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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10.14 07:36 수정 2020.10.14 07:36
“진짜 힘들어요. 꽃동네 진짜 힘들어요. 거긴 자유가 없어요. 규칙도 많고 선이 있기 때문에 한 번 들어가면 나오기가 쉽지 않아요. 외로워요. 외로웠어요. 다 남이잖아요. 그 안에 있으면 그렇게 세월이, 세월이 가고 있어요.” 1평도 안 되는 방. 옷가지와 각종 잡동사니가 가득 쌓여 있던 그 방은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혔다. 키 165cm 정도인 그는 이 방에서 발을 다 뻗고 눕지 못했다. 다리나 허리를 굽혀야 겨우 누울 수 있는 협소한 방. 천장 위로는 나방 10여 마리도 날아다녔다.

나방 날아다녀도 좋다

이현수(58, 가명)씨에게 ‘고시원에 사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내게 딱 맞는 집”이라고 답했다. 지적장애 1급인 그는 35년간 사회복지시설인 ‘꽃동네’에서 살았다. 거기선 10여명의 다른 사람들과 한 방에서 지냈다. 당연히 개인 공간은 꿈도 꿀 수 없었다. 기상시간과 식사시간 등 꽃동네의 엄격한 규율은 그를 짓눌렀다. 그는 지난 2019년 4월 넷째 형의 도움으로 꽃동네를 나왔다.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통해 생계급여와 주거급여도 지급받게 됐다. 이후 자립을 위해 처음으로 선택한 공간이 이곳 대학동 고시원이었다. 그가 사는 고시원 1층은 바닥에 습기가 들어차 매번 곰팡이가 피어난다. 음식을 해먹을 부엌조차 없다. 그렇게 방 안에 음식을 보관하면 관리가 미비한 틈을 타 벌레 떼가 달려들고 음식 위에 알을 낳는다. 알에서 깨어난 벌레들은 나방이 되어 온 방 안을 헤집고 다닌다. 그런데도 그는 고시원 생활이 좋다고 말한다. "고시원, 고시원에서 불편한 점은 아직 없어요. 나 여기 너무 좋아요. 나한테는 딱 맞아요. 아직 나온 지 얼마 안 됐으니까요. 사람들이랑 같이 자다가 혼자 자니까 너무 편해요. 부엌은 없죠. 혼자 방 안에서 먹어야지. 그래도 불편한 건 없어요."

행복해서 슬픈 그의 웃음

고시원이 살기 좋은 곳이라던 이씨의 말은 어쩌면 그가 홀로 집다운 집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어린 시절 부모님을 여읜 뒤, 지적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요양원에 들어갔다가 꽃동네로 거처를 옮겨 35년을 지낸 그였다. 원하던 자유를 얻은 이씨는 대학동에 뿌리를 내리고 자신만의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그의 하루 일과는 대부분 봉사로 채워져 있다. 대학동 동네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이모'라고 부르는 무료급식소 관리자들이 지금의 그에게는 가족과 다름없다. 가족과 거의 연락도 하지 않고 지내는 그가 외로움을 이겨내는 방법이다. "앞으로도 계속 봉사 하고 싶어요. 이모들한테도 그렇게 이야기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변할지 몰라도 난 안 그런다 이모야'라고. 그러니까 너무 좋아해줘요. 자원봉사 말고는 만약 가능하다면 청소부 같은 것도 해보고 싶고요."

VR화면으로 고시원 내부를 살펴볼 수 있다. 마우스 또는 손으로 움직이면 회전 및 확대, 축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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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