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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3.10 08:42 수정 2020.03.10 14:27
올해로 스무살이 된 오마이뉴스는 동갑내기 스무살이 궁금했다. 그래서 2000~2002년에 태어난 1000명에게 물어봤다. 무슨 생각들 하고 있냐고. 그랬더니 더 깊이 물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여러 배경을 가진 2000년생 14명을 직접 만나 차분히 대화를 나눴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냐고. 한국사회가 지난 20년 동안 키워낸 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건 우리 사회의 20년 후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스무살은 곧 세상을 바꿔나가기 시작할 테니까.[편집자말]
'라떼는 말이야'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14명의 즈문둥이 스무 살을 만나 짧게는 1시간, 길게는 3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90년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에 "우리 때는 이랬는데..."를 연발하고 말았다. 특히 과 후배를 만났을 땐 더 그랬다. 꾹 참고 대화를 나눠준 14명의 스무 살에게 감사를 전한다.
 
'스무살 머릿속'을 들여다본답시고 가설을 세우고, 설문을 짜고, 인터뷰를 했지만, 사실 이게 다 '아재가 본 스무살'에 불과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5년 터울만 있어도 말이 안 통한다는데, 23년 터울의 X세대 아재가 스무 살 머릿속을 어떻게 이해하겠는가.
 
스무 살 머릿속을 헤메고 다닐 때 길잡이가 되는 이야기를 해준 스무 살들이 있다. 그들은 또래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생각의 경향을 이해하는 자기 나름의 틀을 갖고 있었다. 앞선 기사 여섯 꼭지엔 인터뷰 대상의 이름을 영문 이니셜로 바꾸고 현 소속도 두루뭉슬하게 바꿨지만, 그 중 3명은 동의를 받아 공개한다.
 
[한윤진 - 강남 8학군의 기초생활수급 가정 스무살]
"세상과 갈등중... 공부하고 자유롭게 생각하면서 살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기획 <스무살 머릿속> 인터뷰에 응한 한윤진씨. ⓒ 안홍기

 
앞선 기사에 F씨로 등장하는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19학번 한윤진씨는, 강남 8학군 일반고 졸업인데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출신이다. 기초생활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전형으로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가난하다는 것이 부끄럽거나 숨길 일은 아니다, 고교시절엔 가난한 사정을 친구들에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도움도 많이 받았다"는 윤진씨는 "워낙 많은 일들을 겪어서 가난 때문에 받는 상처에는 이미 내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금 생각은 "내가 나한테만 부끄럽지 않으면 된다"는 것.
 
윤진씨가 주목하는 또래의 특징은 "갈등상황을 무척 피곤해 하고, 현실정치와 관련된 것들을 싫어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된 것은, 이 세대가 취업난을 마주하게 되면서 '좋은 조직인간 되기'를 스스로 원하게 됐고 내면화했기 때문 아닌가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윤진씨는 최근 과 내에 정치철학을 공부하는 학회를 결성했다. 제법 전통 있는 동아리와 학회들도 명맥이 끊긴 마당에, 취업에는 별 도움 안 될 것 같은 정치철학이라니. "나는 세상과 갈등중"이라는 윤진씨는 "나는 돈벌기가 싫은데, 과연 그렇게 살도록 세상이 나를 내버려둘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원하는 것은 자유롭게 생각하면서 사는 것이다,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하고싶다"고 했다.
 
그가 바라는 한국의 모습은 '더 좋은 공동체'다. 윤진씨는 "동시대 사람들 모두 공동체에 대한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그렇게 해서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나를 포함한 모두의 의무"라고 말했다.
 
[이준성 - 기레기 시대에 기자를 꿈꾸는 스무살]
"한국에는 왜 아만푸어 같은 기자가 없을까요?"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기획 <스무살 머릿속> 인터뷰에 응한 이준성씨. ⓒ 안홍기

 
숭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19학번 이준성(C)씨는 외고 입시에서 한번, 대입에서 또 한번 낙방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준성씨는 졸업한 대전 대신고와 현재 다니고 있는 숭실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낙방하긴 했지만 입시를 준비하며 했던 노력이 자신의 발전에 밑거름이 됐다고 믿는다.
 
"대학에 들어와 보니 실력 좋고 열심히 노력하는 선배와 동기들이 많아 놀랐다"며 "지금까지는 개인의 배경이 중요했다면, 이제는 개인의 노력과 능력이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스스로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걸로 보였다. 기자가 만난 14명 중에 국제문제와 관련해선 단연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었다.
 
준성씨는 "대학에서 학문의 즐거움이 사라진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일자리 문이 좁아지고 대학생들도 더 일찍 취업 쪽으로 관심사를 맞추고 있다, 기업은 경영·경제 쪽 전공자를 뽑으려고 하고 그러다보니 학생들도 그리 몰리고 있다"며 "학문 자체가 목적이 되지 않고 취업을 위한 조건이 되다보니 학생들도 학문의 즐거움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준성씨도 일찌감치 진로를 정해 준비중이다. 사실 고교 때부터 준비해온 꿈이다. '기레기'라는 멸칭이 폭넓게 통용되는 요즘, 준성씨는 기자가 되려고 한다. 해외 언론사에 취업하기 위해 영어공부에 중점을 두고 있고, 영문으로 시사와 관련된 글을 써서 블로그에 올리기도 한다.
 
준성씨의 모토는 '더 낮은 곳에서 더 크게'다. "더 낮은 곳의 목소리를 더 크게 전할 수 있는 언론인이 되고 싶다, 서민층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그런 맘을 담았다"고 설명한 준성씨는 "현장에서 사람들과 대화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 그런 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1일 인터뷰 할 때 준성씨가 '아재'에게 물었다. "한국에는 왜 CNN의 크리스티안 아만푸어 같은 기자가 없을까요?" 자신이 꼭 그렇게 되겠다는 준성씨의 다짐처럼 들렸다.
 
[성결 - 대안학교 나온 녹색당원 스무살]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살아있는 모든 것이 살기 좋은 세상"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기획 <스무살 머릿속> 인터뷰에 응한 성결씨. ⓒ 안홍기

 
녹색당원 M. 성결씨는 지난 2월 13일 기자와 만나기 전에 '예습'을 했다고 한다. '공정성' 혹은 '공정사회'에 대해서 물어본다는데, 자신에겐 그 말이 친숙하게 와 닿지 않았다.
 
결씨는 "나는 공정이란 말보다는 평등이란 말을 써왔던 것 같다"라며 "아마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뜻으로 공정이란 말을 쓰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평등이 더 적절한 표현 아닐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그럼에도 공정이란 말을 쓰는 건 각자가 생각하는 평등이 다 달라서가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결씨는 '아재'가 제시하는 선택지에서 벗어나기 일쑤였다. '사장이라면, 사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는데, 어떤 기준으로 정규직을 선발할 거냐'고 묻고 성실성과 능력, 두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결씨는 대뜸 "전부 정규직화 해야 하는데, 고를 수밖에 없다면 가장 오래 일한 순이 맞다"며 "그래야 꾸준히 일하면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겠다"고 답했다.
 
결씨는 초·중·고교 모두 대안학교를 졸업했다. 현재는 인천 강화도에서 지역 문화 상품과 콘텐츠를 기획·판매하는 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녹색당원으로서, 지구환경을 위해 1회용품 줄이기, 마트 비닐 대신 채소주머니 사용, 채식주의 지향 등을 실천하고 있다.
 
페미니즘에 대해, 환경을 위한 채식주의와 기후위기 경고에 대해 '불편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반대가 형성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결씨에게 물었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토론하며 나름 정리해둔 생각이 있었다.
 
그는 "익숙하지 않은 환경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게 불편할 수 있고, 새로운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기에 동참하지 않는 자신을 깎아내린다고 생각하게 하고, '왜 내게 강요해?'라는 반응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게 두려운 일이 아니란 걸 알게 하는 건, 내가 최대한 할 수 있는 일들을 일상에서 보여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결씨가 바라는 한국의 미래상은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살아있는 것들은 다 살기 좋은 곳이 되는 것"이다. ★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 창간20주년 특집 '스무살 머릿속'에 등장했던 심층 인터뷰 스무살 전체 프로필

* 인터뷰에 응해준 스무살 모두에게 감사 말씀 드립니다. 또한 여론조사에 응해주신 전국 만 18~20세 남녀 1000명에게도 감사드립니다.

A : 여성. 서울 내 중상위권 대학 1학년. 고향은 광주. 외국어고 졸업. "중산층이다"
B : 여성. 서울 내 중상위권 대학 1학년. 서울 강남 8학군 일반고 졸업. "중산층이다"
C : 남성. 서울 내 중위권 대학 1학년. 대전 지역단위 자사고 졸업. "중산층인 것 같다"
D : 남성. 서울 내 중상위권 대학 1학년. 세종시 자율형 공립고 졸업. "딱 중간의 중산층인듯"
E : 남성. SKY 대학 1학년. 서울 지역단위 자사고 졸업. "우리 집은 서민"
F : 여성. SKY 대학 1학년. 서울 강남 8학군 일반고 졸업.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 가정.
G : 남성. 지방 국립대 1학년. 대전 일반고 졸업. "중산층이다"
H : 남성. 서울 내 국립대학 1학년. 대전 지역단위 자사고 졸업. 차상위 계층 가정
I : 남성. SKY 대학 1학년. 제주도 비평준화 일반고 졸업. "집안이 부유하진 않다"
J : 남성. 2년제 전문대 1학년. 경기도 일반고 졸업.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 가정.
K : 남성. SKY 대학 의대 1학년. 전국단위 자사고 졸업. 본가는 경기도. "엄청난 부자는 아니지만 부족함 없이 자랐다"
L : 남성. IT 회사 입사 뒤 병역특례 복무중. 실업계열 특성화고 졸업. 서울 거주. 기초생활보장수급대상 가정.
M : 여성. 지역 문화상품 제작·판매. 초·중·고 모두 대안학교 졸업. 인천 거주. "집안 형편이 그때 그때 다르다"
N : 여성.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로 일하는 중. 지방 4년제 대학 휴학. 부산 특성화고교 졸업. 본가는 경남 창원. "가정 형편은 중간에서 조금 아래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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