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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5.23 15:04 수정 2019.05.23 15:04

중국 둔황시 도로 옆 자갈사막 ⓒ 김기동


중국 서쪽 신장지역에는 타클라마칸 사막이 있다. 실크로드는 이 타클라마칸 사막을 통과한다. 수천 년 전 옛날 사람들은 목숨을 걸고 낙타를 타고 이 길을 지나갔다. 하지만 현재는 포장도로를 뚫어서 편하게 자동차를 타고 지나갈 수 있다.

몇 달 전 실크로드를 방문했을 때, 중국 숙소에서 소개한 현지인 승용차를 이용해 이 사막을 여행했다. 승용차를 운전하는 중국 사람은 여행객을 태우고 자주 다녀 이곳 지리와 지형에 익숙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목적지까지 가는 시간을 절약하자며 자동차를 조금 험하게 몰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포장도로에서 내려와, 길이 없는 사막 위를 빠른 속도로 달렸다. 불안한 생각한 든 나는 중국 기사에게 왜 좋은 포장도로를 놔두고 사막에 내려와 달리느냐, 그러다가 차 바퀴가 모래에 빠지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물었다. 

멀쩡한 길 놔두고 왜?

운전사는 도로에는 과속 감지기가 있어 빨리 달릴 수 없기 때문에, 도로 옆 사막을 이용하면 맘껏 속도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기사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승용차가 사막을 달려도 바퀴가 모래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중국 운전사의 설명을 듣고 처음 알았다.

사막이 낯선 한국 사람은 '사막'이라는 말을 들으면 '모래'만 있는 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중국은 땅이 넓다 보니 사막도 종류가 많다. 중국 사전에는 사막 외에 '거비(戈壁)'라는 단어가 있다. 거비란 사막과 같이 강수량이 적고 동식물이 적은 지역인데, 땅에 자갈이 있는 지형을 말한다. 

그러니까 한국에서는 사막이라는 단어만 사용하지만, 중국 사람은 같은 사막이라도 땅이 모래인 곳은 '사막'으로, 땅이 자갈인 곳은 '거비'로 나누어 부른다. 중국 운전사는 "지금 달리는 이곳은 땅이 자갈과 모래가 섞여 만들어진 거비로, 표면이 단단하기 때문에 차 바퀴가 빠질 염려가 없다"고 했다.

이 거비라는 단어는 몽골 단어 '고비'에서 유래했다. 중국 내몽골 지역에 있는 고비사막은 대부분 지역의 땅이 모래가 아니라 자갈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자갈로 이루어진 사막을 이렇게 부른다. 

널린 게 유물이라서?
 

둔황시 막고굴 장경동 유물 전시 모습 (중국 둔황박물관) ⓒ 김기동

 
중국 간쑤성 둔황시에는 둔황박물관이 있다. 둔황시는 인구 8만 명이 사는 작은 도시다. 그래서 둔황박물관도 규모가 크지 않다. 하지만 둔황시에 세계문화유산 막고굴이 있어서, 박물관에는 막고굴 17호실 장경동 유물이 전시돼 있다.

둔황시 막고굴 장경동은 신라 출신 혜초 스님이 쓴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곳이다. 둔황박물관에 있는 막고굴 장경동 출토 유물은 종류가 다양하다. 불교 경전도 있고, 국가 공식 문서도 있고, 개인 기록물도 전시돼 있다.  

그런데 전시 상태가 너무 허술하다. 아무렇게나 펼쳐져 있고, 유물이 있는 유리 가림막 안에는 온도·습도 조절 장치도 없다. 유물이 방치돼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혹시 복제품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소개 글을 자세히 읽어 보니 놀랍게도 모두 진품이었다.

전시실을 지키는 안내인에게 유물을 너무 성의 없게 전시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안내인의 답변을 듣고 나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이해하게 됐다.

둔황시는 중국에서 서역으로 가는 실크로드 사막 초입에 있는 도시다. 지리적으로 굉장히 중요한 지역이었다. 약 천 년 동안 13개 왕조가 막고굴을 관리했다.

막고굴 장경동에서 출토된 유물은 5만 점이 넘는다. 종류 또한 다양하다. 불교 경전뿐만 아니라 13개 왕조의 정치, 경제, 군사, 역사, 철학, 민족, 언어, 문학, 예술, 과학  분야를 망라한다. 다양한 사람이 지나는 길목 초입을 천년 동안 지킨 결과, 이곳에서 발견된 유물은 중국어, 범어, 장족어 등 10여 개의 문자가 사용돼 있다고 한다. 

박물관 안내인은 유물의 숫자가 워낙 많아서 중요한 유물은 별도로 보관하고, 비교적 가치가 떨어지는 유물만 이곳에 전시하다 보니 보존 시설이 좋지 못하다고 했다. 중국의 '규모'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극진히 모시는 '야단'
 

야단 지질공원 관리 모습 (중국 간쑤성 둔황) ⓒ 김기동

 
중국 간쑤성 둔황시에는 야단 지질공원이 있다. '야단'이란 지표면에 물이 지나가고 바람이 불면서 토양이 깎여진 후에 지표면에 남은 모양을 뜻한다. 모르고 보면 지표면 위로 갑자기 큰 흙덩어리가 툭 튀어나온 것처럼 보인다. 사실은 그 반대다. 주변 흙이 물과 바람에 씻겨나가고 홀로 남은 것이다. 

지표면서 불쑥 나타난 흙덩어리의 모양이 특이하다 보니 마치 외계 행성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서유기>에도 등장하는데, 현장법사와 손오공은 이곳을 지나가면서 '마귀성'이라고 불렀다.

이곳은 찾는 관광객이 많아 입장료도 비싼 편이다. 지질 공원 입장료가 50위안(약 8600원)이고, 무척 넓은 내부를 이동하는 데 드는 버스비가 70위안(약 1만2000원)이다. 총 120위안으로 한국 돈 2만 원 정도다.  

야단 지질공원은 입장료를 비싸게 받는 만큼 관리가 잘돼 있다. 보존을 위해 울타리를 쳐놓고 관광객의 접근을 막는다. 간혹 가까이서 보려고 울타리를 벗어나는 관광객에게는 관리인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관리인들은 울타리를 넘으면 벌금을 내야 한다며 큰 소리로 경고한다. 

허술하게 관리하는 둔황시의 박물관과 달리 이곳은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다. 길게는 수천만 년에 걸친 자연현상으로 탄생한 진귀한 흙이니 그 형태를 보존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여기선 또 공짜라고? 
 

야단 지질 흙덩어리를 잘라내고 도로를 뚫은 모습 (중국 신장 쿠처지역) ⓒ 김기동

중국 신장 쿠처 지역에서 유명 관광지인 붉은 계곡과 키질석굴로 향했다. 두 곳 역시 시내에서 80km 떨어져 있어 승용차를 이용해 가야 한다.

승용차를 타고 시내를 벗어나 외곽 지역에 들어서니, 도로 옆 풍경이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도로 옆 풍경이 깐수성 둔황시 야단 지질공원의 흙덩어리 형태와 비슷했다. 그래서 운전사에게 이곳 지형이 '야단'이냐고 물었다.

운전사 대답이 재미있다. 신장 쿠처 지역에는 '야단' 형태의 지형이 너무 흔해서 별도로 관리하거나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고 한다. 또 앞으로 약 30분 동안 도로 양옆으로 야단이 펼쳐질 거니 번거롭게 차에서 내리지 말고 창밖을 내다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심지어는 대규모의 야단 한가운데를 뚫어서 도로를 만들고, 전신주까지 설치한 풍경도 눈에 들어왔다.

간쑤성 둔황시와 신장 쿠처 지역은 1500km 떨어져 있다. 두 지역 모두 중국이다. 같은 중국에 있는데도 둔황시 야단 지형은 극진한 대접을 받고, 쿠처 야단 지형은 푸대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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