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정(29세, 여)

2022년 10월 29일 그날, 미정씨는 친한 후배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이태원 해밀톤 호텔 인근을 지나던 중이었다. 미정씨는 식사 내내 들떠 있었다. 코앞으로 다가온 11월, 베트남 나트랑 가족 여행의 총무를 자처한 미정씨는 가족 커플티셔츠를 맞출 거라며 신나했다.

그런 딸이었다. 소꼬리를 사다가 한솥 푸짐하게 찜을 만들어 놔 모두를 놀라게 하고, 설 명절엔 '세뱃돈 뽑기'를 준비해 왁자하게 웃게 했던 사남매 집 셋째 딸. 미정씨의 어머니 박랑주씨(60)는 지난 19일 전라북도 전주시 자택에서 인터뷰하는 내내 딸의 흔적을 짚어줬다. 전주 엄마집을 새집처럼 꾸미는 데 직접 나섰던 미정씨. 대학에서 전액 장학금을 받으며 조경을 전공한 딸은 만능 인테리어 기술자였던 아버지의 야문 손끝을 빼닮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