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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10.22 08:19 수정 2020.10.22 08:19
"대학동 고시원의 열악한 주거 환경은 거주민들의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 관계가 단절되고 경제 활동이 없는 50대 이상의 경우, 고독사 위험군으로 볼 수 있습니다." 대학동 중년들의 삶은 어떤 경로로 흘러가게 될까. 고시촌 취재를 총괄하면서 가장 우려됐던 지점이 대학동 중년들의 '앞날'이었다. 단정할 수는 없지만 별다른 대책 없이 지금처럼 방치될 경우 이들의 삶은 고독사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서울시복지재단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대학동을 포함한 관악구에서 17건의 고독사 확실 사례가 발견됐다. 서울지역 모든 자치구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였다. 고독사로 의심되는 사례도 129건이었다. 대학동주민센터의 한 관계자는 고독사 이야기를 꺼내자 "(그런 일이 발생할까 봐) 고시원 주인들 신경이 바짝 곤두서있다"고 귀띔했다. <오마이뉴스>는 고독사 실태조사를 총괄한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팀장(박사·아래 사진)에게 대학동 거주민을 대상으로 한 심층 설문조사 결과를 공유했다. 이 설문조사는 <오마이뉴스>가 한국도시연구소에 의뢰해 지난 8월 10일부터 8월 21일까지 서울 관악구 대학동 고시원·원룸에 사는 세입자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과물이다. 송 팀장이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내린 결론은 "(여전히) 고독사 발생 위험이 높다"였다. [관련기사 -고시촌 사람들은 30대부터 고독사가 두렵다] 송 팀장에게 대학동 고시촌은 낯설지 않은 동네다. 2016년 고독사 연구 보고서를 작성하고, 이듬해인 2017년 대학동 고시촌에서 사회적 고립 가구에 대한 연구·발굴 활동을 병행했다. 5개월 동안 '발소리나누리'라는 주민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독거 가구에 대한 지원 활동도 했다. 송 팀장은 "당시에도 대학동은 사람들이 밖으로 나오지 않으려는 성향이 강했던 곳이었고, 사업을 총괄하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했다. 그는 설문조사에 대해 "30대 젊은 층을 제외한 40대 이상은 비혼·이혼·경제적 사정 등으로 가족 관계가 단절돼 있고, 연락하는 지인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 많다"며 "사회적 고립 상태에 있어 고독사 발생 위험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저 주거기준 이하인 곳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훨씬 더 위축된다는 선행 연구도 많다"며 "사회적 관계 단절을 겪고 열악한 주거로 내몰린 사람들이 스스로를 더 사회에서 고립시키면서 결국 고독사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독거중년을 대상으로 한 공공정책이 전체적으로 부족하고 정책 담당자들의 이해도도 높지 않다고 우려했다. 사회 통념상 40~60대는 일을 해야 하는 나이로 인식되면서 그동안 정책적 지원 대상에서 항상 배제됐고, 최근 독거 중년이 늘고 있음에도 정부가 이에 필요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송 팀장은 "일상에서 이탈한 중년들을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주거·복지·일자리 등을 지원하는 사회 서비스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직장을 잃고 무기력한 사람에게 지원도 해주면서 미래 설계를 다시 하도록 해야 하는데, 그런 정책들이 너무 없고 섬세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송인주

“주거 과부담, 개인의 일상을 파괴한다”

- 최근 <오마이뉴스>가 대학동 거주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총괄했다. 결과에 대해 총평해본다면?
"대학동 거주자들의 연령대·주거·직업 특성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던 조사였다고 본다. 특히 기존 고시 공부하던 사람들과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 섞여 살고 있는 양상이 드러나기도 했다. 과거부터 고시 공부를 해온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한 채 고시 낭인이 되어 살아가고 있거나, 최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도시 사람들이 싼 고시원, 싼 주거를 찾아 대학동으로 이주하고 있다."
- 이번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대학동의 고독사 위험도를 평가한다면 어떤가?
"높은 편이다. 지난 2018년 서울시복지재단이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외로움' 관련 조사를 총괄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 배우자의 유무·직업의 안정성·자가 여부·건강 상태·사회관계망 만족도를 포함한 8가지 요소에서 위험도가 높을수록 외로움 지수가 높게 나타났다. 이번 <오마이뉴스>의 조사 결과에서도 30·40·50대를 중심으로 해당 요소들의 위험도가 높게 나타났다. 인구사회학적 특성상 대학동에 사는 사람들의 직업은 아르바이트·일용직 등으로 안정성이 떨어졌고, 미혼율이 매우 높았을 뿐 아니라, 사회 관계망 숫자도 굉장히 적었다. 또 <오마이뉴스> 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동 거주자 100명 중 79명이 미혼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들을 위험군으로 인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일반적으로 고독사와 먼 나이로 여겨지는 30대 중에서도 고독사를 걱정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이번 조사에서 주목해야 할 건 고독사를 걱정하는 이들이 모든 연령대에 걸쳐 나타났다는 점이다. 한번이라도 홀로 아파본 경험을 한 사람들은 고독사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고독사를 걱정하는) 30대는 몸살을 앓았을 수도 있고 지병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을지 모른다. 혹은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생겨 자살을 생각해본 사람일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직장을 잃고 그에 낙담해 일상생활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경우라면 다른 사람들처럼 고독사 하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특히나 코로나19로 일자리 안정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공포들이 내재해 있다."
- 이번 조사 결과 또 하나 확인된 것이 바로 대학동 고시원의 주거 실태다. 노후 고시원 대다수는 공동부엌을 갖추지 않았고 화장실 개수도 세입자 수 대비 턱없이 부족했다. 열악한 주거 환경은 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선행 연구들을 보면, '주거 과부담'과 '주거 면적'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개인을 더 고립시킨다고 한다. 주거 과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주거비를 많이 낸다는 말이다. 또 우리나라는 사람이 인격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최소 공간을 14m²로 정해두었다.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식사 공간이나 샤워를 하는 등 자기관리를 할 공간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공동부엌이 갖춰져 있지 않거나 샤워장이 없는 고시원은 기본적으로 이 같은 '최소 주거'에 미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고시원 안에서 밥을 해 먹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근처 밥집을 이용해야 할 텐데 이마저도 한 끼당 4000원의 돈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결국 개인의 일상이 파괴된다. 질병은 점점 심화되고 고립도 일상화된다. 그런 과정에서 사망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나는 실패한 인생'... 스스로를 방치하는 사람들

- <오마이뉴스> 조사를 보고 난 뒤 이 지역에 사는 40·50·60대 중장년층이 위험하다는 결론을 낸 이유는 무엇인가.
"누군가를 '위험군'으로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이 관계망뿐 아니라 주거·질병·사회적 지위 등이다. 그런데 조사 결과를 보면 주거비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과 몸이 아픈데도 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않는 등 자기관리가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상당했다. 이전 조사에서 질문하지 않았던 내용들이다. 이런 특징이 40~60대에서 나타났다. 결국 이런 문제는 고독사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 조사 결과 대학동 고시원에 사는 중장년층은 돈이나 건강 등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사와 상담조차 하지 않았다. 이들은 왜 자신의 삶을 방치하고 있다고 보나.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하나는 본인이 개인 성격이나 상황 때문에 타인에게 스스로를 오픈하지 못하는 경우다. 또 하나는 낙인감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처지에 놓인 걸 수긍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가 스스로 '나는 실패한 인생'이라거나 '가능성이 없다'며 자기 낙인까지 찍는다. 오히려 임대주택에 입주한 사람들은 공적 서비스와 연결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이미 스스로를 공개했기 때문에 그 후로는 공공 서비스도 더 잘 신청한다. 반면 사정이 어려운 데도 임대주택에 입주하지 않고 취약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은 낙인감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이런 선택을 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 대학동에서 고독사가 자주 발생하는 편인가?
"기본적으로 고독사는 1인 가구가 몰려 사는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과거 연구 당시 관악서 담당 경찰관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저는 관악구 내 1년간 17건의 고독사 확실 사례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그 경찰관은 5배는 많을 거라고 했다. 대학동은 1인가구가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자살자 통계 역시 관악구에서 높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고독사 중 자살자가 30%를 차지하고 있는 걸 생각하면 이 지역에 고독사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 고독사는 지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감정은 전염된다. 감정사유학에서 많은 학자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고독사가 나타나면 주변 사람들이 대체로 다 안다. 경찰이 오고 냄새도 나기 때문이다. 이 동네에 사람이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동네 사람들에게는 '나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전염된다. 정서적으로 더 힘든 상황에 놓인다. 고독사는 지역 사회가 함께 경험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인은 죽지만, 지역사회는 그 잔향을 계속 경험하게 된다."
- 대학동 거주민들이 낙인감을 해소하고 사회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벨기에에서는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이 공공 서비스를 신청하도록 돕는 민간 조직, NGO가 활동하고 있다. 어려운 이들과 모여 이들이 받을 수 있는 공공 서비스를 알아보고 신청 방법을 쉽게 안내하고 같이 작성도 한다. 어떻게 보면 중장년층은 열심히 일해 세금을 내고 사회에 기여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수용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민간 조직이 필요하다. 현재는 접근 자체가 너무 어렵다."
- 그렇다면 공공부문에서 추진해야 할 정책은 뭔가.
"가장 좋은 건 스스로 원하는 지역 혹은 커뮤니티가 있는 곳에 임대주택을 얻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매입 임대주택도 좋다. 일반적인 임대주택은 슬럼화 돼 있어 낙인감을 가질 수 있지만 매입 임대주택은 일반 주택 속에 섞여 있다. 지역사회에 흩어져 일반적인 거주자들과 똑같은 환경이 만들어지는 거다. (일반 임대주택처럼) 집합 주거 방식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주거를 공급하는 게 좋겠다."
- 고시원 내부 시설 개선도 필요한데 당장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안은?
"주거 환경이 취약한 곳에 사는 사람들이 이용할 시설이 없다는 게 문제다. 대체제로 자연스럽게 오갈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 같은 제3의 공간이 많아지면 좋겠다. 최저 주거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공간에 혼자 살아서 갑갑하게 느껴지더라도 동네를 왔다갔다 하면 여유를 조금은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저렴한 가격에, 아니면 무료로 식사를 할 수 있으면서 동네 주민들과 정보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정서적으로 달라지는 상황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동 사례에서 많이 이야기되는 게 이곳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해피인'이다. 모퉁이를 돌면 쉽게 들어갈 수 있는 공간들이 이곳 거주자들을 위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대학동은 쪽방촌보다 더 고립된 지역“

- 대학동 주민들을 취재해보니 고시원 거주자들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거주자 중 한 명은 스스로 냄새가 난다고 여기고 밖에 나가기를 꺼려하고 있었다. 타인의 시선은 거주자들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2017년 대학동 연구 당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이전에 동네 주민들은 대학동에 사는 이들을 판·검사가 될지 모르는 사람이라며 굉장히 대접해줬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뭐랄까. 거주자들을 사회적으로 낙오한 사람 취급을 한다고 했다. 달라진 사회적인 시선이나 거주자들에 대해 잘 모르면서 하는 말들이 이들을 더 고립시킬 수 있다."
- 과거 연구 당시 대학동 주민들과 함께 거주자들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하기도 했다.
"그랬다. 대학동에 고립된 사람들이 특별히 어떤 잘못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인데 실패와 낙인 속에서 고립된 거라고 설명해주자 동네 주민들도 생각을 바꿨다. 이후에 동네 주민들은 고립된 사람들을 직접 찾아 가는 일에도 동참했다. 결국 동네 주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 (고립을 막기 위해선)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대학동에서도 인식을 개선하는 시민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를 보니 그때의 효과가 지금은 남아 있지 않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대학동이 사업하기 가장 어려운 동네였다. 다른 지역은 사람들이 좀 만나지니까 주민들이 재미를 느끼면서 계속 활동했다. 특히 쪽방촌이 많은 가산동이라는 동네에는 집주인들이 직접 위험에 처한 거주자들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또 반상회를 열어 옛날 마을처럼 대면관계가 활성화됐다. 하지만 대학동에서는 캠페인 이후 성과가 많이 사라졌다. 이후 활동이 지속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네 주민들이 찾아나서도) 고립이 심한 거주자들과 만나기 쉽지 않았다. 접촉할 기회가 줄어드니 주민들의 활동이 무력해졌고 와해됐다. 대학동은 가장 고립돼 있고, 접촉하기 힘든 사람들이 살고 있다. 그런 만큼 이 지역에 맞는 모델이 무엇인지 의지를 갖고 실험해야 한다."
- 현재 상황을 별다른 대책 없이 방치하면 어떤 문제점이 생길까.
"이대로 대학동이 방치될 경우 슬럼화 할 가능성이 높다. 다양한 위험들도 도사리게 된다. 지역이 소외될 거고 질병 앓는 사람들은 더욱 많아질 거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사회에는 중장년층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이 너무 없다. 이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어떤 대책이 먹히는지 등에 대한 경험치가 너무 부족하다. 전문가도 많이 없다. 독거 중년 등 먹고 살기 힘든 계층에 대한 공적 서비스들은 부족하고 섬세하지 못하다. 일단 공공과 민간의 관심과 지원이 늘어나야 한다. 주저하지 말고, 지금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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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