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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3.17 18:23 수정 2019.03.17 18:24
 

니마크 학교 교장의 학교소개 모습 학교장, 빌레브로(Birgit Villebro)이 2019 덴마크 견학 기행 팀에게 학교 소개를 하고 있다. 덴마크 공립학교는 공모를 통해 학교장을 임용한다. 모든 공립학교 교사들은 응모자격이 있다. 선발되면 임용된 후 몇 개월간 교장 직무 연수를 병행하며 일 한다고 한다. ⓒ 김선희

 
아이들의 초등 저학년 시절, 사교육 없는 방과 후 돌봄은 함께 일하는 우리 부부에게 크나 큰 과제였다.
 
두 아이 모두 돌봄 교실에 보내 봤지만 몇 달 다니다 보면 질색을 하곤 해서 도저히 2년 이상 보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큰아이 2학년 때는 작은 아이 육아휴직을 활용하여 돌보았고, 작은 아이 2학년 때는 학교 내 방과 후 학교 수업을 보내거나 형을 의지해 집에서 쉬도록 했다.
 
기존 학교 내 돌봄 체제의 한계
 
 

덴마크 공립학교, 니마크 학교 수학수업 참관수학교사가 방문객들에게 수업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니마크 학교는 교육열이 상대적으로 낮은 공장지대 자녀들의 학업능력 향상을 위해 수준별 개인 학습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학습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 김선희

 
학교 공간을 돌봄 교실로 활용하는 것은 저학년 아이들의 이동상 안전을 고려할 때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이미 수업과 학생지도에 더불어 행정업무까지 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돌봄 교실 관련 업무까지 떠맡기는 것에는 큰 무리가 따른다.

물론 돌봄 교실 지도교사가 따로 있지만 관련 행정 업무는 학교 관리자, 행정실 직원, 교사들의 몫으로 주어지니 기존 업무로도 빡빡한 학교의 현실상 질적 만족도를 높이기 어렵다. 더군다나 돌봄 교사 한 명이 수십 명의 아이들을 홀로 돌보다 보면 아이들 저마다의 스케줄과 간식을 챙겨주는 일로도 벅차다. 그러다 보니 색칠공부나 받아쓰기 같이 아이들 입장에서 별 흥미 없는 실내 활동이 주를 이룬다.
 
두 아이는 종일 지냈던 학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 자리에 주저앉아 반복되는 단순한 돌봄교실 생활에 곧 질력을 내고 말았다. 그때마다 별 다른 대안이 없어서 1년을 다 채워 맡긴 바람에 학교생활 전반에 대한 흥미도 까지 낮추는 역효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방과 후 수업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기본 업무만으로도 일과를 마무리할 즈음에는 에너지가 모두 소진되는 교사들이 방과 후 학교 수업을 맡다보면 충분한 별도의 수업준비를 하기 어렵다. 결국 만족도가 낮을 수 밖에 없고, 아이들은 실망하면서 학원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혹시나' 하는 기대에 개설되었던 방과 후 학교 수업이 2텀을 채 넘기지 못하고 마는 것은 많은 중고교의 현실일 것이다. 본인의 의사보다는 교육정책이나 관리자의 권유로 방과 후 학교 수업을 떠맡는 교사들의 피로도로 인한 정규수업 질 저하도 매우 염려스러운 부분이다.
 
공교육 강화나 저출생 대책이라며 학교에 떠맡겨지는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교육 서비스는 대부분 교육기관 본연의 기능성 저하를 초래하는 인적 자원의 돌려막기로 이루어지고 있다.
 
교육복지국가, 덴마크의 만족도 높은 학교 내 돌봄 시스템
 
 

니마크 학교의 체육시간 니마크 학교의 체육시설 안에서 초등과정 저학년 학생들의 체육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통상 주 2시간 정도의 체육활동이 이루어지는 덴마크내 다른 학교와 차별화하여 주 5시간의 체육활동을 통해 높은 스포츠 교육 성과와 더불어 학업 능력 신장을 이끌어 냈다고 한다. ⓒ 김선희

 
지난 1월에 참가한 오마이뉴스의 '2019 덴마크 견학기행 <꿈틀 비행기 12호>' 일정 중 찾은 니마크 학교(Nymarkskolen)는 픤(Funen)주의 공장지대, 스벤드보그(Svendborg) 소재 6세~16세 학생들을 위한 공교육기관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교육과정이 이루어지는 학교인 셈이다.
 
학부형 대부분이 인근 공장 노동자로 교대 근무에 투입되다 보니 아침 7시 조기등교와 방과 후 학교의 돌봄이 요구된다. 정규 교육과정 이외의 돌봄은 학교 건물을 이용할 뿐 지방자치단체나 유관기관을 통해 운영되며, 놀이나 각종 특별활동 분야 전문성을 지닌 외부 교사들이 투입되어 지도한다. 그 비용은 국가와 학부모가 50%씩 부담한다. 따라서 맞벌이나 한 부모 가정에서도 자녀 돌봄 걱정 없이 안심하고 직장에 다닐 수 있다고 했다.
 
수업현장을 돌아보며 학교소개를 받고 나오는 길에 점심식사 후 야외놀이를 즐기는 아이들과 만났다. 아이들은 해맑았다. 외국인들이 자신의 학교를 찾아 견학하는 것에 대해 무척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무리지어 다가오기에, "학교생활은 즐겁니?"라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물론이다. 정말 즐겁다."라고 합창하듯 답했다. 그 외에도 에프터스콜레(efterskole)를 비롯하여 다양한 교육기관을 방문했지만 학생도, 교사도 하나 같이 우리를 반기며 여유롭고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교사와 학생들이 서로와 함께하는 시간을 즐겁고 뿌듯하게 여겼다.
 
학생과 교사의 건강한 삶을 위협하는 초과 교육 활동 
 
 

방문객 일행과 함께 사진 찍으려 몰려든 아이들점심시간을 이용해 야외 놀이 시설에서 놀던 아이들이 방문객들과 반갑게 눈을 맞추며 인사한다. 방문객 일행 세 명이 몇 명의 어린이에게 기념촬영을 요구하자 주변에 있던 많은 아이들이 몰려들어 함께 사진 찍기를 희망했다. ⓒ 김선희

 경기도 소재 고등학교는 소위, '0교시'로 불리는 일과 전 자율학습과 일과 후 야간 자율학습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교육과열 지역에서는 '조기등교 및 야간 잔류 학생 안전지도'를 핑계로 자율학습 감독 임무를 교사에게 떠넘긴다. 어린 자녀를 기르거나 체력이 부진한 교사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더군다나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장장 9시간에 달하는 고3의 일과는 새벽 1~2시까지 학원이나 독서실을 전전하는 적지 않은 아이들에게 신체적, 정신적 과로를 부추긴다. 그러나 학원가에서 주장하는 '수능 시간표에 맞춰 뇌가 일찍 깨어있도록 적응시켜야 한다'는 논리를 들어 학부형들의 강력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학교도 책임을 피하기가 쉽지 않다.
 
'아, 이렇게 인과관계가 부실한 교육 상식이 정설처럼 유통되고 있다니...게다가 그에 부응하기 위해 도교육청의 학생 지도 방침과 교사들의 기준 근로시간까지 위배하면서 그에 부응하고 있는 공교육 기관의 자존감 낮은 태도라니...' 현장에 몸 담고 있는 교사로서 비통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9시간 가까운 강도 높은 시험 일정을 견뎌낼 수 있도록 적절한 쉼과 공부를 통해 체력관리를 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더 많은 비용이 늘더라도 학생들의 피로도를 고려한 수능 시험운영 방식 개선을 요구하는 게 더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입이라는 관문을 통과하는데 있어 건강은 얼마든지 차치해도 좋다'는 합의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할 책임이 있는 학교와 학부모들의 대동단결 속에서 놀랍도록 신속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적지 않은 아이들이 오전 내내 책상에 엎드린 채 정신이 혼미한 생활을 하고 있다. 2학기 중반에 접어들면 꽤 많은 학교의 고3 교실에서 질병 및 개인 사유로 30% 이상의 학생들이 정규 수업시간 조차 자리를 비우기도 한다. 성장 발육의 막바지에서 한창 건강해야 할 나이에 과로와 정서적 질병으로 찌들어 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뻔히 목격하면서도, 학교가 '고3이니 어쩔 수 없다'는 빈약한 논리를 앞세우며 부모들의 삐뚤어진 욕망과 불안을 잠재우기에 급급한 것이다.
 
결국, 학생들의 건강과 적정학습 시간 보장을 위한 진보 교육감의 '9시 등교원칙'이 오히려 학생들의 9시간 이상의 학교생활과 교사들의 초과근무로 몰아가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더군다나 고3 교실에서 시작된 교육시간 초과 현상은 학교 간 경쟁을 부추기며 점차 다른 학년에도 확산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학교 본연의 기능마저 위협하는 인력 돌려막기
 
 
▲ 방문객과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손 흔드는 아이들과 교장선생님 니마크 학교 뿐 아니라 방문하는 덴마크의 교육기관마다 아이들이 해맑은 모습으로 한결같이 사람을 반겼다.
ⓒ 김선희
 다른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수업을 지도하면서 사이 사이에 진학지도와 관련 서류 업무에 매진하는 고3 담임들이 8시 조기 출근이나 야간 근무까지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진학지도의 전문성 보다는 체력이나 사생활 여건을 우선 고려하여 배치되는 지경에도 이르러 있다.
 
학교 예산이 비교적 넉넉한 고교에서도 인력에 투입되는 비용에는 제한이 있다 보니 이미 기존의 인력으로 돌려 막기 하는 학교의 관행은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두 아이의 초등학교 생활 중 돌봄 기능으로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그나마 방과 후 학교 수업이었다. 주로 다양한 취미활동으로 이루어진 방과 후 학교 수업은 교내시설을 이용하지만 외부 강사들의 투입으로 저렴하면서도 꽤 만족도 높은 활동이 이루어졌다. 두 아이 모두 활동적인 어린 남자 아이들에게 적잖이 답답할 수 있는 정규수업에 대한 피로를 방과 후 학교 수업으로 풀며 학교생활에 대한 애착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나 방과 후 학교 수업 관련 업무 또한 해당부서 부장교사나 담당교사에게 커다란 부담인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학교 사정에 밝은 일부 학부형들은 해당 업무 교사가 담임으로 배정될까봐 두려워하기도 한다. 담임 업무나 수업의 질 저하를 염려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돌봄교실이나 방과 후 학교 담당 업무와 같이 손에 꼽는 기피업무를 맡은 교사의 병가나 휴직으로 인해 학기 중 담임 교체 상황을 종종 목격했기 때문이다.
 
사람을 기르는 일, 더더욱 사람이 먼저!
 
교사들의 행정업무 줄이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슈가 되어 왔다. 그러나 그 절감 효과는 크지 않고 오히려 더 가중 되어 가고 있는 추세다. 학생정보 및 성적관리의 전산화로 책임은 날로 더 늘어가는 상황에서 생겨나는 업무는 많지만 사라지는 업무는 적다.
 
각 지역의 지자체 관련 복지사업도 크게 한 몫을 한다. 한 예로 작년부터 시행된 경기도 성남시의 무상교복 정책으로 학기 초 담임교사 및 담당자의 업무는 크게 늘었다. '빛깔 있는 성남형교육', '더 좋은 일반고', '꿈의 학교', '꿈의 대학'같이 꾸준히 이어져온 지자체 및 외부 교육기관 연계 교육활동 업무도 여전히 교사들의 몫이다. 교육관련 복지사업과 예산이 느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 만큼 행정 인력의 충원도 병행해야만 질적인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정책 입안자들은 기존 인적 자원에 '좀 더 쑤셔 넣기' 식으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사정이 그러하니 상당부분에 해당 사업들의 공교육 강화 효과는 지지부진하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돈만 드는 소모성 사업이 적지 않다.
 
교사들의 기존 행정업무 경감 정책 역시 불필요한 업무를 과감히 없애려는 노력과 인력의 충원 없이 이루어진다면 행정실과 교무실, 또는 부서 간, 교직원 간 '핑퐁게임'에 그치고 만다.
 
사상초유의 0.98% 출생율에 당도한 이 즈음, 육아 환경 개선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의 두 마리 토끼를 노릴 수 있는 교육기관 인력 충원이 활발하게 논의되기를 바란다.
 
'신용카드 돌려막기'가 '기존의 자원까지 위협하는 위험한 가계 운용 방식이라는 점'은 두 말 하면 잔소리다. 인력 충원 없는 공교육 서비스 강화는 역효과를 수반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하기 바란다.
 
학생도 교사도 사람이다. 교육이야 말로 사람을 사람답게 기르는 일이다. 그래서 더더욱 '사람이 먼저'다!
덧붙이는 글 페이스북에 포스팅한 글을 일부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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