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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2.11 14:20 수정 2020.02.11 14:20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8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레바논에서 가진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 워싱턴 AP=연합뉴스


"명성도 돈도 없는 4명의 직원들이 신념만 가지고 시작한 캠페인이 레이스에서 선두를 차지했습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민주당 대선 첫 번째 경선이 끝난 아이오와에서 "잠정" 집계 1위를 차지한 피트 부티지지(Pete Buttigieg)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의 소감이다. 그의 1위는 그야말로 '이변'이었다. 개표 사고만 아니었으면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더 집중됐을 일이었다(이번 경선에서는 집계 과정의 수치 불일치로 개표가 지연된 바 있다. -편집자주).

부티지지는 인구 10만 도시 시장이 정치 이력의 전부다. 게다가 서른 여덟이라는 나이는 한 나라의 대통령 자리를 논하기엔 어려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 국민의 관심과 기대가 집중된 첫 번째 경선에서 1위라는 성적을 거뒀다. 그간 어린 나이나 부족한 정치 이력은 '약점'으로 여겨졌지만, 경선 이후 미국인들은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에 이 젊은 후보를 더욱 주목하게 됐다.

이력만 보면 정치 '흙수저'

대선의 풍향계라 불리는 아이오와 1위를 계기로 많은 언론이 부티지지를 '재발견'하고 있다. Daily Show(데일리 쇼)의 트라이브 노아는 부티지지의 이름을 제일 먼저 언급했다. 피트 부티지지. 모든 사람이 발음에 자신 없어 하는 '부티지지 Buttigieg'라는 성은 아버지의 나라 몰타에서는 흔한 이름이라고 한다. 

그는 지중해 몰타에서 성직자를 꿈꿨던 아버지와 미국 인디애나 토박이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외아들이다. 하버드를 졸업하고 로즈 장학금을 받아 옥스퍼드에서 공부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터 현장에서 복무한 퇴역 군인이고 인구 10만의 쇠락한 고향 도시에서 최연소 시장에 당선된 경력이 가장 큰 정치 이력이다.  

결코 튀지 않는 무난한 이력 탓에 지난 2019년 4월 14일, 그가 시장으로 있는 사우스벤드 오래된 공장 부지에서 민주당 경선 출마 발표를 할 때까지만 해도 그를 주목하는 이들은 많지 않았다. 대선 후보 자리를 넘보기엔 '메이어 Mayor'(시장)란 타이틀은 너무 초라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란 명성을 이용하려는 일군의 무리 중 하나로만 치부됐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경선 전 다섯 차례의 TV 토론을 통과하며 그는 가장 젊고 합리적인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여기까지 온 데는 부티지지 개인의 능력이 한몫했다.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7개 국어에 능통한 실력과 탈공업화 이후 쇠락해진 고향 사우스벤드를 테트놀로지 도시로 탈바꿈시킨 경험 덕분이다. 또 인디애나주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주지사로 있었던 가장 보수적인 주 중 하나인데, 그는 당당하게 자신의 성적 지향을 밝혔다. 이 같은 점은 민주당 유권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는 'White Obama'(백인 오바마)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의 선거 운동도 오바마의 전례를 많이 따른 듯하다. <허핑턴포스트>의 다니엘 매런스는 아이오와 현장을 누비는 부티지지를 취재했다. 다니엘 매런스에 따르면, 그는 매우 부지런하고 에너제틱했다.

부티지지는 크지 않은 아이오와에 스무 곳의 사무소를 만들고 100여 명이 넘는 현장 직원을 파견했다. 단 몇십 명이 모여도 마이크를 잡고서 자신을 소개하고 비전을 설명했다. 풀뿌리 현장을 누볐던 오바마의 전략이다. 소도시 사우스벤드의 시장 출신이라는 핸디캡은 남부의 가난한 주 알칸사 주지사였던 클린턴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에 나이 든 유권자들은 그에게서 젊은 케네디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하루 앞둔 지난 2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디모인 링컨고등학교에서 유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민주당 진보 후보들과 다른 정책을 내세운 것도 그가 차별점을 갖는 지점이다. 부티지지는 선두를 달리는 버니 샌더스와 앨리자베스 워런의 전 국민 의료보험화 주장을 두고 '재원 마련에 대한 대책이 없는 급진적 정책'이라며 비판한다. 고소득층에 유리한 정책이라며 공립대 수업료 폐지에도 반대한다. 그는 그의 생각이 너무 고루하다는 지적에 대해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공화당이 무조건 우리를 사회주의자로 매도할 것이라고 걱정해왔습니다. 그걸 제일 잘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저입니다."

그래서 부티지지의 정치적인 성향은 조 바이든과 같은 온건 중도로 분류된다. 이 뿐만 아니라 그는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는 선거인단제의 폐지를 주장하고, 사형제를 비판한다. 대법원 판사의 수를 늘려 대통령의 성향에 따라 판결이 달라지는 문제를 막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1위 부티지지의 한계

2월 9일 일요일 아침(현지시간) CBS 정치토크쇼 Face the Nation(페이스 더 네이션)에서 진행자 마가렛 브라넌(Margaret Brennan)은 뉴햄프셔 지역에 방송되는 조 바이든의 광고를 언급했다.

바이든은 이 광고에서 '부티지지는 버락 오마바가 아니다'라며 달콤한 말에 속지 말라고 주장했다. 10만의 소도시를 이끈 경험으로 미국이란 나라를 이끌 수 없다는 내용의 네거티브 광고였다. 이전에 볼 수 없던 공격적인 내용이다. 조 바이든이 부티지지가 가져간 자신의 표를 되찾아오기 위해 작정한 듯 보인다. 

이에 더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투표 날, 아이오와 한 선거구에서 찍힌 동영상 하나가 340만 뷰를 기록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내 표를 돌려줘요. 난 그가 동성애자인 줄 몰랐어요."

자신이 찍은 후보가 게이란 걸 나중에 안 중년 여성이 집계 요원에게 항의하는 내용이었다. 침착하게 설명하는 집계 요원과 달리 아이오와의 중년 유권자는 성경을 들먹이며 그가 찍은 민주당 후보에 대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그녀가 표를 물리고 싶어하는 후보는 부티지지였다. 

그녀는 트럼프를 이길 수 있는 후보로 젊고 온건하고 합리적인 후보로 부티지지를 선택했지만, 미처 그의 성적 지향은 몰랐던 것이다. 2018년 시장 재직 중 교사인 남성과 결혼한 그는 지난해 파트너와 함께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미국 유권자들이 그를 대통령으로 선택하고 최초의 '퍼스트 허즈번드'를 받아들일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여기에 부티지지가 초반 선두를 탈환하기 위해 아이오와에 배팅했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는 아이오와 유권자를 상대로 한 페이스북 광고에만 4만8000달러(약 5700만 원)를 사용했다. 민주당 후보 중 가장 많은 액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 개표를 완료한 결과를 보면, 주 대의원 투표에서 부티지지 26.2%, 버니 샌더스 26.1%를 기록했다. 인기도는 버니 샌더스 4만5826, 부티지지 4만3195이다. 들인 돈에 비해 큰 차이를 내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더불어 부티지지가 흑인 유권자들에게 매력을 끌지 못한다는 점도 경선 가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서른여덞도 대통령을 꿈꿀 수 있다
 
<뉴욕 타임스는> 부티지지를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것 같은 완벽한 민주당원'이라고 표현했다. 82년생, 하버드와 옥스퍼드, 로즈 장학생, 참전용사, 메이어 출신에 게이라는 독특한 퍼스널리티(personality)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치평론 매체 <폴리티코>(Politico)도 부티지지를 세 가지 정체성으로 설명한다. 커밍아웃한 게이, 밀레니엄 세대, 아프간 전쟁 참전 군인. 다양한 이념적 성향을 지닌 미국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부티지지라는 인물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다. 

다만 미국이란 사회가 30대의 게이 파트너와 함께 살고 있는 조그만 시의 시장에게도 꿈을 펼칠 기회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후보이기는 하다. 경선 결과와 상관없이 그는 이미 미국 젊은이들의 삶과 꿈을 정치라는 장에 투영하고 있는 선구자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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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시민 기자. Writer, NY Sightseeing Guide Licens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