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18 08:01최종 업데이트 19.04.18 08:01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기관으로부터 안전과 인생을 빼앗긴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범죄자가 되었던 이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진실을 밝혀냈습니다. 그리고 사과 없는 국가를 대신해 스스로 자신을 기념하는 '이상한 집'을 지으려 합니다. 그 이상한 집의 이름은 '수상한 집'. 지금 제주에서 벌어지는 수상한 일을 채워줄 수 있도록 함께해주세요. 이번 회에서는 단체 '지금여기에'와 함께 수상한 집을 기획한 '기억발전소'가 이 집이 탄생하기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힙니다. [편집자말]
기억발전소는 2015년 여름 처음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위한 비영리단체 지금여기에를 만났다. 국가에 의해 존엄성을 잃고 범죄자가 되었던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알리는 <수상한 책> 시리즈를 함께 기획해 발행했다. 첫 번째 <수상한 책>은 은유 작가와 지금여기에의 단행본 <폭력과 존엄 사이>의 시작이기도 했다.
 

2015년 11월 6일 <수상한 책> 1권 광주 박순애 할머니 최종공판 날 ⓒ 변상철


당시 지금여기에의 변상철 국장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알리는 매개를 다각화 하고 싶다며 공간을 만들 생각이 있다고 종종 말해왔다. 처음에 '터무니'로 소개한 그 공간은 게스트하우스나 카페로 수익을 창출하고 전시관과 이벤트를 진행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의 형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폭력 피해자들은 지금도 전국에 숨죽여 있다. <수상한 책> 1권의 주인공들만 해도 서울, 강릉, 제주 등지에 있고, 2권의 경우 울릉도간첩단과 그 주변 인물이었다. 현재 진행중인 3권은 제주도 분들이고, 앞으로 진행할 4권은 일본에 있는 사람들이다.

피해자들이 사는 각 지역에 해당 전시관을 만드는 이유는 이 전시관이 사건 때문에 이웃 그리고 가족관계가 산산조각 난 피해자들이 돈이 아닌 명예를 되찾고 새롭게 생활할 수 있게 하는 근거지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터무니'라는 뜻은 터무니없는 일을 당한 사람들에게, 터의 무늬, 그들의 흔적을 남겨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기억발전소 역시 그간 책을 만들며 만난 분들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한 일이라면 함께 돕겠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터무니 동복리 게스트하우스 도면 ⓒ 변상철

 
그러던 어느 날, 변 국장이 설계도면을 하나 들고 찾아왔다.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터무니'를 짓기 위해 준비를 했으나 사정으로 잠시 중단되었다는 말을 하며, 이후 제주시 도련동에 땅과 건축비를 내어주신다는 선생님이 나타나셔서 '터무니'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고 이야기를 했다. 제주도에 있는 강광보 선생님이었다.

도련동 대지는 90평, 건평은 25평. 우선 기존의 '터무니' 설계안이 새로운 터와는 맞지 않아 다른 설계자를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고민 끝에 기억발전소 사무실 뿐만 아니라 기존 건물을 개선하는 리노베이션 작업을 주로 해왔던 건축사무소 '미용실'의 김원일 소장, 박영국 실장에게 도움을 청했다.

"육지 사람들이 하룻밤이라도 자고 우리 마음 느끼고 가는 게 중요"
 

2017년 터무니 첫 회의 ⓒ 기억발전소

 
공간을 만들어도 쓰임을 고민해야 했다. 제주에 계신 조작 간첩 피해자 분들의 의견이 궁금했다.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임현정 팀장, 박중건 대리의 도움을 받아, 제주에 있는 국가폭력 피해자 분들을 모시고 워크숍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었다. 강광보 선생님께서 제주시 도련동 본인 소유 토지와 3억 원의 건축비를 부담할 예정인데, 여기에 어떤 식으로 공간을 꾸리면 좋을지 알아보는 자리였다.

기억발전소는 사전에 미용실 김원일 소장과 함께 워크숍에 참여할 분들이 '삶에 대한 회고와 건물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자료를 만들었다.


2018년 1월 29~30일에 걸친 워크숍에는 강광보 선생님을 포함해 오경대, 최양준, 김평강, 김태주 선생님이 참석했다. 강광보 선생님과 지금여기에가 공간을 운영하되, 타지에서 오는 조작 간첩 선생님과 방문객을 위한 휴게시설(게스트하우스&워크숍룸), 그리고 제주도 조작 간첩 이야기를 모든 사람들에게 알리는 전시관은 꼭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지금여기에의 변상철 국장은 마지막으로 피해자 분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도 만들고, 젊은 사람들 특히 육지 사람들이 와서 "이런 역사가 있었네, 이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되, 추가로 숙박시설이든 카페든 운영해 돈을 벌며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마무리 지었다.

조작간첩 피해자 오경대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전부 나이가 60, 70대 이상이다. 살면 얼마나 살겠느냐. 전국의 조작 간첩들이 한번씩 오시면 굉장한 의미가 있다. 육지서 오는 사람들이 하룻밤이라도 자고 우리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끼고 가는 것이 중요하다."  
 

제주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서 열린 워크숍 ⓒ 기억발전소

 

2018년 워크숍 뒤풀이 ⓒ 기억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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