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6
원고료로 응원하기
본문듣기 등록 2020.10.12 07:10 수정 2020.10.12 11:48
그도 한때
서울에 번듯한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던
중산층 '가장'이었다.
대학교에서 토목을 전공했고
토목기사 자격증으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런데
사업에 뛰어들면서 그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업을 하던 중 하필 IMF 외환위기를 맞았다.
동업자는 남은 자본금을 갖고 달아났다.
어렵게 사업을 이어왔지만
2005년 최종적으로 부도를 맞았다.
남은 돈 한 푼 없이 갚아야 할 빚만
9000만원이 쌓였다.
사업을 정리한 2005년,
아내와도 이혼했다.
부모님도 돌아가시면서
그에게 가족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연락을 하는 지인조차 없었다.
가까스로 한 회사에 취직했지만
난치성 질병과
만성 고혈압, 당뇨, 디스크까지 겹치며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결국
그는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우린 기생충이잖아요. 고시원에 살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니까요. 이 동네에 사는 사람들끼리 그렇게 이야기해요. 우린 사람 축에도 끼지 못한다고. 그러니 방에 문제가 있어도 요구할 자격도 없다고요." 분명히 ‘기생충’이라고 했다. 그는 스스로를 그렇게 지칭했다. 직전까지만 해도 고시원 생활의 불편에 대해 속사포처럼 불만을 쏟아냈던 그였다. 1평 넓이도 되지 않는 좁은 방, 배수관이 낡아 오물이 흘러넘치는 화장실, 추위와 더위, 흔한 밥·김치조차 제공하지 않는 인색한 고시원 주인. '집주인에게 문제제기를 해봤냐'고 하자 그가 어렵게 꺼낸 얘기였다. 그저 살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한다고, 자신들은 요구할 자격도 없다고 자책했다. 오랜 기간 고시원에 살면서 그는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고립돼 있었다. 이희석(62, 가명)씨가 대학동 고시원에 머물기 시작한 건 2년 전. 눈의 초점이 흐릿해지는 난치성 질병으로 퇴직을 하면서 수입이 끊기자, 돈 한 푼 아껴보기 위해 이곳 고시원에 왔다. 월세는 15만원으로 대학동 고시원 중에서도 저렴한 편에 속한다. 매달 26만원의 주거급여를 받고 있지만, 추가 생활비는 그간 모아둔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 “2년 전까지는 일을 했으니까 모아둔 돈이 있어서 아껴 쓰고 있어요. 만성 고혈압, 당뇨, 디스크도 있어요. 병원비만 한 달에 50만원이 나가요. 점심은 무료급식소에서 해결하고, 주말에는 급식소가 문을 안 여는데 금요일에 급식소에서 컵라면을 줘요. 그걸로 주말을 때워요.” 그도 한때 서울에 번듯한 아파트 한 채를 가지고 있던 중산층 '가장'이었다. 대학교에서 토목을 전공했고 토목기사 자격증으로 꽤 많은 돈을 벌었다. 그런데 사업에 뛰어들면서 그의 삶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사업을 하던 중 하필 IMF 외환위기를 맞았다. 동업자는 남은 자본금을 갖고 달아났다. 어렵게 사업을 이어왔지만 2005년 최종적으로 부도를 맞았다. 남는 돈 한 푼 없이 갚아야 할 빚만 9000만원이 쌓였다. 사업을 정리한 2005년, 아내와도 이혼했다. 부모님도 돌아가시면서 그에게 가족이라고 할 만한 사람은 없었다. 연락을 하는 지인조차 없었다. 가까스로 한 회사에 취직했지만 난치성 질병과 만성 고혈압·당뇨·디스크까지 겹치며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결국 그는 개인파산을 신청했다.

‘냄새 날까봐’... 고립을 택한 이들

2년째 고시원 생활을 하고 있지만 적응하긴 여전히 어렵다. 그가 살고 있는 고시원에는 총 60개 방이 있다. 그런데 화장실은 4칸 밖에 없다. 그마저도 1칸은 현재 고장 난 상태다. 화장실에 몰리는 시간이 겹치면 곤란할 때도 많다. 화장실 배수관도 낡아서, 오물이 흘러넘치고 여름에는 냄새도 심하다. 주방이 있긴 하지만, 후라이팬 등 식기 도구는 모두 개인이 준비해야 한다. 한 푼이 아쉬운 그에게는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고시원에서 김치도 줬는데 비용을 줄일 목적인지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어요. 정수기도 40가구 사는데 1대 있고, 종이컵도 없죠. 방 자체도 너무 작아요. 0.8평. 여름이나 겨울에 냉·난방비를 따로 받는데, 난방을 제대로 안해 줄 때도 많아요. 전기장판 같은 걸 가져오면 압수당해요. 불난다고.” 그의 하루 생활은 단조롭다. 방 안에 설치해둔 모니터로 드라마를 보거나 병원 치료를 받거나 무료급식소에 간다. 간혹 급식소에서 만난 이들과 편의점 커피를 사들고 담소를 나눌 때는 있다. 그들과 꼭 하는 이야기가 있다. "만나면 서로 몸에서 냄새 나지 않느냐고 꼭 물어봐요. 냄새 안 난다고 답해도 다들 자기 몸에서 냄새 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지하철을 탔다가 사람들이 몇 번이나 옆 자리를 피해서 자괴감에 빠져 있는 이들도 많아요. 그러다 보니 점점 바깥 외출을 안 하게 되고요. 구청에서 영화보라고 문화누리카드를 나눠주는데 다 못써요. 영화관에 가려면 옷이 있어야 하는데 구색을 갖출 옷을 찾기가 어렵잖아요."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경제부 소속입니다. 주로 땅을 보러 다니고, 세종에도 종종 내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