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5.30 16:06최종 업데이트 19.07.18 15:40
 

우버의 기업공개를 앞둔 시점에서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회사의 수익모델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 월스트리트저널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승용차를 소유하지 않는다. 짧은 거리는 전기 자전거나 스쿠터로 이동하고, 먼 거리는 승차공유 서비스를 이용한다. 음식을 사 들고 오는 일은 사라지고, 남이 배달해 주는 음식을 편히 받아먹는 시대가 온다. 차고는 텅 비고, 주차장은 파헤쳐져 푸른 잔디 깔린 공원으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마침내 로봇의 시대가 온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사람들을 도로 위로 (그리고 하늘 위로) 실어 나르고, 드론이 택배 업무를 맡는다. 고속도로 위로 로봇 트럭들이 오간다. 우버가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 선다."

우버의 주식공개가 엿새 앞으로 다가온 지난 5월 4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우버가 약속했던 미래상을 실감나게 묘사하는 것으로 기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뒤로 김새는 이야기가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우버가 돈을 한 푼이라도 벌 수 있느냐다."

우버, 리프트,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등 이른바 '공유경제'를 자임하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자동차 무소유' 시대가 올 거라고 주장한다. 나는 여기서 김새는 이야기를 하나 더 보태려고 한다. 미안하지만, 그런 시대는 오지 않는다.

'공유서비스로 차 안 사는 시대가 온다'는 주장은 자동차의 상징적 가치를 무시한 순진한 발상이거나, 알면서도 '연막'을 피우는 것이다. 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사람들이 왜 특정 모델과 색상을 갖고 싶어 안달하고, 어렵게 산 차를 애지중지 모셔 놓으며, 귀퉁이의 작은 흠집에 밤잠을 설칠까? 이동에 방해가 될까봐?
 

쏘카의 이재웅 대표는 택시업계와 갈등을 일으키며 논쟁의 중심에 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분신한 택시기사에 대해 보인 태도를 지적하며 "피해를 보는 계층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를 다루는 데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하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에 "이분은 왜 이러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네이버 공동창업자이자 베어베터 대표인 김정호씨는 "서민은 돈 내고 (개인택시) 면허권을 사고 차량도 구입해야 하는데 대기업이나 외국계는 그냥 애플리케이션이나 하나 만들어서 영업을 하면 되냐"고 비판했다.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이사도 이재웅 대표에게 택시면허를 구입해 영업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 연합뉴스

 
최근 이재웅 쏘카 대표가 '타다'로 논란의 중심에 떠올랐다. 1년 전인 2018년 7월, 그는 "차를 소유 아닌 공유의 대상으로 바꿔 사회적 비효율을 개선하고 다른 의미 있는 곳에 활용"하는 것이 회사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1만대 이상의 쏘카와 타다가 도로를 누비는 현재, 이재웅 대표는 자신의 승용차를 포기할 준비를 하고 있을까?

5인승 승용차가 한 명을 싣고 달리는 것은 '사회적 비효율'이 맞을 거다. 하지만 그 대신 11인승 승합차가 한 사람을 태우러 나가는 것이 대안이거나 '의미 있는 활용'일 수 있을까. 게다가 타다는 있던 차를 '공유'하는 게 아니라, 없던 차를 도로에 보태는 것이다. 교통량이나 대기오염을 가중시키는 게 '비효율을 개선'하는 것일 수 없다.

좀비경제 : 밑 빠진 독에 '피' 쏟아 붓기

나는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준비할 때부터 반대해 왔다.(관련기사: 카카오 카풀 최대 피해자는 택시기사가 아니다 http://omn.kr/1frwu) 기술혁신에 무지해서 반대하는 게 아니다. 나는 미국의 대학에서 뉴미디어를 가르치고 있고,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인터넷 업체에서 '혁신과 창의성'을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규제 없는 플랫폼 경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기 때문에 경고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기술 경쟁력'과 '선점'의 시각에 매몰된 한국의 언론은 '탈규제'와 '조속 도입'만을 외치고 있다. 플랫폼 사업을 먼저 확대한 국가들이 어떤 사회적 홍역을 앓고 있는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미국 최대 공유사업 시장인 뉴욕시가 우버와 리프트 기사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하고, 승차공유 차량 수를 통제하는 등 본격적인 규제에 나선 상황에서 말이다.
 

우버나 리프트 등의 이른바 '공유서비스'는 기존의 약속이나 전망과 전혀 다른 결과를 불러왔다. 자동차 수는 오히려 증가했고, 도로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최근 발표된 연구들은 미국 도시의 심각한 도로 정체의 주원인이 승차공유 서비스의 확장이라고 분석한다. ⓒ 강인규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업을 접었다. 이 결정을 반기는 사람도 있고, 아쉬워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내 판단으로는 카카오모빌리티 창업 후 가장 잘한 결정이었다. 막대한 손실이 보장된 길이었기 때문이다.

'승차공유'로 돈 버는 업체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미국 우버의 경우, 지난 3년간 낸 누적 적자가 100억 달러(12조)에 이른다. 실적 추이를 보면, 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우버의 2016년 적자는 28억 달러(약 3조 3천억)였으나, 2017년에는 이 금액이 무려 45억 달러(약 5조 4천억)로 치솟았다. 이듬해 2018년에는 18억 달러(약 2조 1천억)로 손실 폭이 주는가 싶었으나, 2019년 초반 석 달 만에 10억 달러, 즉 한화로 1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승차공유 사업은 매출이 늘수록 적자도 불어나는 구조로 돼 있다. 가격이 수익성을 염두에 두고 매겨지는 게 아니라, 기존 교통수단에서 고객을 빼올 수 있는 수준에서 매겨지기 때문이다. 일단 고객이 확보돼야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고, 그러기 위해서 가격을 다시 낮추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속속 등장하는 경쟁자의 진입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한국도 그렇고, 다른 아시아 시장도 마찬가지다. 아시아의 대표 '유니콘 기업'으로서 한국 언론의 눈에는 하트를, 입가에는 침 줄기를 만든 그랩이나 디디추싱을 보자. '동남아시아의 우버'라 불리는 그랩은 6억 이상의 인구를 지닌 동남아시아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2016년 8280만 달러(약 1천억) 적자를 냈는데, 그것은 2015년 손실에서 두 배가 뛴 수치다.

중국의 디디추싱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2017년 3억 달러(3500억)의 손실을 낸 후 2018년에는 수익을 기대한다고 발표했으나, 결과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16억 달러(1조 9천억) 적자였다. 여기서 디디추싱이 중국 시장의 90%를 독점한 업체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시장 확대로 수익모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 언론이 찬사 일색의 보도를 해 온 그랩과 디디추싱은 현지와 해외에서 매우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마닐라타임스>는 그랩이 '다가오는 재앙'이라고 비판했고, <스타>지는 싱가포르에서 그랩의 이용자수가 폭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랩은 베트남에서 불법 논란과 더불어 피해소송에 시달리고 있으며, 중국의 디디추싱 역시 2018년 16억달러 적자를 본 뒤 직원 15%를 해고했다. ⓒ 강인규

 
승차공유, 싸고 편하다고?

나는 앞의 기사('좀비기업' 된 우버... '공유경제'는 사기다 http://omn.kr/1jf0h)에서 승차공유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혁신'을 핑계로 최저임금, 4대 보험, 산업재해, 퇴직금 등 사업주의 기본적인 책임마저 회피하는 사업이며, 그 결과 발생하는 고용불안정과 세수 감소가 국가경제에 큰 타격을 미친다는 내용이었다.

결국 '공유경제'라는 이름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업은, 수익 모델의 부재를 법률 회피를 통해 보전하려는 기형적 서비스일 뿐이다. 기사를 읽은 일부 독자는 이런 반응을 보였다.

"써 보니 싸고 편해서 좋던데? ㅋㅋ"

아마 비정규직만 고집하는 기업주도 비슷한 생각을 할 거다. '써보니 싸고 (해고하기) 편해서 좋던데? ㅋㅋ.' 소비자 입장에서는 당장 '싸고 편리한' 게 큰 매력이지만, 경제 주체로서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판단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타인과 공익을 생각하는 숭고한 선택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장기적 이익을 따져보라는 이야기다.

적잖은 이들이 택시에 대한 반감에서 카카오 카풀이나 우버식 서비스를 지지한다. 택시보다 싸고 친절한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경쟁력 없는 택시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동차가 말을 대체했듯, 이 신종 서비스가 택시를 고사시키는 게 발전이나 진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지금은 싸고 편리할 수 있다. 정상영업이 아니라 고객과 투자자를 유혹하는 '퍼주기 기간'이기 때문이다. 수백, 수천 억 원의 적자를 감수해 가며 말이다.

예컨대 쏘카는 빠른 성장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매출 확대에 따른 영업 손실액도 커지고 있다. 2017년에 쏘카는 매출액 1211억 원에 영업 손실 178억 원을 기록했지만, 2018년에는 3분기까지 매출 1153억 원에 무려 199억 원의 영업 손실을 냈다.

승차공유 서비스가 택시보다 싼 이유는 택시를 의식해 상대적으로 싸게 요금을 책정하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택시보다 20%가량 비싸다'는 타다조차 가격결정 기준은 여전히 택시다. 결국 '공유' 고객들조차 택시의 혜택을 입고 있는 셈이다.

택시가 사라지면 어떻게 될까? 승차공유업체는 자신들이 원하는 선에서 가격을 정하기 시작할 것이고, 본격적으로 '투자회수' 작업에 돌입할 것이다.
 

미국 포틀랜드에서 택시기사들이 승차공유 서비스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공유서비스'가 부당한 법적 특혜를 누리고 있음을 비판하는 피켓 앞에 "지역의 돈은 지역에"라는 푯말이 보인다. 택시는 지역에서 분산되어 운영되기에 수익이 해당 지역에 재투자되지만, 공유서비스는 특정 기업이 이윤을 중앙으로 빨아들여 지역 경제를 악화시킨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공유경제 기본 전제부터 재검토해야

앞의 기사에서 지적했듯, 승차공유가 폭발적으로 성장한 지난 5년간 자동차 구매는 오히려 늘었고, 그에 따라 도시의 교통량도 크게 증가했다. 현실은 '공유경제' 업체들의 약속과 반대로 전개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승차공유 서비스가 시민들의 이동권을 계급화 한다는 점이다.

승차공유의 주된 고객층은 도시에 거주하는, 젊고 높은 학력을 지닌 중산층이다. 이들 다수는 승용차를 가지고 있고, 필요에 따라 선별적으로 승차공유 서비스를 활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도심지여서 주차하기 어렵거나, 잠깐 외출했다 돌아오는 경우나, 음주 때문에 운전하기 어려운 경우 등이다.

그렇다면 그 차는 누가 운전할까? 우리나라에는 우버가 본격 도입되지 않았지만, 미국의 경우 많은 도시 이민자들이 기사로 일한다.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탓에 빚으로 자동차를 사서 생계 전선에 나서는 거다. 실제로 내가 취재를 위해 뉴욕과 워싱턴 디시에서 만난 우버와 리프트 기사 5명 중 4명이 이민자였다.

한국에서 우버식 서비스가 확대되면 유사한 양상이 전개될 거다. 한국사회도 미국처럼 소수의 부유층과 다수의 빈곤층으로 분화하는 가운데, 고용불안이 일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렵게 차를 사서 기사로 일하거나, 그조차 어려운 사람들은 자동차 임대업자에게 수수료를 떼어 주며 일하는, '초저임금 택시'의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승차공유 요금이 (적어도 현재까지는) 저렴하다고 하나, 버스나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보다는 훨씬 비싸다. 승차공유 고객이 중산층 이상에 집중되는 까닭이 여기 있다. 서민들은 정류소나 역까지 걸어가서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고, 가끔씩 멀지 않은 거리를 택시로 이동한다.

만일 승차공유가 버스나 지하철 등의 핵심 교통체계를 무너뜨리면 어떻게 될까? 부유층은 변함없이 승용차를 소유한 채 필요에 따라 승차공유나 '카셰어링(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것이다. 공유업체들이 가격을 크게 올리더라도, 이들에게는 별 부담이 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서민들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승차공유가 택시뿐 아니라 버스와 지하철 등 핵심적 대중교통 체계에도 타격을 입힌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공유경제'의 기본적 전제부터 재검토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공유경제의 민낯①] '좀비기업' 된 우버... '공유경제'는 사기다 (http://omn.kr/1jf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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