 사람이라서 형을 좋아했어요.” - 7월 26일 고 노회찬 의원 추모제에서 유시민 작가의 추도사


일각에서는 “지키기 어렵게 설계된 정치자금법이 노회찬 의원을 죽음으로 몰았다”(최병천 민주연구원 연구위원)라고 평했다(관련 기사). 노 의원은 원외 시절이던 2016년 ‘드루킹’ 측으로부터 4000만 원을 받았다고 유서를 통해 밝혔다. ‘청탁이나 대가’는 없었지만 적절한 절차를 밟지 못했다고 고했다.

노 의원이 사망한 후 정치자금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정치자금 모금에 한계를 없애자는 주장과 함께 필수적으로 얘기되는 건 ‘투명성’이다.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썼는지 세세히 밝히고 이를 검증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노회찬’이라는 이름은 이제 정치자금법 개정을 위한 ‘당위성’ 같은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노회찬이 쓴 정치자금 내역, '그' 다운 지출



▲ 노회찬 의원은 정치자금을 쪼개 '장미'를 사서, 선물해 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 ‘노회찬’은 정치자금을 어떻게 썼을까. 그가 사용한 정치자금은 법 개정의 필요성을 증명하고 있을까.

<오마이뉴스>는 2017년도 노회찬 의원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을 분석했다. 노 의원이 지출한 내역은 총 1594건이다. 2017년도 전체 국회의원들의 평균 지출 내역 건수가 895건임을 감안하면 1594건은 압도적으로 많은 수다.

건수로 보면 2813건을 지출한 양승조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천안, 4선. 현 충남도지사)에 이어 전체 국회의원 가운데 노 의원 지출건이 두 번째로 많다. 다만, 양 의원은 매일 천안에서 KTX와 택시를 이용해 출퇴근해서 가장 많은 건수를 기록한 것으로, 교통 내역을 제외하면 1060건에 그친다. 사실상 노 의원이 가장 많은 내역을 정치자금 지출로 기록한 것이다.

노 의원이 지출한 최소 금액은 10원이다. 2017년 9월 24일 ‘결산세금’으로 10원을 냈다. 최다 지출액은 2583만 원이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정의당에 낸 특별당비다.

‘그’다운 지출은 곳곳에 눈에 띈다. 1월부터 10월까지 유급사무직원 4대 보험료 303만 원을 지출했다. 의원수행비서 초과근무수당도 매달 적게는 32만 원, 많게는 82만 원 씩 총 13차례 지출했다. 국회의원 점자 명함 제작에 쓴 16만5000원도 기록으로 남아있다.

노 의원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당직자와 국회 여성 청소노동자들, 여성 정치인, 여성 기자들에게 장미꽃을 한 송이씩 선물해 왔다. 2005년부터 이어져 온 그만의 의식이다. 이를 위해 노 의원은 2017년 3월 6일 50만 원을 썼다.

경남 창원 그의 지역 사무실에서 전지를 사기 위해 쓴 1000원(9월 21일)도, 편의점에서 컴퓨터용 펜 1개를 구입하기 위해 쓴 600원(6월 15일)도, 그가 노원구 상계동 편의점에서 구매한 신문 한 부(800원, 2월 7일)도 모두 '정치인 노회찬'의 기록으로 남았다.


'돈' 달라는 남자에게 호응한 4600여 명의 시민, 그 결과물





'투명성'을 말함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의원이 한 명 더 있다. 이번에는 초선 정치인이다. 그는 “돈을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사람들이 돈을 모아줬다. 그것도 2억2000만 원씩이나. 40시간 만에 일어난 일이다. 한 해가 지난 후인 2018년 8월, 그 남자는 또 “작년에 모아주신 돈을 정말 잘 썼으니 또다시 돈을 달라”고 요청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은평구, 초선) 얘기다. 그는 “염치없지만 또다시 여러분들께 정치후원금을 부탁드린다”라며 “이번에도 후원해주신다면 정말 잘 쓴 뒤에, 사용 내역을 구체적으로 소상히 밝혀 여러분들이 보실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실제 그는 자신의 정치자금 내역을 구체적으로 소상히 밝혔을까. <오마이뉴스>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박 의원의 2017년 정치후원금 수입·지출액 내역을 확보했다. 총 3억3266만 원에 달하는 지출액은 항목별로 총 1358건에 달했다. 노 의원 다음으로 세 번째로 많은 지출 건수다.

가장 적은 지출액은 이자소득세 50원을 농협에 낸 것이다. 그 다음은 서울 응암1동 우체국에서 우편발송을 위해 쓴 330원이다. 이 밖에도 소소하게 컵홀더(2400원, 5월 12일), 적폐 청산 공수처 설치 정책 토론회 김밥(3500원, 10월 11일), 한일 합의 무효와 소녀상 관련 지역회의(롯*리아 응암점 2만6200원, 1월 26일) 등의 내역이 빼곡히 적혀있다. 1회 지출로 가장 큰 금액을 쓴 것은 의정보고서 발송료로 총 823만 원가량을 쓴 것이었다. 이 밖에 사무실 리모델링료로 5차례에 걸쳐 3300만 원을 지출했다. 개인택시를 탔을 때는 택시번호까지 기재했다. 간담회도 수차례 진행했는데 주요 주제는 '청소년 참정권' '세월호' '적폐청산' 등이었다.

지난해, 제대로 쓸 테니 돈을 모아 달라는 그의 호소에 시민들 4600여 명이 호응했고 그는 “10원짜리 한 장까지도 상세하게” 적은 정치자금 수입·지출부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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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19-20대 국회의원 총 482명이 6년간 지출한 정치자금 2587억원의 지출내역을 공개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통해 받은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 2200여건, 10만 3617매를 전수분석했습니다.
오마이뉴스의 '정치자금 공개 페이지'(http://omn.kr/187rv)에서 의원별로 사용일자, 내역, 금액, 사용처 등 지출내역을 확인할 수 있으며, 원본 PDF파일도 제공합니다. 데이터 저장소(https://github.com/OhmyNews/12-17_KAPF)에서 연도별 지출내역 전체를 데이터파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