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2
원고료주기
등록 2019.04.15 15:40 수정 2019.04.15 15:40
핀란드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들과 만났다. 핀란드의 보육정책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언론에서 많이 소개된 바 있어, 일상적인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는 지난 5일 부모와 아이가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오픈데이케어센터 성격의 놀이방(Avoin päiväkoti)에서 이루어졌고, 약 한 시간 동안 진행됐다.

한국과 같고 또 다른 것
 

핀란드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는 두 엄마. 왼쪽은 엠미(Emmi), 오른쪽은 셀리나(Selina) ⓒ 김아연


-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셀리나(23살·아래 셀) "1살과 3살 아들 둘을 키우고 있다. 아직 어린이집을 보내고 있지 않고, 아직 작은 애가 집에 있기 때문에 같이 집에서 돌보고 있다. 종종 교회에서 운영하는 아이가족모임(perhekerho)에 간다. 나는 요양보호사 과정을 공부했고, 졸업하자마자 거의 바로 아이를 갖게 됐다. 남편은 사업을 하고 있다."
 
엠미(24살·아래 엠) "1살 난 딸을 키우고 있고, 둘째는 올 여름에 만날 예정이다. 거의 모든 인생을 이 지역에서만 살았다. 두 가지 직업을 전공했는데, 하나는 호텔 쪽이고 하나는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것이다. 아이를 낳기 전에 리셉션에서 일했고, 아이가 갑자기 와서 결혼까지 하게 됐다."

- 아이와 평소에 어떻게 지내는지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보통 7시에서 8시 사이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가끔씩 아이와 함께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 요즘엔 바깥에 나가서 아이랑 놀기도 하는데 여름이 찾아오고 있어서다. 겨울에는 정말 외출이 어려웠다. 그 다음에 점심을 먹고, 아이들 낮잠을 재우면서 잠깐 쉬다가 늦은 오후에는 아이가 있는 가정을 만나기도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저녁 시간에 아이체육시설(jumppasali)에 첫째 아이를 데리고 간다. 낮시간에 이루어지는 아이가족모임(perhekerho·지역마다 교회나 시에서 아이들을 위한 무료 놀이방과 모임을 운영한다)은 좀 평화로운 분위기라서 엄마인 내가 도맡아서 가고, 저녁 체육시설은 몸을 움직이는 활동이니까 아빠랑 함께 간다."
 
"일어나서 아침밥을 먹고 그 다음에는 아이가족모임(perhekerho)에 간다. 엄마와 아기들이 진짜 많다. 가끔은 아침식사를 주는 날이 있는데 그때는 사람들이 더 온다. 아빠도 시간이 되면 함께 간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정원에서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간다."
 

지역마다 교회나 시에서 아이와 함께 갈 수 있는 무료 모임과 놀이방을 운영한다. 사진은 오픈데이케어 성격의 놀이방 모습. ⓒ 김아연

 
- 아이가족모임(perhekerho)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나?
"처음엔 10명 정도만 오더니 나중에는 40~50명까지도 오더라. 식사를 제공하는 날에는 정말 사람이 많다. 하지만 각자 다른 시간에 도착해서 놀고 가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없다."

- 어떤 프로그램이 운영되나?
"아침에 노래를 배우는 시간이 있고 그 다음에는 대개 자유시간으로 보낸다. 그곳에 있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나오고 싶을 때 나오면 된다. 보통 하루에 한 프로그램만 아침에 잠깐 있고 나머지는 자유롭다."
 
- 아이를 키우면서 언제 가장 행복한가? 아니면 힘들 때는?
"아이가 변화를 겪는 시기엔 늘 힘들다. 지금은 괜찮지만 아이가 이가 나는 시기에는 정말 힘들었다."
 
"1살 미만은 오히려 쉬웠던 것 같다. 근데 아이가 클수록 모든 것을 이해하고 더 놀아줘야 하니까 어려운 것 같다. 나는 2살 터울 아이를 키우는데 지금은 둘이 함께 놀이를 하니까 조금 편해지긴 했다."

- 집에서 아이를 돌보면서 육아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나?
"나는 항상 그렇다. 특히 겨울에는 너무 힘들었다. 아이도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기간에는 더 그렇다."

아빠들의 육아 참여는? "엄마보다 낫기도 해"
  

핀란드 엄마들도 아이가 급격히 성장하는 시기(이가 날 때 등)가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 김아연

  
- 핀란드 아빠들의 육아참여는 어떤가?
"정말 많이 참여한다. 지금은 남편은 대학교에서 인턴으로 일하는데 시간이 남을 때마다 돕는다. 뭐 예를 들면 먹이는 것도 잘하고, 기저귀 가는 것도 다 잘한다."

"어떨 땐 아빠들이 아이 보는 게 엄마보다 더 낫다(웃음)."
 
- 주변에 육아 우울증을 겪는 사람을 본 적은 없나?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나?
"물론 다들 아이 키우면서 어려운 점이 있지만 보통 가족들이 함께 도와주면서 이겨내는 것 같다. 네우볼라(모성육아검진센터, Neuvola)에서도 우울증 테스트를 하면서 우울지수가 높은 사람들은 추가적으로 더 도움을 준다."
 

네우볼라(Neuvola)에서 아이가 몸무게를 재고 있다 (사진출처: kalajoki.fi)

  
- 지금부터는 한국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진행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출산율이 0.96명을 기록했다. 핀란드도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다고 들었다(2018년 기준, 핀란드 출산율은 1.4명). 출산율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도 마찬가지로 출산율이 점점 줄고 있다. 핀란드에서도 학업을 다 마치고, 직업을 갖고, 내 집을 마련한 뒤 아이를 가지려니 경제적으로 부담이 된다. 아이 낳는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주변에 많다."
 
- 결국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는 건가?
"그렇다. 경제적인 이유가 크다. 예를 들면 육아휴직 후에 복귀하기가 힘든 직업일 수도 있고, 아이 키우는 데 돈도 많이 드니까. 또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병원 시스템도 완벽하지 않다고 느낄 때가 있다. 예를 들면 우리 지역 로바니에미(Rovaniemi)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대형 병원이 한 곳 밖에 없다. 그 다음으로 가장 가까운 곳은 케미(Kemi)인데 차로 두 시간 거리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란드는 아이 키우기 꽤 좋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나라보다 어떤 점이 좋다고 생각하나?
"보건 지원이 일단 좋다. 네우볼라(Neuvola)도 좋고 담당 간호사가 있는 것도 좋다. 3살 미만의 아이를 집에서 돌볼 때 나오는 아이돌봄수당(kotihoidon raha)도 도움이 된다. 엄마 패키지(äitiyspakkaus)도 좋다. 첫째는 박스를 받았지만 둘째는 출산축하금(140유로, 약 18만 원)으로 받을 예정이다. 첫째 옷을 물려주면 되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제도가 좋은 것 같고 엠미가 말했듯이 네우볼라에서 제공하는 엄마 패키지도 도움이 됐다. 그리고 아빠가 함께 육아를 하는 것도 좋다. 엄마가 일을 하면 아빠가 휴직을 하면서 아이를 돌볼 수 있고, 아빠가 일을 하면 엄마가 아이를 집에서 돌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육아휴직 이후에는 수당이 줄어들기 때문에 밖에서 일하는 게 경제적으로 낫다고 생각한다."

핀란드에선 육아휴직이 최대 3년까지 가능하다. 한국에선 통상임금의 일정 퍼센트를 육아휴직급여로 지급하지만, 이곳엔 그런 개념이 없다. 대신 그 기간 동안 아이를 돌보는 주양육자에게 국가가 지급하는 각종 수당이 주어진다. 수당의 종류는 기간에 따라, 금액은 개인의 소득, 자녀수 등에 따라 달라진다. 대략적으로 출산 30일 전부터 3개월까진 출산수당, 출산 후 3개월~9개월 사이엔 양육수당, 10개월~36개월까진 아이돌봄수당이다. 

- 아빠휴직은 얼마나 쓸 수 있나?
"먼저 출산 후 18일 동안 쓸 수 있고, 그 다음엔 9주 동안 육아휴직이 가능하다."

똑같이 힘든 육아... 차이는 '시스템'
 

엄마들은 네우볼라(Neuvola)에서 받는 보건 지원에 가장 만족했다 ⓒ 김아연

  
- 마지막으로, 핀란드에서 아이와 엄마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혼자 아이를 돌보는 경우 친구나 이웃의 도움이 필요하다. 근데 핀란드는 지역이 넓고 가족이 멀리 떨어져 사는 경우가 많다. 가족이 다른 지역에 살고 있다면 주변에서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야 할 것 같다. 핀란드는 지역 간 이동거리가 멀다는 특성이 가족의 도움을 받기 힘들게 한다."
 
"아이가 있는 가정은 기본적으로 돈이 정말 많이 든다. 로바니에미는 3살 미만의 아이를 돌보는 경우 껠라(사회복지국, Kela)에서 주는 아동돌봄수당(약 43만원)와 시 보조금을 합쳐 월 500유로(약 64만 원) 정도의 돈을 받는다. 당연히 엄마가 일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훨씬 더 형편이 낫다. 왜냐하면 엄마가 일을 하게 되면 아이가 공공어린이집에 가서 생활하고 그곳에서 2끼 식사를 하고 온다. 하지만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경우 전적으로 음식을 집에서 다 사서 해줘야 하고, 놀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추가로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돈이 더 많이 든다. 때론 수당이 적다고 느껴지는 이유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사회 시스템에 만족한다." 
 
핀란드 엄마들의 고민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급격한 1차 성장기의 아이를 키우는 영유아기 부모가 갖는 육아 사이클은 놀랍게도 비슷했다. 아이가 이가 나고 잠을 못 이룰 땐, 엄마도 함께 잠을 자지 못했다. 흑야와 추위 등 핀란드의 특수한 겨울을 견뎌야 했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우울감과 싸워야 하기도 했다. 또 아이를 키우는 가정은 그렇지 않은 가정에 비해 돈이 정말 많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어쩌면 부모는 아이가 태어남과 동시에 0세부터 다시 삶을 시작한다. 아이의 인생주기 속으로 깊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아이 손을 잡고 수많은 성장 발달 고개를 넘고 넘는다. 육아 정책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최고의 정답은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 속에 있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한국에서 광고회사와 서울시청 홍보부서에서 일하다 3년 전에 핀란드로 이주해 북극권 길목에 자리잡은 로바니에미에 살고 있다. 최초 핀란드 팟캐스트 '내귀에 핀란드' 운영자이며, 3살 난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엄마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지역네트워크부에서 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