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9 08:41최종 업데이트 20.03.10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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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스무살이 된 오마이뉴스는 동갑내기 스무살이 궁금했다. 그래서 2000~2002년에 태어난 1000명에게 물어봤다. 무슨 생각들 하고 있냐고. 그랬더니 더 깊이 물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여러 배경을 가진 2000년생 14명을 직접 만나 차분히 대화를 나눴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냐고. 한국사회가 지난 20년 동안 키워낸 이들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는 건 우리 사회의 20년 후를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스무살은 곧 세상을 바꿔나가기 시작할 테니까.[편집자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직업군인이 군 복무를 계속하는 문제에 스무살의 의견은 찬성이 약간 높게 나왔다. 반면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한 이가 여자대학교에 입학하는 데에는 반대가 높았다.
 

ⓒ 봉주영

 
창간 20주년을 맞은 오마이뉴스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만 18~20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무살 머릿속' 여론조사 결과, 성전환 수술을 한 사람이 군복무를 하는 데에 찬성은 53.3%(매우 찬성 11.0 + 다소 찬성 42.3%)로, 반대는 46.7%(매우 반대 18.2% + 다소 반대 28.5%)로 나타났다. 두 응답의 차이는 6.6%로 오차범위를 ±3.0%p(95% 신뢰수준)를 살짝 벗어난 결과다.

남녀의 응답 경향이 다소 다르게 나타났다. 향후 군복무를 할 이들이 대부분인 만 18~20세 남성은 반대가 54.1%로 찬성 45.9%보다 많았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엔 찬성 61.3%, 반대 38.7%로 찬성이 훨씬 많았다.


성전환 수술을 한 이가 여대에 입학하는 문제에 대해선 남녀 모두 반대가 많았다. 반대 55.8%(매우 반대 21.9% + 다소 반대 33.9%), 찬성 44.2%(매우 찬성 12.3% + 다소 찬성 31.9%)였다. 여성 응답자의 답변도 반대 52.7% - 찬성 47.3%로 꽉 찬 오차범위 내이기는 하지만 역시 반대가 높았다.

이런 모순은 왜 발생하는 걸까? 트랜스젠더와 관련된 두 사안에 대해 만 18~20세의 응답 경향에 차이가 있는 이유를 설명하긴 어렵다. 다만, 성전환자 군복무에 대해 현재 한국사회 전반적으로 반대 여론이 높다는 걸 감안하면, 이 세대에게서 트랜스젠더 문제에 상대적으로 열린 태도가 엿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동성결혼 제도화 "찬성" 67.2%... 차별금지법 제정 "찬성" 84.6%
 

ⓒ 봉주영

 
성 소수자 문제와 관련해 오래된 화두인 동성 결혼 제도화에 대해선 찬성이 훨씬 많았다. "동성애자 커플에게 합법적 결혼을 허용하거나 혹은 그에 준하는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명제에 대해 찬성이 67.2%, 반대가 32.8%로 나타났다.

2007년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1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논란이 이어지는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 대해서도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헌법에서 규정하는 것 외에 성별, 나이, 인종, 종교, 성적지향 등으로 인한 차별을 금지하는 별도의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명제에 찬성이 84.6%(매우 찬성 34.2% + 다소 찬성 50.4%)였고, 반대는 15.4%(매우 반대 2.8% + 다소 반대 12.7%)에 그쳤다.

법과 제도적인 큰 주제 말고, 좀더 구체적인 주제로 "채식 인구가 늘면서 군대에서도 원하는 장병에게 채식 식단을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져봤다. 결과는 찬성 75.7%(매우 찬성 26.7% + 다소 찬성 49.0%), 반대 24.3%(매우 반대 7.5% + 다소 반대 16.8%)였다. 군 내 채식주의자는 소수지만, 이들의 권리도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는 게 스무살의 생각이다.

외국인 노동자 꺼리는 스무살들

이렇게만 보면 스무살은 소수자 문제에 대해 매우 전향적·진보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렇게만 말할 수는 없어 보인다.

통계연보 기준으로 등록외국인은 2015년 말 114만3087명에서 2018년 말 124만6626명으로 늘었다. 등록하지 않고 체류자격 없이 한국에 머무는 외국인은 2015년 21만4168명에서 2018년 35만 5126명으로 늘었다. 다문화 가구 수는 2015년 29만9241가구에서 2018년 33만4856가구로, 다문화 가구를 이루는 구성원은 2015년 88만7804명에서 2018년 100만8520명으로 늘었다.

한국에서 일자리를 찾는 외국인도, 다문화가정도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 스무살들은 '이방인'들과 잘 지낼 준비가 됐을까.
 

ⓒ 봉주영


'우리나라에 외국인 노동자가 증가하기를 바라는가, 감소하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증가하기를 바란다는 쪽은 16.8%에 불과했다. 변화 없기를 바란다는 응답이 43.4%로 가장 많았고, 감소하기를 바란다는 쪽도 39.8%에 달했다. 외국인 노동자가 더 이상 늘지 않기를 바라는 쪽이 83.2%로 절대다수인 것이다.

'한국 국적이 없어도 합법적으로 이주한 사람들에게는 한국 사람과 동등한 복지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선 찬성과 반대가 팽팽했다. 찬성 쪽은 52.9%, 반대쪽은 47.1%였다. 찬성이 살짝 높아 보이지만, 두 응답의 차이는 5.8%p로 오차범위 안에 있었다. 이주민이 늘어나는 것을 꺼리는 스무살은 이주민의 권리보장에 대해서도 그리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다.

그레타 툰베리? 기후위기? "심각성은 아는데, 내 문제라 못 느껴서"

오마이뉴스는 단순 설문조사를 넘어 스무살들을 직접 찾아가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1월 중순부터 2월 초까지 여러 지역 출신 대학생과 직장인 등 2000년생 14명을 만났다. 스무살을 인터뷰하면서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은 "그레타 툰베리라는 사람을 아는가?"였다.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스웨덴의 2003년생 환경운동가 툰베리는 이들과 불과 세 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레타 툰베리를 알고 있는 이들은 14명 중 5명에 불과했다. (아래 등장하는 심층 인터뷰 대상자 상세 프로필은 기사 하단 덧붙이는 글 참고)

툰베리의 활동방향에 동의한다는 B(여)씨는 기후변화 혹은 기후위기에 대한 또래들의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각자도생 해야 하고 끝없이 경쟁해야 하는 사회여서 그런 문제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툰베리를 중심으로 한 등교거부 운동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페이스북 그룹에도 가입돼 있다는 C(남)씨는 "기후위기 얘기를 많이 하고 싶은데, 대화를 할 사람이 없다"며 "입시교육에 파묻혀 살다가 갑자기 대학생이 됐다고 주변의 문제나 지구의 문제에 신경 쓰겠는가, 다들 자기 앞날만 신경 쓰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페이스북으로 기후위기와 관련된 여러 소식들을 전하고 있는데, 공감과 댓글이 많이 달리는 걸 보면 다들 심각성은 알고 있는 것 같다"며 "내 일자리가 중요한 시점에서 기후위기를 자신과 직접 연관되는 문제라고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녹색당원인 M(여)씨는 "내 동네에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으니까, 우리 집이 잠기지 않으니까 관심이 없는 것"이라며 "관심이 없는 거 자체를 뭐라고 하긴 그렇고, 환경문제에 대해선 충분히 많이 배우고 토론할 기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50.4%가 "환경문제 관심 있다"는 스무살, 원전 문제에는 "현 수준 유지" 43.5%
 

ⓒ 봉주영

 
환경문제에 대해 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봤다. 만 18~20세 1000명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구입자금이 충분하다는 전제 하에서, 지금 가정용 승용차를 구입한다면 친환경(전기차, 수소차 등) 자동차를 구매하시겠습니까?"

무려 79.5%가 구매 의향이 있다는 쪽으로 답했다(매우 의향 있다 25.5% + 약간 의향 있다 54.0%). 의향이 없다는 쪽은 20.5%(전혀 의향이 없다 2.8% + 별로 의향이 없다 17.7%)에 그쳤다.

구입자금이 충분하다는 전제 때문일까? 좀 다르게 물어봤다.

"디자인이 같다는 전제 하에, 친환경적인 원료와 제조방법으로 만든 의류의 가격이 15만원이고, 일반적인 제품이 10만원이라면 친환경 의류를 구매하시겠습니까?"

결과는 반반이었다. 구입의향이 있다는 쪽은 51.1%(매우 의향이 있다. 11.6% + 약간 의향이 있다 39.5%), 의향이 없다는 쪽은 48.9%(전혀 의향이 없다 6.8% + 별로 의향이 없다 42.1%)였다.

이번에는 원전에 대해 물었다.

"한국에서 원자력 발전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결과는 "확대해야 한다"가 12.4%에 불과했지만, "축소해야 한다"도 29.5%에 그쳤다. 다수인 43.5%는 "현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중지 5.1%, 잘 모름 9.6%)

일반 의류에 비해 가격이 50%나 높았는데도 응답자 절반이 구매의향을 밝혔지만, 원전에 대해서는 확대는 아니지만 유지가 다수인 스무살의 인식은 다소 혼란스럽다. 직접 그레타 툰베리를 물었을 때는 대다수가 잘 몰랐지만, 1000명 여론조사에서 "전반적으로 환경문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졌을 때는 50.4%가 관심이 있다(관심 있는 편 41.6% + 매우 관심 8.8%)고 답했고, 관심이 없다는 응답은 11.3%(관심 없는 편 8.7% + 젼혀 없음 2.5%)에 그쳤다. (보통 38.3%)

과연 한국의 스무살들은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오마이뉴스 창간 20주년 특집 '스무살 머릿속' 여론조사는 지난 2월 7~11일 전국 만 18~20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패널조사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p이며, 2020년 1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으로 성별/연령대별/지역별 인구비례 가중치를 적용했다. ★

 
덧붙이는 글 기사에 등장하는 심층 인터뷰 스무살 프로필

B : 여성. 서울 내 중상위권 대학 1학년. 서울 강남 8학군 일반고 졸업. "중산층이다"
C : 남성. 서울 내 중위권 대학 1학년. 대전 지역단위 자사고 졸업. "중산층인 것 같다"
M : 여성. 지역 문화상품 제작·판매. 초·중·고 모두 대안학교 졸업. 인천 거주. "집안 형편이 그때 그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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