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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10.23 07:10 수정 2020.10.23 07:10
중년 1인 가구의 주거 문제는 사회적으로 보면 인기 없는 주제다. 청년들의 경우 시민단체들과 적극 연대해 청년 주거 문제에 대한 여론을 만들고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삶의 층위가 각기 다른 중년들은 공통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청년 주거 문제와 비교하면 중년 주거 문제는 공감대도 떨어진다. 취재를 한다고 할 때, 몇몇 취재원은 "고시원에 사는 중년들이 얼마나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다양한 정책이 논의되는 국회에서도 중년의 주거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안을 고민하고 있는 의원들은 많지 않다. 한 의원은 인터뷰를 요청하자 "깊이 고민해보지 못한 문제"라며 손사래를 쳤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중년의 주거 빈곤을 의정활동 목록에 올려놓은 몇 안되는 의원들이다. 박홍근 의원은 지역구인 중랑구에서 중년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것을 보면서 문제의식이 생겼고, 용혜인 의원은 고시원은 물론 관악구 대학동 반지하방에서도 살았던 경험이 있다. 박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중년 1인 가구 주거 정책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유일한 의원이었다. 용 의원은 최근 국회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 표결에 앞서 "최저기준의 삶, 쪽방·고시원·옥탑방과 같은 4평짜리 방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연설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용혜인

관심 못 받는 중년의 주거 문제

두 의원은 중년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 관심이 높아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그래야 중년들을 위한 정책 마련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장년은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하는 연령대로 인식돼 세대별 약자 구분에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저소득·고위험 1인 가구 실태 파악이 가장 시급하다고 봅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고, 종합적인 실태 파악과 대책 마련이 이뤄질 필요가 있습니다."(박홍근 의원) 대학동 고시촌의 열악한 주거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자, 두 의원은 "개선이 필요한 지점"이라고 했다. 우선 정부가 현행 최저주거기준을 보다 강화하고 임대사업자들이 이를 지켜나갈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법으로는 두 의원 모두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언급했다. "공공임대 주택 비율은 2018년 기준으로 7.2%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8%)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저주거기준도 소형주택이 일반화돼 있는 일본에 비해 좁아요. 일본의 1인 최저주거기준 면적이 25㎡거든요. 우리나라보다 11㎡나 넓어요. 결국 임대주택을 대폭 늘리고, 현실에 맞지 않는 주거 기준도 바꿔나가야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질 겁니다."(박홍근) "집주인들이 돈벌이 수단으로 열악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상황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최저주거기준을 상향 조정하라는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어요. 통계 관리 혼란 등의 이유를 댔는데 납득하기 힘든 이유죠. 국제적 기준에 맞게 최저주거기준을 바꿔 주거 빈곤층 자체를 없애는 게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또 고시원 같은 다중이용시설에서 업주들의 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법안도 필요합니다. 앞으로 공공임대주택도 많이 공급되어야 하고요."(용혜인)
박홍근

"결혼한 4인 가구 중심 기준 자체가 바뀌어야"

특히 용 의원은 주거 정책을 비롯해 전반적인 복지 정책의 방향성을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기존 주거·복지 정책 체계는 4인 가구 중심으로 짜여있는데, 중년을 중심으로 1인 가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인 가구는 지난 2015년 523만8000가구에서 2019년 603만9000가구로 늘었다. 10가구 중 3가구가 1인 가구인 셈이다. "전통적 의미의 가족이 해체되면서 중년층까지도 1인 가구로 편입되고 있어요. 그러면서 사회경제적 불안정성도 커지고 있죠. 사실 1인 가구는 제 또래에게는 익숙한 형태예요. 결혼을 하지 않는 청년 1인 가구도 많이 늘고 있습니다. 기존 복지 제도들도 보면 1인 가구가 아니라 결혼한 가구, 4인 가구 중심으로 체계가 짜여 있는데 사회 복지 제도를 설계하는 근본 기준 자체가 많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홍근 의원은 독거 중년을 위한 세심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봤다. 청년과 달리 중년들은 원치 않는 사유로 1인 가구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 회복 지원 등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중년 1인 가구는 청년이나 노년층과 달리 사업·결혼·인간관계에서 실패를 하고, 그 실패의 결과로 1인 가구가 된 경우가 많습니다. 경제적 문제도 있겠지만 가족 해체를 겪은 상처로 인한 정서적 문제도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주거 지원 이외에 상담과 복지 등 서비스를 결합한 종합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두 의원은 정부가 그동안 청년·신혼부부·노인 등 계층별로 주거 정책을 짜면서 세대별 경쟁 구도를 조장해온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현재 '저출생 해결'에 초점을 둔 주거 정책도 적절한 방향은 아니라는 게 이들의 문제의식이다. 용혜인 의원의 말이다. "파이를 하나 놓고 세대별로 나눠먹는 문제로 접근하다보면 결국 누가 더 가난한가를 가지고 경쟁할 수밖에 없어요. 주거권 보장 문제를 바라볼 때 중년과 청년, 노인 이렇게 따로 놓고 보는 게 아니라 모든 계층이 연대해서 열악한 주거 환경, 제도에 대해 개선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가야 근본적인 해결책도 나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주거정책이 저출생 문제 해결에 집중하다보면 정책과 자원이 일부 계층에 쏠릴 수밖에 없어요. 전체적인 국민 주거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저주거기준 법제화, 가능할까

용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대학동 고시촌 등 주거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국제 기준에 맞는 최저주거기준을 법률로 강제할 방법을 찾아볼 계획이다. 현재 최저주거기준은 행정규칙이라 강제성이 없고 지키지 않아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상황이다. "최저주거기준은 국제 기준과 비교해도 방과 부엌 크기 기준이 매우 낮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최저주거기준을 우리나라의 경제력 수준과 국제 기준에 맞게 바꾸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기준을 행정규칙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법률로 강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현재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활동하는 박홍근 의원은 다른 의원들과 부동산 정책 공부 모임을 진행하면서 중년을 포함한 1인 주거 문제에 대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택은 국토교통위원회 소관 업무지만 정책 방향이나 예산, 인력 등은 제가 활동하는 기획재정위원회 소관 업무입니다. 주택은 여러 부처에 걸친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관심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한 번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에요. 앞으로 중장년 1인 주거 문제를 포함, 국민 주거권을 보장하는 합리적인 방향을 찾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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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이희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