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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7.16 17:37 수정 2020.07.16 17:37
 

코로나19 긴급사태 전면해제를 선언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 2020.5.25 ⓒ 연합뉴스

 
'포스트아베'라는 단어는 코로나19 정국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아베 신조 총리 다음은 누가 되겠는가라는 말은 더 이상 아베 총리에게 일본을 맡길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국가라면 3년 전에 '포스트아베'가 나왔어야 했다는 의견도 속속 등장한다.

경산성 관료 출신의 저널리스트 고가 시게아키는 "일본의 사법 및 언론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2017년 아베 신조는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서 물러나야 했다"고 말한다. 게이오대학 가네코 마사루 명예교수 역시 "2017년 중의원 선거 결과가 너무 압도적이었다"고 자책한다. 고가가 말하는 '2017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는 아베 총리의 대표적 스캔들, 모리토모 학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을 의미한다. 하지만 가네코 교수의 언급대로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갔다.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
 

모리토모 학원의 미즈호 구니 기념 소학원 교사 건설 당시의 모습. 2017.2.15 ⓒ 중의원 후쿠시마 노부유키 사무소


아베 총리는 그 해 중의원을 총해산 시킨 후 중의원 선거를 실시했다. 일본의 내각총리대신은 절대적 권한인 내각해산권과 각료임명권을 이용해 정국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간다. 2017년 아베 총리는 그 중 하나인 내각해산권을 사용했다. 해산의 표면적 명분은 그 해 4월 정한 증세 정책(소비세 8%를 10%로 올리는 것)과 헌법 개정, 원자력 발전소 등의 에너지 정책을 유권자들에게 묻겠다는 것이지만, 개인적 스캔들을 털고 가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이다.

모리토모 스캔들은 2017년 2월 9일 <아사히신문>의 최초 보도로 그 전모가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신문은 재무성 산하 긴키 재무국이 학교법인 모리토모 학원에 매각한 도요나카시 소재의 국유지(약8770㎡) 매각가격이 토지 감정 가격인 14억 2300만 엔(한화 약 150억 원)의 10%에 불과한 1억 3400만 엔(약 14억원)이었다고 보도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상한 매각이다. 게다가 긴키 재무국은 오사카음악대학이 2011년 이 토지를 넘겨받고 싶다며 7억 엔에 교섭을 진행했지만 그렇게 싼 가격으로는 못 넘긴다고 결렬시킨 바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리토모에 대해서는 특례조항까지 적용시켜 10년간 정기임대 대여를 한 후 나중에 모리토모 학원과 우선적으로 매각협상을 진행하겠다는 파격적인 혜택을 줬다. 실제로 모리토모 학원은 2015년 5월 29일 정식으로 10년 정기임대 계약을 맺고 바로 교사 건설 공사에 착수한다.

일단 10년의 정기임대는 전례가 없었다는 것이 2018년 6월 재무성이 작성한 "모리토모 학원 안건에 관한 결재문서 날조(改ざん) 등에 관한 조사보고서"를 통해 밝혀졌다. 아래는 어떻게 모리토모 학원과의 이상한 거래가 이루어졌는지 일본정부(재무성) 입장에서 다룬 보고서 부분이다.
 
"긴키 재무국은 2013년 6월 공적취득 요망(要望) 접수를 개시했는데, 이때 모리토모 학원으로부터 초등학교 용지로서 취득하고 싶다는 요망이 있었다. 당시 모리토모 학원은 해당 국유지를 즉시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소학교 경영이 안정될 때까지의 기간은 토지를 빌리고 싶으며, 안정된 이후 매수하겠다고 말했다. 미사용 국유지의 매각은 공용 및 공적 이용을 우선하며 3개월간 지방공공단체 및 공익법인 그 외 사업자로부터의 취득 등 요망 접수를 행한 이후 해당 접수기간 중에 이들의 접수가 없을 경우 일반 경쟁입찰에 따라 매각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재무성 이재국이 2001년 3월 30일 재리 제1308호로 정한 통달 '보통재산 대부(貸付)에 관한 사무처리요령'에는 공적 용도로 사용하는 매각을 전제로 한 임대를 행할 경우, 임대기간은 3년까지로 정하고 있다. 또한 이것에 의한 처리가 적당하지 않겠다고 인정될 경우에 특례로서 재무성 이재국장의 승인을 받아 별도의 처리를 행하는 것이 인정된다.

긴키 재무국은 모리토모 학원으로부터의 부탁을 받고 국토교통성 오사카 항공국(원소유주)의 의향을 확인한 후 재무성 이재국과도 상담을 거쳐 모리토모 학원이 3년 이내에 이 토지를 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토지를 정기임대 할 경우 장래적으로는 확실히 매각이 가능할 것이므로 10년간의 사업용 정기임대 계약을 통해 임대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이러한 특례 조치가 내려진 적이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일본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무성도 특례를 적용했다고 인정하고 있다. 2017년 2월 24일 중의원 예산 위원회에 출석한 사가와 노부히사 재무국장은 이러한 혜택 부분을 야당의원들이 질의하자 "학교법인 모리토모 학원과 행한 교섭 및 면담 기록은 매매계약 체결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종료되었기 때문에 그러한 관련 기록들은 전부 폐기했다"라는 답변을 반복했다.
 

재무성 국토교통성이 공개한 견적 산출 방식 ⓒ 중의원 후쿠시마 노부유키 사무소

 
또한 "어떻게 감정가의 10%에 불과한 금액으로 매매가 체결되었냐"라는 야당의원의 질문에 재무성은 "우리의 감정가격은 9억 3200만 엔이었는데 이후 지하매설물 제거에 1억 3천만 엔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었고, 그것과는 별도로 추가로 발견된 지하 산업폐기물이 있다고 해서, 이번엔 국토교통성이 견적을 내봤는데 8억 1900만 엔이 나왔다"며 "이 모든 산업폐기물 제거를 모리토모 학원 측이 하겠다고 하니 그 제거 금액을 뺀 1억 3400만 엔이 매매가격으로 결정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국토교통성의 견적산출 방식. 전체 면적의 60%인 5190평방미터 지면 매설물을 제거하는 것에 10억엔의 비용이 소요된다고 쓰여 있다. ⓒ 국토교통성 홈페이지


해당 매매 국유지 절반 정도에 불과한 1500평 분량의 지하매설물 제거에 도합 10억 엔이나 들어간다는 사실도 믿기 어렵지만, 아무튼 이 때 야당의 맹렬한 공세를 잘 받아낸 사가와 노부히사는 같은 해 7월 국세청장으로 승진한다.

그런데 왜 모리토모 학원은 지금까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각종 혜택을 받고 있었을까? 그리고 이 국유지 매각문제가 왜 아베 총리의 스캔들로 이어질까?

아베와의 연결고리

그건 바로 이 모리토모 학원이 운영하는 유치원과 새롭게 만들려고 했던 '미즈호 구니 기념 소학원'이라는 이름의 사립초등학교, 그리고 이 학교법인의 이사장인 가고이케 야스노리 때문이다.

모리토모 학원은 2011년까지만 해도 유치원 운영만 가능한 소규모 학교법인이었다. 그리고 모리토모 학원이 운영했던 유치원이 바로 그 유명한 '쓰카모토 유치원'이다. 애국심을 강조하면서 기미가요를 부르게 하고, 또 아이들에게 "아베 총리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외치게 한다거나, 혐한·혐중 감정을 공공연하게 주입시켜 한국 언론에도 소개된 바 있는, 이른바 극우 유치원이다.

모리토모 학원은 2011년 오사카부에 '유치원만 설립할 수 있는 학교법인에도 초등학교 개설을 가능하게 해달라'며 사립 초등학교 설치 인가 기준 완화를 요구했다. 오사카부는 이를 별다른 이유 없이 2012년 4월 받아들인다. 나중에 모리토모 학원 문제가 불거지자 오사카부 교육위원회는 "우리는 당시 교육규제의 완화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모리토모 학원이 그런 (완화) 요구를 해 와서 받아들인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실제로 이러한 완화 요구를 해 온 학교법인은 모리토모 학원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아무튼 모리토모 학원은 2014년 10월 초등학교 개설 인가를 오사카부에 신청했다. 오사카부 사립학교 심의위 정례회의가 공개한 당시 의사록을 보면 심의위원들은 모리토모 학원에 대해 비판적이었음을 잘 알 수 있다. 위원들은 '학원의 재무상황이 좋지 않다', '입학인원은 확보되는가?', '계획대로 된다는 보장이 있는가', '커리큘럼이 걱정이다' 등의 비판적 질의를 쏟아냈다. 이런 질문에 대해 오사카 부의 담당 공무원은 모리토모 학원을 대신해 "학원 측의 재무제표에 첨부된 공인회계사의 서면을 확인했고, 적정하다고 판단한다"라며 위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기부금 상황과 입학인원 확보, 교육내용을 추가 보고하는 것을 조건으로 하는 이른바 '조건부 인가'를 내렸다.
 

2017년 1월 30일 오사카부 지사 명의로 나온 모리토모 학원의 초등학교 '미즈호 구니 기념 소학원 설치' 인가 공문 ⓒ 오사카부

 
앞서 말했듯이 시기적으로 보면 10년간 정기임대는 2015년 5월 29일에 체결된 것이다. 그런데 오사카부의 소학교 설치 인가는 그보다 훨씬 빠른 2015년 1월 27일에 내려졌다. 이 역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오사카부의 교육기관 설립 기준에 따르면 임대한 부지에 교사를 건설하는 것 자체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리토모 학원은 매매계약은커녕 정기임대 계약조차 안 된 땅임에도 '앞으로 10년간 정기임대 할 것이며 그 안에 매수하기로 다 결정돼 있다'라는 말을 했고, 그걸 해당 관청인 오사카부가 추가적인 몇몇 조치를 취한다면 초등학교를 설립해도 좋다고 한 셈이다. 이런 특혜는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다.

대체 왜 재무성, 국토교통성, 오사카부 등은 겉으로 보기엔 별것도 아닌 조그마한 유치원을 운영하는 모리토모 학원에 이런 전례 없는 특혜를 준 것일까. 1년 후인 2018년 3월에 밝혀지지만 재무성은 공문서마저 날조했다. 당시 이 스캔들의 실무담당자였던 아카기 도시오씨는 "이 모든 것은 사가와 이재국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앞서 잠깐 등장한, 국세청장으로 승진한 그 사가와씨 맞다.

이해하기 힘든 의혹과 특혜의 중심을 파고들다 보면 아베 총리의 아내 아베 아키에의 이름이 등장한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2017년 2월 한창 신입생을 모집하던 미즈호 구니 기념 소학원의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아베 아키에 명예교장의 인사말이 가장 처음에 나왔다. 또한 중의원 의원이자 당시 '일본회의'의 회장직을 수행하던 히라누마 다케오의 축사도 등장한다.

모리토모 학원의 가고이케 이사장은 일본회의 오사카 지부 이사였다. 모리토모 학원이 기부금을 모집하기 위해 보내는 지로용지에는 미즈호 구니 기념 소학교가 아니라 '아베 신조 기념 소학교'라고 기입돼 있다. 가고이케씨는 주위에 아베 신조에게 기부금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왜 수많은 기관들과 정부 부처가 모리토모 학원에 협조했는지 알게 됐다.

하지만 이러한 의혹과 스캔들이 터져 나온 가운데 2017년 10월 22일 실시된 제48회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총 의석수 465석 중 284석을 가져갔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획득한 55석에 비교한다면 자민당의 이 수치가 얼마나 압도적인지 금방 알 수 있다.

일찍이 전후 최강의 총리대신이자 '정치의 신'으로 불렸던 다나카 가쿠에이는 "힘은 숫자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막강한 의석수를 배경으로 아베 총리는 더더욱 폭주했다. 모리토모 학원 스캔들과 동시기에 터진 가케학원 문제가 유야무야된 것도 이러한 선거 결과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가케학원 스캔들 역시 아베 내각 관료들의 촌탁(忖度, 윗사람의 심중을 헤아려 알아서 취하는 행동)적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모리토모 학원 특혜의 배후에 어른거리는 권력의 그림자와 가케학원 스캔들은 다음 화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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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거주. 소설 <화이트리스트-파국의 날>, 에세이 <이렇게 살아도 돼>, <어른은 어떻게 돼?>, <일본여친에게 프러포즈 받다>를 썼고, <일본제국은 왜 실패하였는가>, <인터넷 동반자살>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