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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7.01 08:00 수정 2020.07.01 08:00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 연합뉴스

 
6·17 부동산대책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에 대해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쏠려 있다. 서울에 이어 수도권과 지방 도시까지 집값이 급등하자 밤잠을 못 이루는 무주택 국민은 이번 대책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있을 것이다.

이번 대책의 효과 여부를 판단할 잣대는 하나다. 집값이 하락하면 대책의 효과가 있는 것이고, 하락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는 것이다.

집값이 하락하려면 투기로 집을 산 사람들이 그 집을 팔도록 해야 한다. 다음과 네이버에 개설한 '집값하락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집락행)' 카페에 이런 통찰을 담은 글이 올라왔다.

"제 주변에 회사 다니면서 집을 한 채 두 채 사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한 분이 있어요. 임대주택이 20채가 되자 회사를 그만두더라고요. 그 분이 한 채만 빼고 내놓으면 공급이 늘어날 텐데."

20번의 실패

과거 20번의 부동산 대책이 실패한 것은 다주택자가 소유한 임대주택 등 투기 주택을 매물로 내놓도록 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20번의 부동산대책 중에서 잠깐이라도 효과를 발휘했던 것은 2018년 9·13 대책과 작년 말의 12·16대책뿐이었다. 두 대책 모두 강력한 대출 규제를 시행했고, 투기 수요가 억제되자 서울 집값 상승세가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집값 급등 시기에 내집 마련을 하지 못한 30대 등 실수요자의 주택 수요는 여전히 강했고, 신규 공급이 충분하지 못했으므로 서울 집값은 미미한 하락에 그쳤다.

더구나 기준 금리를 추가 인하하여 돈이 더 풀리자 잠시 주춤하던 서울 집값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다주택자의 투기 주택이 매물로 나오지 않으면 집값이 하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면 이번 대책은 '갭 투기꾼' 등이 기투자한 주택을 매도하도록 만드는 정책을 담고 있을까?
 
법인의 주택 매도는 없다
 

참여연대는 29일 오전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오락가락 땜질 규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이대로 안 된다! 부동산 정책 전면 전환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이번 대책과 관련한 기사를 검색하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기사제목을 보았다. 

"부동산 법인, 과열지구서 매물 던질 듯"
"법인 아파트 쇼핑에 날아온 세금 폭탄"

올해 수도권과 지방 도시 집값을 급등시킨 주범이 법인의 주택 사재기라는 것은 여러 자료를 통해서 확인된 사실이다. 주택임대업을 신고한 법인수가 2017년 이후 급증했고, 법인의 아파트 매수 비중도 2017년의 1%에서 올 1~5월에는 5.2%로 무려 5배로 급증했다. 작년 말 이후 집값이 급등한 인천과 청주 등에서는 법인의 매수 비중이 10%를 넘었다.

올해 1분기에만 인천지역에서 법인이 1796건의 아파트를 매수했는데, 이는 작년 같은 기간의 2.7배에 달했다. 총선 전 집값이 급등한 안산, 군포, 오산 지역은 법인의 주택매수가 3.2배나 급증했고, 화성은 2.3배 증가했다. 수도권에서 경매로 팔린 주택의 30%를 법인이 낙찰 받았다는 통계도 있다.

그러므로 위 기사의 주장처럼 법인이 투기로 매입한 주택을 매도한다면, 집값은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사를 다 읽고나니 제목을 봤을 때의 '혹시나' 하는 기대감은 사라지고, '역시나' 하는 실망이 그 자리를 채웠다. 해당 기사는 법인의 주택 매도를 전망한 근거로 "법인 보유 주택에 대한 종부세율이 3~4%로 오르고 양도소득세율 중과도 10%에서 20%로 인상될 것"이라는 대책의 내용을 제시했다. 법인이 강남 아파트 두 채를 보유했다면, 내년에 내야 할 보유세는 올해보다 200% 증가해서 1억원이 넘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강화한 세금을 그대로 낼 법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이번 대책의 '세금 중과'가 적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 사실상 모든 세금을 거의 내지 않게 해주기 때문이다.

법인 소유의 임대주택에 대한 종부세 부과도 6월 18일 이후 등록하는 임대주택에 대해서만 적용한다. 2018년 이후 법인이 공격적으로 매수해서 장기임대주택으로 기등록된 주택은 종부세를 1원도 안 내고, 양도소득세도 양도차익의 약 6%만 낼 뿐이다.

이런 엄청난 세금특혜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데,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어느 법인이 이미 사들인 주택을 매물로 내놓을까.
 
이번 대책에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하는 정책이 딱 하나 들어 있다. '재건축아파트의 2년 거주 요건'이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집주인이 거주할 수 없으므로 임대사업자는 '2년 거주' 요건을 충족할 수 없고, 소유한 재건축아파트를 매도해야 한다.

임대사업자 특혜, 계속 주겠다는 청와대
 

브리핑 하는 김상조 정책실장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21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0.6.21 ⓒ 연합뉴스


서울의 재건축아파트 중 임대주택이 약 10%이므로 그 매물이 나오면 재건축아파트 가격에 어느 정도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 유일하게 집값 하락 효과를 발휘할 그 조항마저 임대사업자에게는 완화하겠다고 청와대가 언급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 핑계가 실로 가소롭다. 임대사업자들의 민원이 청와대에 빗발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음과 네이버의 부동산 기사의 댓글을 보면 집값 급등이 정부 정책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글들이 셀 수 없이 많다. 무주택 국민의 절망과 울분이 폭발 직전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국민의 절반이 넘는 무주택자의 절망과 분노는 외면하고 소수 임대사업자의 민원은 즉시 반영하겠다는 것이 청와대의 태도다. 말로는 무주택 국민 운운하면서 내심으로는 집 부자들의 이익을 위하는 집권 세력의 본심을 우리 국민은 꿰뚫어 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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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균경제연구소 소장으로 한국경제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문재인정부에서 서울집값 폭등으로 집없는 사람과 청년들이 고통받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글쓰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튜브 채널 <집값하락해야산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