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4.10 08:49최종 업데이트 19.04.10 08:56
국민 1인당 소득이 3만달러라고 합니다. 그런데 내 지갑은 줄거나 두둑하지 않습니다. 기업들은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의 일자리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정부나 기업 등은 앞장서 경제를 살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내 주변 동네가게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대형 마트로 채워집니다. 매일 쏟아지는 경제뉴스가 우리에게 와 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매주 수요일 <오마이뉴스>가 새로운 경제필진 4명과 함께 '똑바로' 쓴 경제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편집자말]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투자회사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저가인 2만 원짜리 삼성전자의 폴더 폰을 아직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세계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이는 지난 3월 28일 미국의 경제방송인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혀진 내용이다. 그는 애플의 아이폰을 선물 받았지만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가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이유는 누구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앞장서서 실천하는 위대한 기업인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지난 2011년 3월 21일 한국 기자로선 처음으로 대구 인터불고 호텔에서 버핏 회장(당시 81세)과 단독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그는 소탈했고, 마치 이웃집 아저씨같이 인간미가 넘쳤다.
 

워런 버핏 회장과 김택환 교수 버핏 회장이 김택환 교수에게 지갑을 보여주고 있다. ⓒ 김택환

 
먼저 필자가 "왜 재산의 99%를 사회에 환원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그는 "내가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으면 부자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어느 시장 구석에서 사과를 팔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가 나를 부자로 만들었다, 그래서 많은 것을 기부한다"고 대답했다. 건강한 공동체 정신과 책무를 강조한 것이다.

버핏 회장이 기부한 누적 금액은 52조 원이 넘어섰고, 이는 인류 역사상 개인이 기부한 가장 큰 금액이다. 그는 또 지난해 2018년 한해만 3조8000억 원을 기부했다. 그의 아들인 피터 버핏은 "아버지가 부자인 것은 대학 입학해야 알게 되었다"고 털어 놓았다.


버핏 회장이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이유는 단지 기부를 많이 해서만이 아니라 삶이 검소하고 위대한 기업인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최근 한국 언론에 많이 보도된 대한항공(KAL) 및 아시아나 항공의 경영자와 그 자녀들의 행태와는 너무나 비교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존경받는 기업인들

다행히 한국에도 버핏 회장 같이 존경받는 기업인이 있었다. 독립운동을 했을 뿐 아니라 독립운동 자금을 댄 유한양행의 창업자인 유일한 박사를 들 수 있다. 100세 인생론을 펴고 있는 김형석 교수가 저술한 '유일한의 생애와 사상'(올댓스토리) 책을 최근 읽었다.

유일한 박사는 "성실하게 운영한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이바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장학 사업을 앞장서 실천했다. 그는 또 정경유착을 거부하고 세금을 많이 내고 기업인이 어떻게 애국하는지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제2의 유일한 박사가 나오지 않은 한국의 기업인 풍토가 암울히기만 하다.

버핏 회장 같은 기업인들이 독일 및 유럽에는 많다. 대표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독일 지멘스 기업은 스스로 매년 약 8000억 원을 투자해 인력 양성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이 1년에 한국 사회를 위해 쓰는 전체 비용은 이의 절반에 해당한다고 삼성 지인이 귀띰해 주었다. 선진 사회가 그만큼 건강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시 버핏 회장과의 인터뷰 이야기로 되돌아와 보자. 필자가 북한 문제에 대해 묻자 예상 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한반도에는 서로 다른 2개의 시스템이 존재한다. 군사적 문제보다 경제적‧도덕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 북한 인민들도 남쪽의 한국인처럼 똑똑하다. 그들도 삶의 희망이 있으면 열심히 일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

그는 북한의 시스템이 생산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한다. 반면에 대한민국의 시스템은 생산적이고 세계 경쟁력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버핏 회장은 포스코, 대구텍을 포함해 6개의 한국 회사에 투자하고 있었다. 또한 대한민국에 대한 그의 애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버핏 회장은 북한 인민에 기회를 주기 위해 대한민국 기업들이 북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관련기사: "워런 버핏이 내게 말했다, 삼성도 북에 투자해야한다고")

버핏 회장은 "한국 경제가 기적같이 발전했다"고 평가한다. 이는 그가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대한민국 정부뿐 아니라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워런 버핏 회장이 북한에 투자할 수 있도록 유인 효과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북은 비핵화와 동시에 외국의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환경을 구비해야 한다. 적어도 베트남의 수준으로 말이다.

버핏 회장이 북한에 투자한다면

버핏 회장의 북한 투자는 군사적 긴장을 허물고 북이 개혁‧개방으로 가는 상징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 만약 워런 버핏 회장이 북한에 투자한다면 세계적인 뉴스가 될 뿐 아니라 북한의 국제적인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버핏 회장의 초청은 북한이 초청한 미국의 농구 선수 로드맨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재산의 1%만 나와 내 가족이 쓰고, 나머지 99% 모두를 사회 공동체를 위해 사용한다. 남은 돈으로 손주들과 월드 디즈니를 방문할 수 있고, 좋아하는 영화와 음식을 얼마든지 보고 먹을 수 있다."

이는 버핏 회장이 한국의 부자들과 기업인들에게 전하는 말이다. 상속을 두고 탈법과 불법으로 얼룩진 일부 한국 기업들에게 와닿는 철학이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자 필자에게 "위대한 인터뷰였다"(It was a great interview)고 사인하면서 격려했다. 그리고 갑자기 필자를 포옹하면서 자신의 지갑을 보여주었다. 그는 "내 지갑에 돈이 많다, 당신도 진짜 부자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 더 중요하다"면서 향후 30년 인생 계획을 털어 놓았다.

그의 남은 인생 계획에 북한 방문과 투자가 다시 들어가 있길 기대해 본다. 결국 남북 우리가 하기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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