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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8.04 13:19 수정 2020.08.04 13:19
4대강 다큐멘터리 영화 <삽질>을 제작한 오마이뉴스는 마창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대전환경운동연합과 함께 문재인 정부의 4대강재자연화 공약 이행을 점검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녹색 바이러스의 경고 '4대강은 안녕한가'>를 공동기획했습니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http://omn.kr/1hsfh)으로 가입해서 많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편집자말]

금강 백제보 문화관 옆에 세워진 금강 공적비. ⓒ 김종술

   
3043명.

금강 백제보 문화관 옆 검은색 고급 대리석 재질의 금강 공적비에 새긴 소위 '4대강 유공자'의 숫자이다. MB 친필 서명이 새겨진 공적비에는 "금강을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생명의 새 터전(중략)으로 되살린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역들의 이름을 이곳에 새겨 그 공을 기립니다"라고 각인돼 있다.

[부끄러운 공적] 이름은 새겼지만 공적 내용은 없다

공적비에 이름은 남아 있지만, 이들의 공적 내용은 찾을 길 없다. <중앙일보> 강찬수 환경전문기자의 2018년 11월 26일 보도("4대강 사업과 구멍 뚫린 국가 기록 관리")에 따르면, 국토부는 공적비에 각인된 이들의 공적 내용, 심사과정 등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고 한다. 국가 기록 관리 부실 때문인지 아니면 후손에게 공개 못 할 부끄러운 공적 때문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4대강사업에 대한 우리 사회 평가는 이미 끝났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우리 사회가 22조 원을 들여 확인한 것은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상식"이라고 일갈한 바 있다. 2017년 영국 <가디언>지도 '세계 10대 자본 낭비성 사업'의 세 번째로 선정할 정도로 4대강사업은 국제적으로도 악명(?) 높다.

이런 사업의 '주역'이라는 건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죄'를 지었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4대강 혈세 낭비 전면 재조사'를 밝히며 '부정부패를 규명하고 법적 책임과 손해배상 책임까지 묻겠다'고 했다. 그럼 4대강사업에 따라 법적 책임을 진 사람이 있을까?

박근혜 정부 시절 4대강 공사 담합이 드러난 극히 일부 건설사 관계자들, 즉 몸통이 아닌 깃털만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또 공적비에 오른 인사 중 자신의 행위에 대해 양심선언 또는 사죄 의사를 밝힌 이들이 있을까? 불행히도 거의 없다. 일부 인사들은 오히려 4대강사업은 잘 된 사업이라며 여전히 억지를 쓰고 있다.

[A급 찬동인사] 국토부는 당당하다
 

MBC 피디수첩 <4대강에는 '꼼수'가 산다>편 화면 갈무리 ⓒ PD수첩

 
이는 성찰하지 않아도, 다시 말해 '뻔뻔해도' 되는 구조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강 공적비에 이름이 새겨진 이 중 한 명이 지난 7월 21일 MBC-오마이뉴스 공동기획 PD수첩 <4대강에는 '꼼수'가 산다> 편에 나온 환경부 정○○ 과장이다. 그는 4대강사업 추진 시 국토부 소속으로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에서 근무했고, 그 공로로 근정포장을 받았다.

정 과장은 2018년 환경부로 물관리가 일원화되면서 자리를 옮겼다. 2013년 2월 4대강 인명록 편찬위원회는 정 과장을 "권도엽 국토부 장관, 심명필 4대강 추진본부장과 함께 4대강 추진본부에서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라고 적시하면서, 그를 4대강 'A급 찬동 인사'로 분류했다. PD수첩에서 일부 다루어졌지만, 나는 정 과장과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다.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7년 8월 30일 '지속가능한 통합물관리 비전 포럼' 첫 번째 전체회의가 열렸다. 미래 지향 수자원·수질 통합 관리를 위해서는 이전 시대 국가부처의 과오를 성찰해야 했다. 이날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는 4대강사업 추진에 대해 사과 의사를 표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해외개발 계획 등만 언급할 뿐 어떠한 유감 표시도 하지 않았다.

사회를 보던 허재영 통합물관리비전포럼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반성이 없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이날 국토부 입장을 발표한 인사가 정 과장이었다. 행사장에서 나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그에게 "정말 잘못한 게 없냐?"라고 질문했다. 그는 당당한 표정으로 잘못한 게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현재까지도 국토부는 4대강사업 추진에 대한 어떠한 유감 표명조차 없다.

[국토부의 꼼수] 4대강사업 누락
 

2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낙동강네트워크 소속 단체 회원들이 4대강 재자연화 공약 이행 촉구, 대통령 면담, 조명래 환경부장관 경질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0.7.29 ⓒ 권우성

 
4대강 인명록 편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4대강사업 포상 대상 1344명 중 국토부 관계자는 87명(△ 훈장 11명 △ 포장 13명 △ 대통령 표창 33명 △ 국무총리 표창 27명 △ 장관 표창 3명)이다. 단일기관으로 가장 많은 이들이 받았다. 환경부는 39명(△ 훈장 5명 △ 포장 11명 △ 대통령 표창 12명 △ 국무총리 표창 11명)이었다.

4대강 인명록 편찬위원회 선정 4대강 찬동 인사에도 정종환‧권도엽 전 국토부 장관 등 국토부 관계자가 절대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4대강 훼손의 가장 큰 책임이 국토부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상황인데도 국토부가 자기 성찰을 하지 않았던 건, '꼼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각 부처는 적폐 청산을 위해 민간 주도 위원회를 구성했다. 환경부는 '환경정책제도개선위원회'를 구성했다. 나는 이 위원회 총괄간사이자 4대강사업 담당(주필)으로서 시민사회 간담회, 공직자 면담 등 4대강사업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뤘고, 지난 시대를 반성한다는 의미로 장관 사과와 재발 방지대책 권고를 보고서에 담았다.

국토부 역시 이전 과오 청산을 위해 '관행혁신위원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주요 혁신 과제에서 4대강사업을 누락했다. 즉 국토부는 4대강 자체를 의제화하지 않음으로써 비판을 벗어나려는 꼼수를 썼다. 국토부의 꼼수 소식이 알려졌을 때, 나보다 더 분개했던 환경부 실무자 모습이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당시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범은 반성 없고 종범만 반성하는 꼴"이라 지적했다. 상식적이지 않다는 말이다. 이런 꼼수가 당시 국토부 소속 정 과장이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문재인 정부 4대강 꼼수의 시작은 바로 국토부였고, 정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국토부 장관은 MB시절 '4대강 저격수'라고 불렸던 김현미 장관이다.

감사원은 2018년 감사에서 4대강사업 문제점을 짚어내면서도 '책임질 위치에 있는 인사들이 퇴직했기에 책임을 지울 수 없다'라고 했다. 그렇게 책임 부재와 성찰 부재 사회에서 4대강사업 부역자들은 우리나라 유력 학술단체의 대표 등을 맡으면서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미쳤다. 퇴직 4대강 부역 관료 중에는 대학교수, 건설 기업, 언론사, 기관장 등으로 자리를 옮겨 여전히 오피니언 리더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성찰의 부재] 4대강 인사가 환경부 산하기관장?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 김종술

 
학계 대표적 4대강 찬동 인사인 이화여대 박석순 교수는 보수 매체에 출연해 여전히 4대강사업 옹호론을 펼치고 있다. 정치인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7월 25일 홍준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MB 4대강 보 덕분에 해마다 겪는 4대강 주변 홍수 피해도 사라진 대한민국"이라며 반성없는 4대강 찬동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4대강사업은 필요한 사업"이라며 4대강사업을 적극 찬동했던 것이 현 원희룡 제주 지사다. 제주도에서는 최근 제주연구원장 후보로 역시 4대강 찬동 인사인 김상협 전 KAIST 글로벌전략연구소 지속발전센터장이 올랐다. 지역 시민사회가 부적절 인사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장 후보 공모에 4대강사업으로 대통령 표창을 받았던 강○○ 전 환경부 생활하수과장이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고, 그는 현재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은 환경부 산하 기관으로 수자원 기초자료 생산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전문기관으로 2019년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됐다.

일부에선 환경부 퇴직 공무원용 기관장 자리 확보를 위해 무리를 해가며 4대강 공로자를 추천했다는 의혹을 던지고 있다. 4대강 성찰 부재는 결국 불필요한 갈등만 양산하고 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대학교수 시절인 2013년 <녹색토건주의와 환경위기>라는 저서에서 4대강사업을 강행한 MB 정부를 '녹색토건주의'라고 규정하면서 "녹색토건주의의 최대 모순은 환경위기"라고 진단했다. 4대강사업은 단지 강만 훼손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조 장관도 최근 환경단체들로부터 녹색토건주의를 해체하고 4대강을 회생시킬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때 환경단체들로부터 '4대강 해결사'로 기대를 모았지만,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4대강재자연화 공약 이행을 늦추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 역시 강을 망치고 막대한 예산을 낭비한 4대강사업에 대한 사회적 성찰의 부재 탓이다.

우리 강 자연성 회복은 4대강을 포함한 우리 강의 고유성을 되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그동안 우리 사회가 망각한 상식의 회복이어야 국가의 지속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4대강 성찰과 반성 부재 사회는 결코 상식적이지 않다. 그런 사회를 현재 문재인 정부가 만들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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