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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6.26 08:18 수정 2019.06.26 08:18
'똑경제'는 똑똑한 경제필진 4명과 함께 매주 수요일 찾아가는 똑똑한 경제 이야기입니다. [편집자말]
신임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님. 

실장님을 형이라고 불러야 할지, 선배라고 불러야 할지, 좀 애매하기는 합니다. 호칭이야 어떻든, 우선 축하드립니다. 장하성 선생님하고는 학교에서 자주 보면서 조그만 토론모임 같은 거라도 하면 좋겠다는 얘기를 한참 하다가 불쑥 청와대로 떠나게 된 기억이 생생합니다.

저도 지금은 이것저것 논의하는 위치에 있지는 않고, 그냥 뉴스를 보고 아는 정도가 전부입니다. 그래도 살다보니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여당이 정책을 움직이는 걸 가까운 데서 볼 기회가 있었던지라, <오마이뉴스> 지면을 빌어 이렇게 편지 한 통 써보려고 합니다.
 
지금 상황이 아주 안 좋기는 합니다. 경제가 좋냐, 나쁘냐, 이런 걸로 언론에서는 한참 공방 중입니다. 그렇지만 급격하게 출산율이 내려가고, 지표를 이끌어나가는 서울 지역 중에서는 0.6 수준으로 간 곳도 이미 있습니다. 단기 지표가 아닌 성장잠재율 같은 걸로 생각해보면, 앞으로 엄청나게 뭔가 좋아질 것 같지는 않네요. 성과는 미비하고, 정치권의 '해석투쟁'만 난무한 상황입니다. 현 정권의 정책 기조 밑그림을 그리던 시절,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3만 달러 시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하여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오전 김수현 정책실장 후임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윤종원 경제수석 후임에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을 임명했다. 이날 오후 청와대 브리핑실에서 김상조 신임 정책실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 우리 이념 논쟁이나 정의에 관한 얘기는 잠시 내려놓고, 장기적으로 성장잠재율을 높이거나 국민경제의 체질 개선이 가능한 방법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경제부총리가 경제 단기 운용을 한다면, 정책실장은 중장기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자리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또 국민의 세금을 받는 처지에, 그 정도는 해야할 것 같습니다.
 
먼저 송구스럽지만 사회의 변화와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군사정권 시절은 말할 것도 없고, 참여정부에서도 정책실장들은 좀 은밀한 방식으로 일을 했습니다. 임기 말의 변양균 실장 정도가 비전 도출을 하면서 좀 공개적으로 일한 경우 아닐까 싶네요. 그 시절을 회상하는 경제 관료들은, 어쨌든 보람도 있었고, 자부심도 있었다고 많이들 말합니다.

우리는 최빈국 수준의 70년대에서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가 되는 초고속 변화를 경험했습니다. 이제는 은밀한 방식이 잘 안 통합니다. 그게 결정을 내릴 때에는 신속해서 좋은 것 같지만, 결정이 '사회화' 되는 과정에서 충돌이 생기고, 오히려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장기계획이라면 어차피 머리 좋은 몇 사람이 결정할 게 아니라 사회 공동체가 형식적으로라도 같이 참여하고, 변화를 수긍해내가는 방식이 더 튼튼합니다. 그게 3만 달러 시대의 정책 결정 과정이 아닐까 싶네요.
 
청년 문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고 계신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누가 해도 청년들은 "못 믿는다", 그런 상황인 것 같습니다. 당장 총선이 다가오니까 다들 청년표를 의식하기는 하겠지만, 그게 진짜로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이 문제를 정책실장의 의제 1번으로 했으면 좋겠습니다.

청년문제 해결을 의제 1번으로

높은 데서 나중에 조정만 하겠다는 것과, 장기계획을 자기 책임으로 만들겠다는 것과는 결국 정책의 깊이에서 차이가 날 겁니다. "이거만 하면 청년 문제 푼다", 이런 사람은 불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의 청년 문제는 최적화와 효율성의 문제가 아니라, 다다익선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하나만 해서 풀릴 문제면 벌써 풀렸겠죠.
 
두 번째 의제로 주거권을 고민하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집값 문제와 토건 문제로 축약되지만, 누적된 문제는 그보다 깊습니다. 당장은 크게 오른 집값을 잡기위해 분양가 상한제와 후분양 문제로 압축되는 분위기지만, 지금과 같이 정부가 직접 필지 공급과 함께 주택 공급을 주도하는 분양제를 언제까지 유지해야 하는지, 깊이 있는 검토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유신 정권에서 분양제 도입한 이후, 주택소유율은 언제나 55% 수준에 있었습니다. 일정 기간 지나면 임대주택을 분양해버리기 때문에 임대주택 총량도 장기적으로는 별로 늘어나지도 않고요. 이건 국토부가 검토하기 어려운, 좀 더 근본적인 경제 메커니즘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세 번째 의제로 사회적 경제와 지역경제 문제를 연결해서 고민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사회적 경제 기본법이 통과가 되면 주무부처가 경제 부처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경제 의제가 되겠지만, 지난 정권에서 최순실이 여야 합의까지 끝난 법을 훼방을 놓은 이후로 현재는 아무도 관심 없는 주제가 되었습니다.

발의자였던 류승민의 정치적 위기와도 연결이 되겠습니다만, 현 정부의 정책실장이나 경제수석들이 유독 또 사회적 경제에 관심 없는 분들이라서 정부 내에서도 소외된 경향이 있습니다. 국민경제의 체질 개선과 장기적 일자리 그리고 지역경제의 대안이라는 관점에서 검토 의제가 되면 좋겠습니다. 토건형 뉴딜 같은 거 만지작거리는 것보다는, 그 돈을 차라리 사회적 경제의 틀로 지역에 보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주거권과 사회적경제, 그리고 직장민주주의
 
네 번째 의제로는 흔히 직장 갑질 혹은 직장 민주주의라고 불리는, 일하는 방식의 민주주의 그리고 생활 민주주의에 대해서 뭔가 로드맵과 제도 틀을 형성시키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재벌개혁이라는 큰 틀로 얘기하는 것과 삶 속의 소소하지만 개인에게는 결정적인 민주주의를 얘기하는 것이 약간 결이 다릅니다. 일하는 개인이 직장 안에서 최소한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 어쩌면 우리가 촛불에서 궁극적으로 바랬던 민주주의가 바로 그런 거 아닐까 싶습니다.

멀고 힘들게 고민할 것 없습니다. 청와대부터, 아니면 정책실부터, 직장 민주주의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그렇게 하면 됩니다. 겉으로는 민주 인사인데, 회사에서 하는 짓은 '개차반', 그게 지금 80년대 운동권 세대 혹은 586들이 사회에서 지탄받는 주된 이유입니다. 우리가 늘 쓰던 용어인 재벌개혁은 크고 먼 길입니다. 결단도 많이 필요하구요. 그렇지만 직장 민주주의 정도는 청와대 정책실부터 자체적으로 하기로 결정하고, 그냥 하면 됩니다. 이걸 미룰 이유가 없습니다.
 
사양산업의 고부가가치화, 문화 경제로의 방향 전환, 지식의 공공적 기여 등 지금 우리가 부딪히고 있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과제들은 많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인간 김상조 아니 경제학자 김상조를 그래도 조금은 이해한다고 생각하는 제 입장에서, 도저히 거기 아니면 다른 데서는 하기 어려운 일들을 좀 추려봤습니다.

정책실장은 씨 뿌리는 사람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과 10대 그룹 전문경영인들이 10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체임버 라운지에서 열린 정책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던 중 금속노조 기아차 비정규직 관계자가 펼침막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8.5.10 ⓒ 연합뉴스

 
바라건 데, 정권이 반환점을 도는 이 시점의 정책실장으로서 아무쪼록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마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 자리에서 김상조가 성공해야, 우리 경제가 성공할 길이 열립니다. 그래서 후반기가 끝날 시점, "우리는 잘 한 건데, 당신들이 뭘 잘 몰라서 그런거다" 혹은 "조금만 더 기달려 달라, 성과가 날 거다", 이렇게 말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 오면 좋겠습니다.

정책실장 임명 소식과 함께, 너무 친 삼성 인사가 간 거 아니냐는 얘기들이 들렸습니다. 내막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오죽하면 천하의 김상조가 친 삼성 소리를 다 듣게되었나,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우리가 같이 삼성 의제를 다루던 시절 생각하면, 기우가 아닐까 싶습니다.

냉정하게 얘기하면, 김상조 전임자들이 그 자리에서 일을 잘 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라 서로 의미 없는 보고용 페이퍼만 죽어라 쓰다가 정작 미래 가치에 대해서는 손도 못 댄 거 아닌가 싶습니다.

행정 집행기관인 부처에 비하면 청와대 특히 정책실은 인력이 터무니 없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뭔가 해야겠죠. 비유를 들자면, 경제부총리는 추수하는 사람이고, 정책실장은 씨를 뿌리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단기 성과가 아니라 언젠가 누군가의 풍성한 추수를 위해서 미리 씨를 뿌리는 사람, 그 일을 잘 하시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국민이 배불러지고, 삶이 풍성해집니다. 그게 삶의 질 아닌가요?
 
2019년 6월 26일
우석훈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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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제, 환경-자원 문제에 대한 전문가. 경제학 전공. 기후변화협약 UNFCCC 기술이전 전문가그룹 아시아지역 대표 이사 현대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에너지관리공단 팀장 역임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창립회원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