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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8.04 08:31 수정 2020.08.04 08:31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내건 통합당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통합당 회의실에는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라는 문구가 내걸렸다. ⓒ 남소연

 
국수가 탱탱 불어터지고 텁텁해지면 누가 먹겠느냐며 대통령은 국회의 조속한 처리를 다그쳤다. 경제부총리로 지명 받은 인사는 한여름 옷을 한겨울에 입고 있는 격이라며 부동산 규제 완화를 통한 경제 활성화를 강조했다. 여당 대표는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야당에 법안처리를 압박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최경환 부총리가 주도하고, 김무성이 대표로 있던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이 발의하여 2014년 12월 29일 국회를 통과해 만들어진 법이 부동산 3법이다.
 
23억 시세차익 올린 야당 원내대표
 
민간 주택 분양가 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하고,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를 3년 유예하며, 재건축 조합원에게 3주택을 허용하는 부동산 3법은 강남 재건축 맟춤형 특혜법이라는 논란이 있었지만 찬성 127명으로 통과되었다.

MBC <스트레이트> 보도에 따르면, 이중 49명(새누리당 44명, 새정치민주연합이 5명)이 강남3구에 아파트를 가지고 있었으며 재건축 대상인 30년 이상 아파트를 보유한 의원도 21명(모두 새누리당)이나 된다고 한다. 현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도 이 중 한 명이다. 주 의원의 반포아파트는 22억 원에서 45억 원으로 올라 시세차익만 23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우리 서민들은 열심히 벌어서 내 집 한 채 장만하는 것이 평생의 꿈인데, 집값은 급등하고 대출은 막아놓으니 이생집망이라고 절규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렵사리 내 집 한 채 마련하니 이제는 종부세와 재산세 폭탄을 퍼부을 뿐만 아니라, 양도세마저 인상하겠다고 하니, 도대체 이 나라에서는 집 가진 것이 죄입니까? 정작 고위직 인사들은 노른자위 땅 아파트로 막대한 시세 차익을 올려 국민들에게 분노와 박탈감을 안겨줬습니다.
 
지난 7월 21일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규제 완화와 공급 확대와는 정반대로 가는 것이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실패의 원인이라며 대통령의 직접 사과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경질을 요구했다. 고위직 인사들은 노른자위 땅 아파트로 시세 차익을 올려 서민들에게 분노와 박탈감을 안겨줬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야당의 원내대표가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대구 출신의 국회의원이, 연고도 뚜렷하지 않은 강남의 아파트로 23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고도, 본인과는 상관없는 일처럼 정부 고위직 인사들의 아파트 시세차익만 나무라며 서민의 박탈감을 강조하는 건 내로남불의 사고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국민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분노만큼이나 미래통합당에도 비난을 쏟아붓는 건 그들의 잘못이 문재인 정부나 여당인 민주당보다 적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파트는 두고 청주 아파트  처분 계획을 발표하자 똘똘한 한 채 지키기라고 비난한 미래통합당의 원내대표.

정작 본인의 시세 차액 비난 여론에는 "민주당 정권이 잘못해서 1~2년 사이에 이렇게 가격이 올랐다"라며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에 대해 제가 고맙다고 해야 할지 참 '웃픈'(웃기면서 슬픈) 사정"이라며 비난의 화살을 현 정부에 돌렸다. 정치 공방을 넘어서는 후안무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45억 아파트 처리 계획부터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한다고 말할 수 없다. 여당인 민주당도 부동산 대란의 책임이 없지 않다. 그러나 22억 원의 아파트가 45억 원으로 올라 시세차액만 23억 원에 이르도록 한 원인이 오롯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만 있다고 하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주 원내대표의 주장대로 최근 2년 사이에 22억 아파트 가격이 45억 원으로 올랐다 하더라도, 23억 원의 시세차익이 가능했던 건 강남 재건축 맟춤형 특혜법이라는 2014년 부동산 3법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민주당의 가장 큰 잘못은 부동산 3법이 다주택자와 부자들에게 특혜를 주고 서민에게서 내 집 마련의 꿈을 뺏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야당으로서 여당의 폭주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잘못은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주창하면서도 집권 3년이 지나도록 2014년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3법의 틀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23억 원의 시세차익을 만들어준 부동산 광풍.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책임도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다.
 
그러나 부동산3법의 통과를 주도한 새누리당이 자유한국당을 거쳐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그 책임에서 벗어나는 건 아니다.

미래통합당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맞불을 놓는 성격으로 지난달 29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 기존 도심의 고밀도·고층화 콤팩트 시티 개발▲역세권 재개발 해제구역 정비사업 재추진 ▲재건축 활성화 및 상업업무기능의 주거용도 전환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다.

또 세 부담 경감 대책도 내놓았는데 ▲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액 9억 원→12억 원으로 올리고 ▲ 1세대 1주택 고령자와 주택 장기보유자에 대한 공제 혜택 확대 ▲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폐지 ▲ 현행 등록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유지 ▲ 취득세 한시적 감면 ▲ 금융규제 완화 및 청약제도 개선이 주 내용이다.

미래통합당의 이와 같은 부동산 대책은 2014년 부동산3법과 다를 바 없는 집값 띄우기다. 규제 완화, 세 부담 완화, 대출 완화로는 집값이 다시 폭등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서민들의 이생집망의 절망감을 이야기하려면 23억 원 시세차익을 거둔 45억 원 본인의 아파트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처리 방안이라도 내놓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이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형평성이라 할 수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청주가 아니라 반포 아파트를 팔아야 하고, 제1야당 원내대표의 22억 아파트는 몇 배의 시세차익을 거두든 시비할 게 못 된다면 어느 국민이 납득하고 이해하겠나.
 
지난 7월 30일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이 반대하는 가운데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여세를 몰아 8월 4일에는 임대차 3법의 마지막 법안인 전·월세신고제를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미래통합당은 임대차3법 추진을 두고 난동 수준의 입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지만, 다주택자와 부동산 재벌에 부여했던 과거의 무한한 혜택에서 임차인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만드는 부동산 개혁의 시작에 불과하다.
 
임차인 걱정하지만 실은 임대인의 논리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임대차법에 반대하는 본회의 5분 연설을 하고 있다. 2020.7.30 ⓒ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윤희숙 의원의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5분 연설이 화제다. 윤 의원을 임차인으로 볼 수 있는가는 논외로 하더라도 그렇게 환호할 내용인지 의문이다. 윤 의원은 임대차 3법 추진으로 전세가 월세로 바뀌는 현상이 가속화 돼 결국은 임차인의 손해로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면 동의되는 점도 있다. 상임위 심의 과정을 생략한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4년 뒤 전세는 어떻게 될 것이냐는 세간의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윤 의원의 비판은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규제 강화는 임차인의 손해로 귀결'된다고 한 논리를 되풀이하는 것 같아 불편하다.

이명박 정부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전월세상한제를 하면 세입자만 어려움에 빠진다며 이를 인기영합정책으로 규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세 시장에 몰린 수요를 매매 시장으로 돌려야 한다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나 분양가 상한제 등 각종 규제를 철폐하라고 주문했다. 

규제를 강화하면 임대인이나 다주택자가 집을 내놓지 않아 전·월세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논리로 부동산 재벌과 부자들의 임대업에 온갖 특혜를 만들어준 게 지난 정권 부동산 정책의 골간이다. 결국 그들이 주장한 임차인 보호론은 임대인만 좋은 결과를 낳았을 뿐이다.

윤희숙 의원은 5%로 묶어놓은 전월세 상승률 때문에 자신이 임대인이라도 임대하지 않고 아들·딸에게 들어와서 살라고 하겠다고 했다. 윤증현 장관의 논리와 똑같다.

윤 의원이 임대차 3법에 대해 불안감만 키우기보다 정부·여당이 생각하지 못한 대안을 가지고 발언했더라면 설득력이 더 배가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크다. 

코로나 사태로 마스크 가격과 공급에 규제를 하는 것은 사재기로부터 국민 건강권을 지키려는 정부의 역할로 박수받을 일이다. 집값이 걷잡을 수 없이 오르고, 전·월세 시장이 불안해 국민들이 2년에 한 번 이삿짐을 싸야 한다면 정부가 개입하고 통제해야 할 부동산 정책은 자명하다.

공급을 아무리 늘려도 서민에게는 그림의 떡이고, 부동산 재벌과 부자들만 재산을 증식하는 현실에서 역세권 재개발로 공급을 늘리자니, 누구를 위한 제안인지 묻고 싶다.
 
부동산 개혁은 기존의 정책을 손보고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과 부자들에게 맞춘 초점을 실수요자와 서민에게로 옮기는 것이다. 지금은 고기를 뒤집을 때가 아니라, 낡고 오래된 부동산 정책의 불판을 갈아야 할 때다.

민주당은 좌고우면 하지 말고 달리는 말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부동산 개혁 입법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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